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사무실 냄새를 누가 바꿨는지 모르겠음
회사 출근해서 엘리베이터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있어요. “오늘 사무실 냄새, 누가 바꿨나?” 진짜로요. 평소엔 약간 먼지 낀 책상 냄새랑 커피 머신 특유의 텁텁한 향이 섞여서 그냥 ‘아, 월요일이네’ 하는 정도였거든요. 근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공기가… 향수 뿌린 것처럼 달큰하고 묘하게 화장품 매장 같은 느낌이 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제가 늦잠 자고 출근하느라 컨디션이 이상한 줄 알았어요. 그래서 창문 살짝 열어봤는데, 환기해도 냄새는 안 빠지더라고요. 오히려 바람 타고 더 퍼져서 “아, 이건 누군가 공기 질을 조작했다” 싶었습니다. 문제는 그 냄새가 새로 산 방향제 냄새 같은 게 아니라, 약간 달고 부드러운 계열이라 사람을 멈칫하게 만들어요. 회의실로 들어가는 순간 누가 뒤에서 향을 입힌 느낌…
그날 회의 시작하자마자 팀장님이 “오늘 공기 좀 좋아졌죠?” 이러시는 거예요. 저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좋아졌다는 말을 들을 땐 보통 좋아져야 하는데, 제 코는 지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모드였거든요. 다들 아무렇지 않게 마시듯 이야기하니까 저만 유난 떠는 것 같아서, 그냥 “어… 네” 하고 고개만 끄덕였죠.
근데 점심쯤 되니까 더 확실해지더라고요. 평소엔 점심 시간 지나면 사무실 냄새가 기름 냄새랑 인스턴트 커피로 바뀌는 편인데, 그날은 그 사이사이에 향이 끼어들었어요. 도시락 먹는 사람들 입에서 김이 나는지 모르겠는데, 공기는 계속 꽃향 비슷한 걸로 덮여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깨달았어요. 이건 누군가 실내를 “쾌적”으로 만들려다가, 코로 죄를 짓는 타입의 이벤트를 한 거구나…
퇴근 전 확인하려고 여기저기 냄새를 맡아봤어요. 보통 냄새는 특정 구역에서 시작되면 점점 퍼지는데, 이번 건 시작점이 애매해요. 책상 밑도 아닌 것 같고, 화장실 쪽도 아닌 것 같고, 정수기 옆도 아니고… 그러다 누가 지나가며 잠깐 맡히는 향이 있었습니다. 분명 누군가 “오늘 컨디션 좋게 가자” 하고 뿌리고 나간 향은 아니더라고요. 사람 냄새가 아니라 공기 자체가 바뀐 느낌이라, 더 골치 아팠어요.
그래서 결국 물어보기로 했는데, 이게 또 문제예요. 회사에서 냄새를 물어보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곧바로 ‘냄새 담당’이 됩니다. “아, 혹시 누구 향수 바꿨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상대는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너야말로 냄새 문제 제기하는 사람”이라고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안전한 문장으로 던졌습니다. “혹시 오늘 공기청정기 필터나 방향제 교체했나요?” 이러니까 다들 잠깐 멈추고 각자 자기 갈 길을 찾더라고요.
그런데 진짜 웃긴 게, 누가 교체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예요. 어떤 분은 “아, 지난주에 누가 뿌려놓은 거예요?” 하고, 또 어떤 분은 “공기청정기 자동모드가 바뀐 것 같아요” 하고요. 누가 봐도 누군가가 뭔가를 ‘설정’했는데, 다들 책임 회피를 합창처럼 맞춰 부르니까 분위기가 더 이상해졌습니다. 제가 계속 추궁하면 끝에 가서는 “냄새는 원래 각자 체취가 있어서…” 같은 말이 나오고, 그러다 결국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코스예요.
밤 되기 직전, 저는 마지막 카드로 결제를 확인해봤어요. 회사 공용 계정으로 누가 결제한 게 있는지, 소모품 구매 내역에 뭐가 올라와 있는지요. 그리고 정말로 결정적인 단서가 뜹니다. ‘사무실 방향제(대용량) + 향 리필’이라고 딱 적혀 있는 거예요. 금액도 크지 않은데, 품목이 너무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결제자 이름이… “전산지원”으로 찍혀 있었습니다. 전산지원은 누가 봐도 사무실에 향을 뿌릴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전산지원 팀에 가서 “이거 혹시 누가 주문했어요?” 하고 물었더니, 그쪽에서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더라고요. “아, 그거요. 장비 점검하러 갔다가 누가 냄새 민원 넣어둔 걸 처리했어요. 향이랑 관계된 민원은 제가 해결 담당이거든요.” 그 말에 저는 어이가 없어서 한 박자 쉬었죠. “민원요?” 그러니까 전산지원 분이 바로 덧붙이더라고요. “네. ‘컴퓨터실에서 뭔가 냄새가 난다’는 민원 있었는데, 그게 사무실 전체로 확장된 것 같아요.”
결국 결론은 이겁니다. 회사에서 사무실 냄새를 바꾼 사람은 ‘향을 좋아하는 사람’도, ‘멋내려고 뿌린 사람’도 아니었어요. 누군가 컴퓨터실에서 냄새 민원을 넣었고, 그걸 해결하려고 누군가가 향 리필을 주문했는데, 그게 사무실 전체 공기와 똑바로 맞물린 거죠. 그래서 우리는 지금 악취를 향으로 덮어버린 팀워크의 결과를 하루 종일 들이마시고 있었던 겁니다. 오늘도 출근하면 냄새가 또 무슨 모드로 바뀌어 있을지 모르겠어요. 근데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다음엔 민원 제목을 ‘냄새’ 말고 ‘향의 방향성’이라고 써야… 아니, 그쯤 되면 저도 결국 향 조합 담당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