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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야근하려는데 하필 승강기가 고장남

2026-06-25 20:41:12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에서 야근하려는데 하필 승강기가 고장남. 오늘만큼은 진짜 “내 인생은 엘리베이터가 결정한다” 같은 말을 믿고 싶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제 선택지를 없애버리더라. 퇴근 조금 전부터 밀리더니, 내가 야근 깔아야겠다 마음먹는 순간 승강기 화면이 갑자기 까맣게 됐어. 옆 직원이 “오, 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그 표정이 이미 고장 난 지 오래된 사람의 눈빛이었음.

처음엔 설마 했지. 잠깐 멈춘 거겠지, 버튼 한 번 누르면 다시 돌아오겠지, 이런 희망을 품고 1층에서 계속 눌렀는데 반응이 없더라. 대신 안내 방송이 나와서 “현재 승강기 운행이 원활하지 않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하길래, 그 문장 자체가 오늘의 운명을 선포하는 것처럼 들렸어. 방송은 정중했는데 내용은 참 단호했고,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오늘은 층수와의 협상 불가”를 깨달았지.

문제는 내가 몇 층을 올라가야 하냐는 거였어. 우리 팀이 있는 층이 12층인데, 야근 시작하면 문서도 챙겨야 하고, 프린트도 돌려야 하고, 회의 자료 파일도 옮겨야 돼. 평소엔 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띵” 소리 한 번이면 끝이잖아. 근데 지금은 그 “띵” 대신 계단에서 “쿵쿵쿵”을 해야 한다는 사실. 순간 내가 왜 운동을 안 했는지 과거의 나를 원망하게 됐어. 그냥 스트레칭이라도 꾸준히 했으면 덜 억울했을 텐데…

그래도 다들 바쁘니까 별일 아니겠지 싶었는데, 직원들이 하나둘 계단 앞에 모이더라. 어떤 분은 “아, 오늘은 체력 관리의 날이네” 하면서 가볍게 올라가고, 어떤 분은 “저기 고장난 거 오래 가는 타입이야”라고 속삭이듯 말하고, 어떤 분은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서서 휴대폰으로 고객센터 번호를 찾더라. 난 그동안 야근을 ‘업무’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재난 대응’처럼 바뀌는 느낌이었어. 특히 회사 특유의 조용한 공기랑 계단 소리 조합이, 마치 미지의 던전에 들어간 기분을 줬다.

12층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어. 처음엔 “괜찮아, 12층이 뭐 대단하냐” 했는데, 6층쯤부터 종아리가 먼저 배신하더라. 그리고 그날따라 왠지 계단에 바람이 통하는 느낌이었는데, 그 바람이 내 열정을 증발시키는 느낌이었지. 자료는 손에 쥐고 올라가야 해서 더 힘들고, 가끔 동료가 뒤에서 따라오면 서로 말은 안 하지만 표정만으로 “너도 고생이지?”가 전달되는 그 분위기 있잖아. 그 표정이 참… 동질감이 아니라 ‘동료애’랑 ‘체력 고장’이 섞인 얼굴이더라.

그래도 결국 12층 도착은 해야 하니까 갔고, 문제는 거기서 또 한 번 터졌어. 승강기가 고장 난 건 우리 팀 층까지 영향을 끼치는데, 사무실이 고층이라 그런지 공용 물품을 옮기는 직원이 늦어지는 거야. 원래 야근 시작하면 필요한 물품들이 1층에서 올라와야 하는데, 그게 안 올라오는 바람에 나는 작업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잠깐만요”를 세 번이나 했다. 세 번 다 같은 말이지만, 들리는 입장에선 매번 다른 핑계처럼 들렸을 거다. 그리고 그 사이에 팀장님이 “왜 시작이 늦지?”라고 묻길래, 나는 하필이면 하게 된 말이 “엘리베이터가요…”였지.

팀장님은 한 번 웃고는 “그래, 오늘은 너희가 승강기 대신 업무를 들어올리는 날이네”라고 하더라. 농담인데 농담 같지 않아서 더 열받았음. 나는 웃지도 못하고, 그냥 더 열심히 하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 그런데 그때 옆자리 선배가 조용히 말하더라. “오늘 엘리베이터 고장 오래 간다. 예전에 비슷하게 고장 났을 때는… 다음날까지도 그대로였어.” 그 말을 들은 순간, 내 야근 계획표가 ‘하루 더하기’로 변환되는 느낌이 들었어. 마음속 달력에서 빨간 글씨가 자동으로 생성되더라.

그렇게 나는 계단과 함께 하루를 살아냈어. 엘리베이터는 안 오는데, 업무는 계속 오고, 메신저는 계속 울리고, 회의는 계속 생기고.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서 언젠가 한계가 오잖아. 나도 중간쯤에 “이건 진짜로 체력 테스트가 아니라 업무 테스트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도 다 같이 올라가고, 다 같이 내려가고, 다 같이 서로를 밀어주는 분위기 만들어지면서 이상하게 팀워크가 생기더라. 평소엔 말 없던 사람들도 “몇 층까지 가세요?” 같은 질문을 하면서, 공통의 고장에 웃을 수 있게 됐지.

결국 밤이 깊어지고, 11시쯤 됐을 때 누가 “아, 다시 돕니다!”라고 외치더라. 그 말 듣는 순간 진짜 감격했어. 마치 내가 잃어버렸던 시간을 찾은 것 같은 기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데, 그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왜 그렇게 ‘축복’처럼 들리던지. 나는 올라가면서도 속으로 생각했어. 오늘은 야근을 했는데, 승강기가 고장이어서 ‘승강기 없이도 업무가 굴러간다’는 걸 증명했구나. 다들 그렇게 한 번쯤은 고장에 감사해봐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 엘리베이터는 다시 고장날 수 있지만, 우리가 계단을 올라가며 쌓아둔 끈기는 쉽게 안 무너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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