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장보러 갔더니 카트가 내 쪽으로만 기울어짐
연인과 장보러 갔더니 카트가 내 쪽으로만 기울어짐. 처음엔 내가 예민한가 싶었는데, 장바구니가 아니라 카트 자체가 그냥… 내 인생처럼 한쪽으로만 기우는 느낌이었거든요.
마트 입구 들어가자마자 카트 받았는데, 뚜껑 열리는 순간부터 기분이 묘했어요. 손잡이 잡는 순간 카트 바퀴가 “삐끽”거리며 내 쪽으로 살짝 당겨지더니, 두어 걸음 가니까 거의 누워있을 정도로 기울었어요. 저는 그냥 바닥이 울퉁불퉁한가 했죠. 근데 옆에서 연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카트를 보고 있어요.
“어? 카트 왜 이래?” 하고 물었더니 연인이 웃더라고요. “그냥 너 쪽이 힘이 더 들어가나 봐.” 그 말 듣는데, 뭐랄까… 내 팔 근육이 원래 그 정도로 존재감이 있나? 싶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손잡이 정방향으로 잡고 있었는데, 카트는 내 쪽만 계속 내려앉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카트 방향을 바꿔보기로 했어요. 손잡이를 살짝 옮기고, 내 발 위치도 바꿔보고, 심지어 카트 옆면을 한번 쭉 밀어봤죠. 그런데도 신기하게 카트의 기울기 중심은 변하지 않더라고요. 연인이 보기엔 별일 아닌 것처럼 장바구니에 물건 담았는데, 저는 매번 카트가 내 쪽으로 기울 때마다 “이거 고장난 건가, 아니면 나만 중력이 강한 건가”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쯤 되니까 장난도 하고 싶어져서, 연인한테 슬쩍 물어봤어요. “야, 나 이거… 너랑 같이 타면 롤러코스터야?” 연인이 또 웃어요. “아니, 카트가 너만 싫어하는 거지.” 그 말에 저는 괜히 더 억울해져서, 카트 세우는 버튼도 확인하고 바퀴도 눈으로 훑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어요. 바퀴는 멀쩡해요. 문제는 카트의 마음… 아니, 제 운명 같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과일 코너에서 한 번 더 시도했어요. 제가 손잡이를 양쪽으로 균형 있게 잡는 척하면서, 연인은 “자, 이제 너 책임져” 같은 표정으로 카트를 저 쪽으로 밀고요. 근데 제가 균형 잡는 순간은 잠깐이고, 카트는 또다시 제 쪽으로 살금살금 기울더라고요. 연인이 그걸 보고는 완전 확신한 얼굴이었어요. “봐. 너는 그냥 카트가 타는 게 아니라, 카트가 네 쪽으로 넘어가려고 해.”
솔직히 그때부터는 물건 고르기도 좀 집중이 안 됐습니다. 균형이 흔들리면 제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내가 카트를 잘못 끌고 있나” 자책하게 되고요. 그러다 파트별로 카트 밀고 돌아다니다가, 계산대 앞에서 다른 카트를 잠깐 봤는데 그 카트는 멀쩡하더라고요. 그러면 결론은 하나죠. 제가 탄 카트만 저를 견제한다는 것.
연인은 이걸 소재 삼아 계속 놀렸어요. “오늘 장본 거, 카트로 옮기지 말고 네가 품에 안고 가자. 카트가 너 편 들어서 기울잖아.” 저는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진짜로 근거를 찾고 싶었어요. 혹시 카트가 제 쪽 바퀴에 먼지가 끼었나, 혹시 카트 바퀴 중 하나가 살짝 달아오른 건가… 그런 실험을 하고 싶었는데 연인은 실험 대신 드라마를 만들어요. 제 옆에서 계속 “자기야, 이제 기울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요.
결국 마지막에 계산 다 하고 짐 정리할 때쯤, 연인이 조용히 카트 손잡이 방향을 바꿔 잡더니 카트가 잠깐 반대로 기울었어요. 그 순간 저는 눈치 챘죠. 카트가 아니라, 손잡이 각도와 제 손목 힘이 어딘가 미세하게 틀어진 거예요. 근데 왜 하필 그 틀어짐이 처음부터 끝까지 제 쪽으로만 반복됐냐는 게 문제였고요. 연인이 말하더라고요. “너도 모르게 손목을 딱 그 각도로 쓰고 있었네. 근데 왜 하필 카트가 너한테만 반응해?”
집에 와서 사진 보니까 더 웃겼어요. 카트 기울어지는 순간마다 제가 무심코 긴장한 얼굴로 물건을 고르고 있더라고요. 연인은 편한 표정으로 ‘그냥 장 보는 사람’ 모드였고요. 저는 그 사진 보면서 생각했어요. 세상에 신기한 게 많지만, 연인이랑 장보러 가서까지 제 팔 근육이 카트를 좌우로 잡아끌고 있다는 사실이 제일 신기하다고요. 다음에 또 장보면 저는 손목 힘부터 체크할 겁니다. 그리고 혹시 또 카트가 기울면… 이제는 제가 아니라 카트가 저를 장바구니에 담으려는 거라고 우기기로 했어요. 웃자고 시작한 장보기가, 어느새 제 별명이 ‘중력 편향’이 됐다는 결말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