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주문했는데 배달원이 내 이름을 잘못 말함
배달 주문했는데 배달원이 내 이름을 잘못 말함. 이게 진짜 별거 아닌 것 같다가도, 막상 당하고 나면 몇 시간 동안 자꾸 곱씹게 되는 종류의 이벤트더라. 내가 주문한 건 치킨이었고, 나는 현관 앞에서 휴대폰 화면 새로고침을 하며 “어서 와라~” 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귀찮게 들리는 수준이었어. 배달원이 문 앞에 딱 도착하더니, “혹시… 민수 씨 맞으세요?”라고 묻는 거야. 근데 내 이름이 민수가 아니라는 건 평소에도 내 주민등록증을 봐도 나오는 사실이라서, 나는 잠깐 멈칫했다. 그러면서도 혹시 내가 착각했나 싶어서 “아뇨, 저는…” 하고 말이 이어지기 전에 그는 이미 벨을 한번 더 누를 타이밍을 잡고 있더라.
그래서 나는 정중하게 “죄송한데 제 이름은 정훈이에요”라고 했지. 그러자 배달원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주문 내역을 다시 들여다보더니, “아… 그러면 정훈 씨 맞네요. 제가 방금 잘못 읽었나 봐요” 이러는 거야. 이 말이 좀 웃겼던 게, 이미 한 번 틀렸다고 해도 괜찮은데, 그 뒤에 “잘못 읽었나 봐요”가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서 내가 사과받는 기분이 들었어.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 배달원이 치킨 박스를 들고 계단을 몇 번이나 확인하는데, 마치 “혹시 이 집에 민수 씨가 살았나?”를 실제로 떠올리는 표정이더라. 나는 “괜찮아요, 치킨 드시면 되죠”라고 했고, 그는 “감사합니다 정훈 씨! 여기 두고 갈게요”라고 말하면서 포스기를 들고 나가려다 말고, 갑자기 한 번 더 현관 쪽을 돌아봤어.
그때 내가 알 수 있었지. 그는 단순히 내 이름만 틀린 게 아니라, 집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다 똑같은지 확인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았어. 그러면서도 계속 “민수 씨”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마지막에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면서도 “민수 씨!” 하고 한 번 더 부르는 거야. 그 순간 나는 웃음이 나서 참느라 얼굴이 굳었다. 같은 주민번호 체계로 묶여 있나 싶을 정도로, 그는 민수와 나를 한 세트처럼 취급하고 있었음.
그리고 여기서부터 진짜 웃긴 일이 시작됐어. 치킨을 먹기 시작했는데, 같이 딸려온 영수증을 보게 되더라. 영수증 상단에 배달완료 문구랑 함께 적힌 메모가 있었는데, 그게 “민수님 감사합니다”였어. 나는 분명히 “정훈이에요”라고 했는데, 배달 앱에는 여전히 민수라고 남아있는 거지. 그래서 나는 치킨 한 입 베어 물고 “아니, 이 사람은 내 이름을 어디까지 확신한 걸까” 싶어서 한동안 입맛이 뚝 떨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더 이상하더라. 다음 날, 내 폰에 배달 앱 알림이 왔거든. “배달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그 밑에 안내 문구가 있었어. “민수님, 만족도는 어떠셨나요?” 이렇게 뜨는 거야. 나는 그때야 확신했다. 이 배달원은 내가 민수가 아니라는 걸 알아도, 시스템은 끝까지 민수로 박아두는 타입이었어. 마치 내가 민수인 세계관이 따로 있고, 나는 그 세계에 잠깐 잘못 들어온 느낌?
그래서 나는 결국 어이없는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어. “정훈인데 왜 민수로 불렸지?”라고 따지면, 아마 배달원은 “제가 주문할 때 읽힌 대로 말했습니다”라고 할 거고, 앱은 “고객님 성함이 민수로 입력되어 있어요”라고 할 거다. 그런데 내가 주문할 때 분명히 내 이름을 입력했는데, 왜 민수가 됐는지는 알 수 없었어. 혹시 내가 예전에 다른 사람이 대신 주문한 적이 있는데 그게 저장돼 있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키보드 자동완성 같은 게 장난친 건가 싶더라.
결국 나는 만족도 조사에 남길 메시지를 고민하다가 그냥 한 줄로 정리했어. “치킨은 맛있었습니다. 다만 제 이름은 정훈이에요. 민수님도 다음엔 꼭 본인으로 주문하세요!” 이건 누가 봐도 웃자고 적은 티가 나는데,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민수라고 불렸다고 해서 기분이 나빴던 건 아니야. 오히려 누군가가 내 앞에서 그 이름을 꺼내는 순간이 너무 진지해서, 웃음이 먼저 나왔다.
오늘도 가끔 치킨 광고 같은 거 보면 괜히 민수가 떠올라. 내가 정훈인 걸 알면서도, 한 번쯤은 “혹시 민수라는 이름의 내가 따로 살고 있나?” 같은 상상을 하게 되거든. 배달은 끝났는데, 이름 하나로 하루가 길어지는 게 참 웃기지 않냐. 다음에 주문하면 내 이름을 다시 확인해야지—라고 다짐하면서도, 또 배달원이 “정훈 씨 맞죠?” 하고 부르면 왠지 내가 민수였던 것처럼 잠깐 얼어붙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