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채팅 중에 내가 먼저 사과를 했어
당근 채팅 중에 내가 먼저 사과를 했어. 정확히 말하면, 물건도 아직 못 받았고 돈도 막 입금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상대방이 “괜찮아요”라고 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죄송합니다”부터 던져버린 거야. 근데 그게 이상하게도, 오히려 분위기가 더 풀리더라.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스스로도 웃김.
상황은 이랬어. 나는 동네에서 중고 선풍기를 팔려고 내놓은 사람인데, 누가 당근으로 연락을 했어. “오늘 저녁에 가도 될까요? 집이 근처라서요.” 이런 식. 나도 깔끔하게 “네, 가능해요. 몇 시쯤 오실까요?” 하고 답했지. 근데 상대방이 답을 늦게 주더라고. 나는 그게 별일 아닌 줄 알았는데, 손이 먼저 근질거렸는지 자꾸 확인하게 되더라. 문자 알림 뜨면 바로 들어가고, 또 확인하고… 그게 내 멘탈을 깎아먹더라.
그날 저녁쯤, 상대방이 “어제 사진이랑 똑같이 맞죠? 색이 살짝 다를까 봐요”라고 물어봤어. 사실 선풍기 사진은 내가 찍어 올린 그대로였고, 모델도 확실했거든. 근데 나는 순간 “아, 내가 설명을 제대로 안 했나?” 싶어서 급하게 답했어. “사진이랑 동일해요. 제발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같은 문장까지는 아니었지만, 톤이 약간 방어적이었지. 그러니까 내가 보기엔 친절했는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약간 ‘변호하는 느낌’이 났을지도 몰라.
그 다음부터 타이밍이 꼬였어. 상대방이 “그럼 예약하고 갈게요!” 하고 약속 시간을 잡았는데, 막상 내가 그 시간에 맞춰 밖에 나가려는 순간 또 답이 와. “아 제가 지금은 조금 늦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라고. 보통은 여기서 내가 “괜찮아요” 하고 끝내면 되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순간 마음이 먼저 불편해지더라. ‘나도 조금 전에 늦어진 거 같은데, 상대방이 또 죄송하다고 하네?’ 이런 식으로 내 머리가 이상한 논리를 만들었지.
그래서 내가 뭘 했냐면, 그 늦는 사과를 받기도 전에 내가 먼저 사과를 해버렸어. “아 제가 앞서 답이 좀 늦었던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면 제가 잠깐 기다릴게요. 죄송합니다.” 이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도, 솔직히 내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더라. 사과의 사과가 된 느낌? 근데 상대방이 바로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늦는다고 연락드렸는데 먼저 사과하셔서 마음이 편해졌어요”라고 답했어. 그 말 듣고 나서야 아, 내가 쓸데없는 방어를 했던 게 아니라 상대가 불편할까 봐 선제적으로 정리해 준 거구나 싶었지.
잠깐 기다리고 있자고 했던 내가 결국 더 기다렸어. 상대방이 도착했을 때 표정이 생각보다 밝았는데, 나한테 하실 말이 있는지 물어보더라고. “저 아까 제가 사과를 먼저 했는데, 왜 상대방이 또 사과하니까 어색하긴 하더라고요. 근데 사과가 아니라 배려 느낌으로 오셔서 좋았어요.” 그리고는 선풍기를 보더니 “생각보다 상태가 좋네요. 청소까지 하신 거예요?” 하고 되게 고맙게 말했어. 나도 그제야 선풍기를 준비할 때 대충 닦아둔 게 티가 났구나 싶었지.
여기서 끝이 아니라, 거래가 끝나고 나서도 웃긴 일이 있었어. 상대방이 계산하고 가기 직전에 “혹시 제가 아까 질문을 좀 귀찮게 한 것 같죠?”라고 묻더라. 아니 그건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 걱정할 일이었는데, 분위기가 이미 ‘사과 사이클’로 들어간 거야. 그래서 나는 또 “아니요. 질문해주셔서 오히려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어요”라고 대답했지. 이쯤 되면 서로 사과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마음 안정시키는 사람이 된 느낌이랄까.
사실 나중에 생각해보면, 내가 먼저 사과한 건 완전히 논리적으로 필요했던 건 아니었어. 근데 당근 채팅은 이상하게도 감정이 먼저 섞여 들어가잖아. 늦을 수도 있고, 사진이 불안할 수도 있고, 상대 입장에서는 ‘내가 귀찮게 했나?’ 같은 상상이 자동으로 생겨. 그 상상을 없애려고 내가 먼저 손을 내민 거지. 그래서 상대도 덜 움츠러들었던 것 같아. 내가 먼저 사과했더니 상대가 더 편하게 대화를 이어가더라, 정말 신기하게.
그리고 거래 후기까지 남겼는데, 거기서 상대방이 “선풍기 상태 좋고, 대화가 매너 있어요. 사과하실 필요 없었는데도 배려해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적어줬어. 나는 그 문장을 읽고 혼자 피식했지. 필요 없긴 했는데… 이미 내가 보내버린 사과는 취소가 안 되니까. 그래도 그 사과 하나로 관계가 매끈해졌으니, 결과적으로는 괜찮았던 거 아닐까 싶어. 당근 채팅에서도 가끔은 ‘빠른 사과’가 주문처럼 통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