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내 월급을 단톡에 공유한 듯한 느낌
어머니가 내 월급을 단톡에 공유한 듯한 느낌… 이 말이 진짜 딱 맞더라. 오늘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휴대폰을 봤는데, 단체 채팅방 알림이 갑자기 와르르 뜨는 거야. 나는 분명히 어제까지는 아무도 내 월급 얘기를 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확신했거든. 그런데 그 확신이 깨지는 순간이 딱 있었지.
방 이름이야 뭐 거창한 것도 아니고, 가족이랑 친척들 섞인 ‘OO가족’ 같은 느낌. 문제는 알림 내용이 “축하합니다~” “요즘 어때요?” “월급 많이 받는대요!” 같은 단어들이 전부 한 번에 튀어나온 거야. 나는 순간적으로 손이 멈추더라. 아니, 대체 누가 뭘 공유했길래 다들 동시에 그런 톤이지? 설마 누가 내가 월급을 올린 걸 ‘느낌’으로 맞힌 건가?
그때 어머니가 부엌에서 “야, 너 단톡방 봤어?” 하고 큰소리로 말하셔. 나는 “뭐요…?” 하고 멍하니 있다가, 방금 알림을 확인한 뒤에야 상황을 이해했어. 어머니가 오늘 아침에 나랑 통화하면서 “엄마가 너 월급 받는 거 자랑 좀 했잖아”라고 태연하게 말하시는 거야. 나는 그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자랑이 아니라… 공유가 맞잖아. 게다가 단톡에.
더 웃긴 건, 어머니가 공유한 방식이 “그냥 축하 정도”가 아니라, 거의 구체적인 수치를 살짝 섞어주신 느낌이었어. 물론 어머니가 “정확히 얼마”라고 박아 넣진 않았는데, 이모가 “그 정도면 이제 생활이 확 편해지겠네”라고 답장을 치자마자, 다들 분위기가 ‘이쯤이면 대충 아는 거지’로 굳어지더라. 마치 누가 중계해준 것처럼 정보가 흐르는데, 그 중계자가 어머니였던 거지.
나는 급하게 “엄마, 단톡에 왜 올렸어”라고 묻는데, 어머니는 “근데 너가 그렇게 열심히 사니까 다들 알아야지. 내가 뭘 그렇게 큰일을 했다고 그래”라고 하셔. 그런데 문제는 ‘다들 알아야지’가 아니라, 나한테는 아직 ‘아직 아무한테도 말 안 한 것’이거든. 회사에서 연봉 얘기는 개인 비밀로 취급되는 편이라, 나도 조심하고 있었는데, 집에서 먼저 터지니까 마음이 좀… 싸해지더라.
그 이후가 더 웃겼어. 단톡방에 메시지가 이어지는데, 다들 너무 친절해. “오~ 이제는 밥값은 너가!” “다음 모임 때는 너가 쏘는 거지?” “월급 들어오면 연락 자주 줘요” 같은 문장들이 계속 나와. 나는 메시지 읽기만 하고 답장을 못 치겠더라. 왜냐면 내가 ‘어머니가 공유했다’는 걸 확정해버리면, 내가 다음부터 단톡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애매해지거든. 축하해줘야 하나, 오해를 풀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유령처럼 살면 되나.
결국 참다못해 어머니한테 “엄마,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그러면 나 다음에 어떻게 행동해”라고 말했더니, 어머니가 “그럼 너가 말해. ‘고마워요, 근데 아직은 모임 쏘기는 어렵다’ 이렇게”라고 하시는 거야. 어머니는 진짜로 문제를 ‘액수’가 아니라 ‘표정과 매너’ 정도로만 보시는 느낌이야. 솔직히 말하면, 매너로 해결 가능한 문제가 맞긴 한데… 나는 이미 내 월급이 단톡방에 ‘공용 데이터’가 된 순간부터 게임이 끝난 기분이었거든.
오후에 회사에서 업무 보는데도 계속 연락이 와. 친척 중 한 명이 “너 월급 이제 괜찮지? 장모님(어머니) 덕분에 잘 됐네” 이런 식으로 말하는데, 장모님이 아니라… 그냥 어머니인데. 나는 이걸 정정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정정하려면 “아뇨, 제가요”부터 시작해야 하고, 그러면 또 어머니의 공유가 드러나고, 또 단톡에서는 “엄마가 또 잘 알더라”로 결론날 것 같더라. 사람 말 한 번 잘못 얹히면 그게 밈이 되는 거 있잖아. 이번엔 내 월급이 밈이 된 느낌이야.
저녁에 어머니가 또 “근데 너 왜 그렇게 표정이 그래. 다들 좋게 말하잖아”라고 하시길래, 나는 겨우 “엄마, 단톡이 제일 무섭다”라고 한 마디 했어. 그러니까 어머니가 “왜, 무섭기는. 가족인데” 하시더라. 나는 그 말이 너무 웃겨서, 결국 한숨 섞인 웃음이 나왔어. 가족인데 무섭다는 게… 가족이라서 더 무섭다는 뜻이잖아. 단톡은 결국 정보가 빨리 퍼지는 곳이니까, 우리 집은 그걸 ‘축하’로 포장하는 재능이 있는 거고.
결론은 이거야. 어머니가 내 월급을 단톡에 공유한 듯한 느낌이 아니라, 거의 공유가 맞았고… 나는 이제부터 단톡방 알림을 ‘복권 당첨’처럼 보게 될지도 몰라. 다만 이제는 알겠어. 월급은 회사에서 받는 게 맞는데, 단톡에서는 엄마가 먼저 박수 치는 거구나. 그리고 그 박수 소리가 들리면, 나는 언제나 다음 메시지로 “밥값은 너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 (눈치가 일상이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