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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팀장이 갑자기 ‘존댓말 모드’

2026-06-28 15:41:13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에서 팀장이 갑자기 ‘존댓말 모드’로 전환된 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보통 팀장님은 회의 들어가면 “야, 결론부터” 이런 톤이 기본이었는데, 그날은 분위기가 달랐다.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안녕하십니까”까지 하시더라. 솔직히 그 순간부터 뭔가 사고가 났거나, 아니면 누가 팀장님을 리셋 버튼 눌렀나 싶었다.

아침 회의실에 들어갔을 때도 똑같았다. 팀장님이 모니터 앞에 서서 우리를 쭉 보시더니, 아주 단정한 목소리로 “먼저 진행 상황 공유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하시는 거다. 옆자리 대리님이 “네, 팀장님” 하고 바로 말 이어가는데, 팀장님이 “감사합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까지 덧붙였다. 평소엔 누가 말해도 “그건 나중에 하고”로 끊던 분이 갑자기 칭찬을 장착하니까, 사람 마음이 먼저 불안해졌다.

나는 그날 업무 요청을 받는 순서가 됐는데, 보통이면 “이거 빨리 해”에서 끝났을 텐데 팀장님은 한 문장 더 얹었다. “박 대리님, 가능하실까요? 마감은 오늘 오후 4시입니다. 혹시 어려우시면 지금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말투가 존댓말로 바뀐 건 좋은데, 왜 이렇게 공손한지 오히려 더 무서웠다. 칼 같은 요구가 사라진 게 아니라, 포장지가 바뀐 느낌이랄까.

점심 전 잠깐 커피 들고 사무실 돌아오는데, 팀장님이 복도에서 과장님한테도 존댓말을 하시더라. 과장님이 “팀장님, 오늘 왜 이렇게 다정하세요?”라고 농담을 던지니까 팀장님이 바로 “그렇게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적절한 표현을 고려해보겠습니다”라고 답하시는 거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지 않는 답변이라서, 주변이 웃다가도 금방 조용해졌다. 우리 회사가 갑자기 법무팀이 된 기분이었다.

그날 오후, 팀장님이 회의 중에 슬쩍 ‘존댓말 모드’의 진짜 목적을 드러낸 것 같았다. 백로그 정리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제가 지금부터는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배포 방식도 안내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그 말투가 너무 자연스러운 거다. 평소에 하던 표현을 ‘더 공손한 말’로 바꾸려는 게 아니라, 아예 자신이 바뀐 것처럼 행동하셨다.

나도 참다가 결국 물어봤다. “팀장님, 오늘 혹시… 연수 다녀오셨어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더니, 팀장님이 잠깐 멈칫하더니 “아, 다녀온 건 아니고요. 그냥… 어제 잠깐 반성했습니다”라고 하시는 거다. “반성”이라는 단어에서 이미 뭔가가 터질 것 같은데, 팀장님이 이어서 “제가 지난주에 말이 간결했던 부분이 계셨지 않습니까. 그게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었을 수 있겠습니다”라고 아주 진지하게 말하셨다.

그때 동료 한 명이 조용히 카톡을 보여주더라. 팀장님이 사내 공지로 “커뮤니케이션 매너 캠페인” 같은 게 올라왔다면서, 전사적으로 말투 개선을 독려하는 기간이라고 하더라고. 근데 공지가 올라왔다 해도, 보통은 그냥 ‘좋은 말 쓰세요’ 정도로 끝나는데 팀장님은 그걸 진짜로 받아들인 거다. 문제는 우리 팀장님의 기본 성격이 워낙 직설이라서, 존댓말이 들어가면 오히려 문장이 더 날카롭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저녁이 되니까 조금 익숙해졌다. 팀장님이 “내일 오전까지 수정본 공유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면, 우리는 그제야 “네, 알겠습니다”를 하는 루틴으로 들어갔다. 다만 한 가지는 계속 남아 있었다. 말투는 공손한데, 눈빛과 손동작이 여전히 “지금 당장”이라서, 존댓말과 속도전이 한 몸처럼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웃으며 적응하는데, 정작 팀장님은 스스로도 뭔가 연극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도 똑같이 존댓말 모드였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이틀째 되는 날, 회의가 끝나자 팀장님이 갑자기 원래 톤으로 돌아오더니 “자, 됐고요.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라고 말하신 다음에, 본인이 방금 한 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한 번 더 고치듯 “아, 아니. 내일 다시 이야기합시다”라고 중간에 말을 갈아엎었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진지했다. 결국 우리 회사의 존댓말 모드는 캠페인 덕분에 시작됐지만, 팀장님 개인의 습관은 전혀 못 바꾼다는 결론만 남았다. 나는 그날 집에 가면서 생각했다. 존댓말은 바꿀 수 있어도, 팀장님은 결국 팀장님이라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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