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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정비 맡겼더니 ‘이건 그냥 써도 됩니다’ 소리

2026-06-20 10:41:10 조회 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차를 정비소에 맡긴 날, 별생각 없이 “점검만 부탁드릴게요”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정비 기사님이 차 보시더니, 리프트 올리기 전에 이미 표정이 좀 달랐다. 마치 ‘오늘은 이런 걸 만났네’라는 얼굴. 그때부터 나는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데, 문제는 그다음 말이 진짜로 이상했다.

기사님이 하신 말이 딱 이거였다. “이건 그냥 써도 됩니다.” 순간 내 귀가 멈추는 줄 알았다. 점검 받으러 왔는데 “그냥 써도 된다”라니, 그럼 대체 난 왜 여기까지 왔지? 물어보기도 애매해서 “어… 그래도 안전이랑 관련 있는 건 아닐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더니, 기사님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보통 정비소는 하나만 봐도 이것저것 다 설명하면서 비용도 같이 얹어주는 분위기잖아. 근데 이분은 반대로, 마치 내가 이미 오래전에 알아서 써야 할 걸 알고 온 사람처럼 말하는 거다. “괜찮아요, 이 정도는 내구성으로 버텨요” 같은 뉘앙스가 아니라, 아예 “써도 된다”는 선언형 느낌이라 더 웃기고, 더 신경 쓰였다.

그래도 불안하니까 원인을 물어봤다. 기사님이 “이 부품 상태가 그렇게 나쁘진 않아요. 교체할 정도로 망가진 건 아니고, 그냥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요”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 말투가 너무 실용적이었다. 그냥 말만 던지고 끝내는 게 아니라, 어디가 왜 괜찮은지 손으로 툭툭 짚어가며 보여줬다.

나는 그 와중에 살짝 감동했다. 보통은 “지금 안 바꾸면 큰일 납니다” 스타일이 많잖아. 근데 이분은 반대로, 내 돈을 지키는 쪽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 그럼 진짜로 괜찮은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문제는 감동이 오래 못 갔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기사님이 갑자기 다른 부품을 보더니 또 한 마디를 툭 던진 거다.

“이건… 그냥 써도 됩니다.” 두 번째로 들은 그 문장. 그것도 방금 전이랑 결이 비슷한 “교체 안 해도 되는 급”의 톤이라, 나는 웃음이 나오려다가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세상에, 정비소에서 같은 문장을 연속으로 들을 일이 있나? 나는 정비소가 아니라 상담소에 온 느낌이었다. “민원 접수하신 내용은 대체로 정상입니다” 같은 그런 느낌.

그날 정비는 꽤 여러 가지를 보긴 봤다. 오일류, 브레이크 느낌, 하부 상태까지 전반적으로 확인하더니, 교체해야 할 건 딱 필요한 것만 딱딱 말했다. 대신 “안 바꿔도 되는 건 안 바꾸겠습니다”라는 기준이 확실했다. 나는 그게 오히려 더 신기했다. 보통 사람 마음이라는 게 “안 하면 나중에 더 큰 돈 나오지 않을까?” 하면서 불안해지는데, 기사님은 그 불안을 ‘논리’로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웃긴 건, 내가 계산서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마음이 반쯤은 찜찜했다는 거다. 왜냐하면 너무 싸게 나왔거든. 싸게 나오면 좋긴 한데, 동시에 “혹시 중요한 걸 빼먹은 거 아냐?”라는 의심이 생기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래서 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었다. “정말로… 이 모든 게 다 써도 되는 건가요?” 그러자 기사님이 아주 짧게 웃고는 “네, 써도 됩니다. 대신 이상하면 그때는 오셔요”라고 말했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계속 그 문장을 떠올렸다. “이건 그냥 써도 됩니다.” 그 말이 단순한 면피가 아니라, 상태를 보고 판단해준 결론이라는 게 차가 달리는 내내 느껴졌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돈을 아꼈다는 기쁨도 있지만, 무엇보다 ‘쓸데없는 불안’을 안 팔아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게 더 크게 남았다.

다음날 아침, 또 시동 걸고 출발하려는데 계기판이 아무 경고도 안 띄웠다. 그 순간 나는 웃음이 났다. 내가 차를 고쳤다기보다, 누가 내 걱정을 점검해준 셈이었으니까. 어제 기사님이 해준 말이 자꾸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혼잣말했다. “오늘도… 그냥 써도 되네.” 그러고 나서야 깨달았다. 세상에 ‘써도 됩니다’만큼 고마운 말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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