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유머/짤방 유머 추천 0

배달왔는데 문 앞에서 내 고양이만 인사함

2026-06-20 05:41:12 조회 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왔는데 문 앞에서 내 고양이만 인사함. 진짜 이게 무슨 시트콤인지 모르겠어요. 벨 누르는 소리 들리자마자 “왔어!” 하고 문 쪽으로 걸어갔는데, 이상하게도 집 안이 조용하더라고요. 저는 속으로 “나만 기다렸나?” 싶었고, 그 순간부터 이상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오늘 배달은 제가 받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받는 거라고요.

문을 열기 전부터 이미 상황이 예감됐어요. 고양이가 평소엔 애교 부릴 때만 큰 소리를 내는데, 오늘은 딱 방문 앞만 조용히 지키고 있었거든요. 제가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고양이가 먼저 일어나서 문 쪽으로 폴짝 올라앉더니 꼬리를 반짝반짝 흔들면서 “뭔데 뭔데” 눈빛을 보내는 거예요. 저는 그 눈빛을 보고도 한 박자 늦게 깨달았습니다. 배달 기사님은 저한테 말 걸 틈도 없을 거라는 걸요.

제가 문을 여는 순간, 배달 기사님은 반사적으로 “여기 맞으세요?”라고 물으셨고, 저는 “네, 맞아요” 하려는 찰나에 고양이가 먼저 앞발을 툭 내밀었어요. 그러고는 아주 또박또박 인사하듯이, 정확히 배달 기사님 신발 앞에서 앉아서 꼬리로 “안녕하세요”를 시전하더라고요. 기사님이 잠깐 멈칫하더니, “아, 고양이도 받으시네요?” 같은 소리를 하셨어요. 저는 “아뇨 제가요…”라고 말했지만, 이미 타이밍이 지나갔습니다.

결제는 당연히 제가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배달 기사님이 카드 단말기를 꺼내는 그 순간, 고양이가 그 카드 단말기 쪽을 노려보는 겁니다. 마치 “이건 통과, 저건 검문” 같은 표정으로요. 기사님이 단말기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데, 고양이는 그걸 따라 움직이면서 계속 바라봤어요. 저는 주문 번호 찾고 말하고 영수증 확인하는 인간인데, 옆에서 고양이가 결제 과정을 심사하는 위원장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급하게 “고양이 잠깐만요, 제가 결제할게요”라고 말했는데, 고양이는 그 말에 반응을 안 하는 대신 더 과감해졌어요. 배달 기사님이 계단 쪽으로 한 발 뒤로 물러나면, 고양이는 그걸 따라 문틈 가까이로 더 전진하더라고요. 결국 기사님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님이… 고양이 손님이네요”라고 하신 뒤, 조심조심 단말기를 저한테 건네주셨어요. 저는 그제야 카드 내밀고, 기사님은 저한테 “확인했습니다!”라고 말했지만, 고양이는 이미 인사 완료 도장을 찍은 상태였죠.

그때부터는 진짜 황당한 현실이 시작됐어요. 배달 기사님이 제게 주문한 음식을 전달하려고 하자, 고양이가 갑자기 “어, 이거 내 거?” 표정으로 상자를 한 번 톡 건드렸거든요. 상자가 흔들리자 기사님이 놀라서 “고양이님, 저희는 음식 배달이에요!”라고 말하는데… 그 말투가 왜 이렇게 친절하고 진심인지. 저는 웃으면서도 민망했어요. 고양이는 그 친절함을 받아먹듯 고개를 들더니, 기사님 손길이 닿는 쪽으로 천천히 몸을 돌렸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러다 음식이 고양이한테 인도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빨리 포장 상태를 잡고 “여기요, 감사합니다” 하면서 받는 척, 고양이를 살짝 뒤로 유도했죠. 근데 고양이는 제 유도에 순응하지 않고, 문 앞에서 똑바로 앉아서 기사님이 떠나는 걸 끝까지 봤습니다. 기사님이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려고 돌아서는 그 순간, 고양이가 또 꼬리를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하더라고요. 저는 그 광경을 보며, 이건 제 실수인가 싶어 배달 프로세스가 아니라 고양이 팬미팅을 치른 느낌이었습니다.

기사님이 “다음엔 제가 고양이님께 직접 인사하겠습니다”라고 웃으며 가셨는데, 그 말이 뒤통수를 계속 때립니다. 왜냐면 저희 집 사람은 저 하나뿐이고, 오늘 인사 받은 사람은 고양이였으니까요. 문이 닫히고 나서야 저는 주문 앱을 다시 확인했어요. 배달 사진도 찍혔겠죠? 아마 배달 기사님이 찍은 사진 속에는 제 얼굴이 아니라 고양이 정면샷이 들어가 있을 겁니다. 저는 그 가능성에 잠깐 멍해졌고, 그러고 나서야 고양이가 슬쩍 제 쪽을 보더니, “사장님, 여기 직원이 인사 다 했습니다” 같은 눈빛을 보냈어요.

결국 저는 음식을 접시에 옮기면서도 계속 웃음을 참았고, 고양이는 제 발치에서 한동안 자리를 지키더니 어느 순간 부스럭부스럭 제 바지 밑으로 들어오더라고요. 배달이 끝났는데도, 마치 상담이 더 있는 것처럼요. 오늘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배달은 제가 받지만, 고객 응대는 고양이가 맡는 집. 그리고 다음번에는… 아마 제가 문 열기 전에 고양이를 먼저 “직원 모드”로 전환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문 앞에서 고양이만 인사하는 날, 그 인사가 진짜로 배달 속도를 올려주는 것 같았거든요.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