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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처음엔 환풍기 소리를 몰랐는데 밤마다 악몽

2026-06-19 20:41:11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제 자취 1주차는 완전 “나 혼자 다 해먹는다” 모드였어요. 방은 생각보다 아늑했고, 창문도 잘 열렸고, 제일 신기한 건 냉장고 소리도 크지 않다는 거였죠. 근데 첫날 밤, 잠들기 직전에 뭔가 계속 “후우우….”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저는 그게 환풍기 바람 소린 줄 몰랐고, 그냥 건물 어딘가에서 바람 빠지는 줄 알았어요.

처음에는 ‘아, 이 동네 원래 좀 시끄럽나?’ 하고 넘겼는데, 문제는 다음 날부터였어요. 낮에는 잘 못 듣다가 밤만 되면 소리가 선명해졌어요. 에어컨도 안 틀었는데도 소리가 규칙적으로 이어지니까, 어느 순간엔 제가 창문을 닫아도 안 닫아도 똑같이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전 “이건 공사 중인 환기 장치인가”라고 단정하면서도, 신경은 자꾸 쓰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진짜로 이상해진 건 3일 차였어요. 밤에 침대에 누우면 ‘후우우…’ 하고 한 번 크게 울리고, 그 다음에 또 ‘딱’ 하고 어딘가가 걸리는 느낌이 있거든요. 저는 그게 방 안 어딘가의 스위치 딸깍 소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딸깍이 제 머리맡에서 나는 것처럼 착각이 들어요. 그날은 잠을 못 자고 새벽까지 뒤척였고, 결국 잠깐 잠든 사이에 악몽이 시작됐죠.

악몽 내용이요? 진짜 별거 아닌데 너무 생생해서 더 웃기더라고요. 제가 부엌 쪽 문을 열면 환풍구가 커다란 눈처럼 열려 있고, 그 안에서 소리가 나와요. “후우우…” 하고 숨을 쉬는데, 그 숨이 제 얼굴로 계속 다가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도망가려고 방문을 밀면, 그 문이 안 열려요. 문짝도 잠기는 게 아니라, 환풍기 소리만 계속 커지면서 제 몸이 점점 붙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 다음 날 아침에는 멀쩡한 척 했는데, 출근할 때 머리가 띵했어요. ‘환풍기 소리랑 꿈이랑 뭔 상관이야’ 싶으면서도, 밤이 오면 또 악몽이 재생될까 봐 무서운 거예요. 저는 밤마다 폰으로 유튜브 틀어놓고 귀마개까지 껴봤는데, 신기하게도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고요. 대신 유튜브 소리 뒤에서 환풍기 소리가 “숨 고르는 타이밍”처럼 들리는 거예요.

특히 웃긴 건,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 생활 루틴도 같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물을 끓이면 더 크게 들리고, 샤워하고 나오면 더 빨리 반복되고, 심지어 빨래 널고 집 정리할 때도 밤만 되면 같은 리듬으로 찾아오더라고요. 저는 ‘이 집이 내 컨디션을 평가하나?’ 싶은 생각까지 했습니다. 진짜로요. 너무 예민해지니까 사소한 소리도 다 의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결국 참다가 관리실에 전화했어요.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것 같아요. 밤마다 이상하게 들려서요.” 그랬더니 기사님이 “그게 정상인데, 배관에 기름? 먼지?가 끼면 소리가 커질 수 있어요”라고 하셨어요. 저는 ‘아… 꿈은 별개였구나’ 하고 안도하려고 했죠. 근데 기사님이 오시고 나서도, 소리는 비슷하게 들렸어요. 대신 기사님이 환기구 주변을 만지더니 잠깐 멈췄다가 다시 돌아가더라고요. 그 순간, 제 머릿속 악몽 타이밍이 딱 끊겼어요. 그래서 확신했죠. 소리가 제 뇌에 “패턴”을 심어놨던 거예요.

그 뒤로 저는 해결책을 찾았는데, 방법이 엄청 거창하진 않았어요. 침대 방향을 바꾸고, 환풍기 쪽과 마주보지 않게 커튼을 더 두껍게 했고, 잠들기 전에는 소리만 들리는 콘텐츠를 피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리를 ‘이상한 것’으로 해석하지 않는 거였어요. 그냥 “이 집이 밤마다 알아서 환기하고 있구나”로 받아들이니까 이상하게도 악몽이 확 줄더라고요.

물론 가끔은 아직도 “후우우…” 할 때 심장이 한 번 덜컥합니다. 근데 그때마다 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요. 왜냐면 예전에 그 소리를 들으며 도망치던 제 자신이 떠오르거든요. 결국 환풍기 하나 때문에 제가 스스로 공포영화 주인공이 된 건데, 지금은 그 장면이 너무 우스워서요. 그래서 요즘은 밤마다 소리가 나면 그냥 한 마디 해요. “알겠어, 나도 이제 숨 좀 쉬자.” 그러고는 다시 잠들어요. 자취는 혼자지만, 소리까지 혼자 겁내진 말자… 이런 결론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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