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받고 보니 젓가락이 없어서 당황함
배달받고 보니 젓가락이 없어서 당황함. 분명 주문할 때 “젓가락 포함” 같은 옵션이 있는 것 같았는데, 앱에선 뚝딱 결제만 되고 막상 도착한 건 도시락 뚜껑이랑 비닐봉지, 그리고 당당한(?) 빈손이었다.
문 앞에서 기사님이 “맛있게 드세요!” 하고 가시는데, 나는 손에 든 게 현금도 아닌데 왜 이렇게 손이 가벼운지 이상했다. 봉지를 열어보자마자 눈에 먼저 들어온 건 간장 소스 두 개, 물티슈 한 장, 그리고 반짝이는 밥 위의 김. 근데 젓가락은… 아예 그림자도 안 보였다.
처음엔 설마 저 아래에 숨겨놨나 싶어서 도시락 바닥을 조심조심 뒤집었다. 비닐을 쭉 펴고, 소스 포장 옆을 확인하고, 물티슈를 들어 올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로 없었다. “아, 혹시 전에도 없었던 거 같은데 내가 못 봤나?” 싶어서 다시 주문 내역을 확인하려고 앱을 켰다.
주문 내역엔 “요청사항: 젓가락”이라고 써 있을 가능성이 높게 떠 있었고, 그 순간 내 자존심이 바닥에 쿵 하고 내려앉았다. 분명 내가 요청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뭘 그렇게 깜빡했지? 아니면 가게에서 요청을 받긴 받았는데 깜빡했나?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나는 결국 젓가락 없이 먹는 상상을 해보기 시작했다.
상상은 바로 현실로 이어졌다. 젓가락이 없으니 손가락으로 집어먹으면 되잖아?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너무 비장하게 “내가 지금 예능 찍는 중”이어야 가능한 선택이었다. 도시락 뚜껑은 뜨겁고, 음식은 기름이 살짝 튀는 타입이라 장갑도 없으면 손이 바로 지문으로 뒤덮일 판이었다. 그래서 나는 냉정하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숟가락이 있긴 한데, 그건 국용이라 양념이 묻으면 후처리가 더 귀찮았다. 젓가락 대용으로 가위나 포크 같은 걸 쓰면… 괜히 “나 오늘 뭔 이벤트 하냐” 싶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 나는 가족 단톡방을 열었고, 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였지만 보낸 메시지는 어딘가 망설임이 섞여 있었다. “젓가락 없는데…”라는 한 줄. 상대방은 1초 만에 “그럼 손으로 먹어”라고 답할 확률이 높았다.
그러다 문득, 나는 배달 포장 봉투 옆면을 다시 봤다. 혹시 별도 작은 종이포장에 끼워져 있을 수도 있잖아? 그 생각으로 테이프를 살짝 뜯고 확인하는데, 그때서야 비닐 사이에서 얇은 종이 스티커가 보였다. 종이를 떼어내자마자 “여기 있었네” 싶은 순간이 왔다. 물론 젓가락은 종이 안쪽에 말려 있었고, 내가 그걸 처음엔 소스 포장에 가려서 아예 못 봤던 거였다.
근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젓가락이 있긴 한데, 이미 포장을 꽤 열어버린 상태라 스티커가 반쯤 찢어져 있었다. 나는 그 찢어진 스티커를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젓가락이 아니라 내 멘탈을 붙여놨던 거다.” 그래도 다행히 젓가락은 멀쩡했고, 나는 그제야 첫 입을 떠먹기 시작했다.
한 숟갈, 한 젓가락. 음식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맛있는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웃겼다. 뭔가 대단한 사건이 있었던 것처럼 허둥대다가, 결국은 내 시야가 소스에 막혀 있던 거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배달 오면 무조건 포장을 더듬어 보게 됐고, 앱에 “젓가락 요청”을 해놓고도 스스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가끔 친구가 “너 왜 그렇게 배달 포장 꼼꼼히 보냐” 하면, 나는 그냥 이렇게 말한다. “젓가락 없으면… 그건 내 하루가 아니라 내 자존심이 비어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