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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에게 ‘나 지금 바빠’ 했더니 케이크가 대신 바쁨

2026-06-29 00:41: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연인한테 “나 지금 바빠”라고 보냈더니, 다음 날 케이크가 대신 바쁜 상태로 도착했어요.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냐 싶어서, 먼저 제 머릿속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저는 그냥 평소처럼 “지금 일정이 있어서 통화는 나중에 할게” 이런 느낌으로, 진짜로 바쁘기만 하거든요.

그날도 회사 끝나고 집 들어가서, 연인한테 짧게 문자 보냈죠. “나 지금 바빠. 나중에 전화할게.” 근데 그 한 줄이 그렇게까지 큰 파장을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저는 ‘바쁘다’는 말이 그냥 저의 현재 컨디션을 뜻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대체 ‘케이크’랑 무슨 상관이 있길래요?

저녁에 또 한 번 확인을 했는데, 연인이 “오케이”라고 답하고는 아무 말이 없었어요. 보통은 “응 괜찮아. 얼마나 바쁜데?” 이런 식으로 되물어야 정상인데, 그날은 조용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아, 그냥 알겠다는 거구나” 하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편해진 게 문제였죠.

자정쯤 되니까 현관 벨이 울리더라고요. 배달도 아닌데, 누구지? 문 열고 보니까 택배 상자처럼 보이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라벨에 제 이름이 딱 적혀 있고, 상자 옆에는 아주 귀여운 글씨로 “바쁨 전달용”이라고 써있더라고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상자 안에서 케이크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상자를 열어보니 진짜 케이크가 있었어요. 게다가 케이크 위에 토핑이 몇 가지 붙어 있었는데, 그게 참 묘하게도 제 문자 내용을 흉내 내는 느낌이었습니다. 작은 초 하나 옆에 “지금 바쁨”이라고 적힌 장식이 있고, 옆에는 “통화는 나중에”라는 띠 같은 종이가 둘러져 있었어요. 저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연인이 제 말을 그냥 듣고 끝낸 게 아니라, 제 말을 그대로 “실물”로 만든 거예요.

제가 멍하니 서서 케이크를 보는데, 카톡 알림이 또 울렸어요. 연인이 보낸 메시지는 짧았습니다. “바쁨은 전달 완료! 오늘은 케이크가 대신 바쁜 거 알지?” 그러고는 사진을 한 장 더 보내더라고요. 사진 속에는 제 케이크가 뭔가에 ‘열심히’ 참여 중인 것처럼 장식돼 있었는데, 달력 모양 종이가 케이크 옆에 붙어 있고 작은 시계 장난감이 “똑” 하고 나란히 있는 구성이었어요.

여기서부터 웃긴 게 시작됐죠. 저는 원래 “나 지금 바빠”라고 하면서, 사실 마음 한쪽엔 “그래도 나중에 꼭 보자는 뜻이야”가 있었거든요. 근데 연인은 그걸 그대로 게임처럼 받아들였어요. 케이크가 대신 바쁨을 수행하는 동안, 제가 해야 하는 건 “바쁨 완료”라고 말해주는 것뿐이더라고요. 그러니까 케이크가 할 일을 다 해놓고, 저는 그냥 리액션 담당이었던 거죠. 이건 사랑이 아니라 협업이었다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당황해서 “케이크가 바빠?”라고 보냈고, 연인은 “응! 너는 바쁘니까 연락은 나중. 대신 케이크는 지금 여기서 열심히 바쁘게 있어”라고 답했어요. 제가 “아니 근데 왜 하필 케이크야”라고 묻자, 연인은 “바쁜 사람은 먹을 것도 챙겨야 하잖아”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하더라고요. 그 말은 또 또렷해서 반박이 안 됐습니다. 결국 다음 날 저는 케이크를 먹으면서도, 배가 아프고 웃음이 터지는 상황이 됐어요.

진짜로 케이크를 베어 먹는 순간, 크림이 입가에 살짝 묻었는데 연인이 그걸 사진으로 남기더니 “이제 바쁨 해제. 이제 너는 나랑 놀 차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결국 “내가 바빴던 게 아니라, 내가 바쁜 척을 했던 거였네…”라고 자폭하며 사과 겸 농담을 했죠. “다음엔 ‘나 지금 바쁨 완료’라고 보낼게.” 그랬더니 연인이 “그럼 다음엔 케이크가 쉬는 걸로 주문할게”라고 해서, 그 말이 너무 귀여워서 더는 뭐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그날 ‘나 지금 바빠’ 한 마디를 했고, 연인은 그 한 마디를 케이크로 승격시켜버렸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어이없는데, 이상하게 그 어이없음이 따뜻해요. 다음에 또 바쁘다고 말하면, 저희 집엔 또 무슨 실물 이벤트가 등장할지 벌써 걱정되거든요. 아마 다음은… “나 지금 회의 중” 하면 미니 회의 테이블 케이크가 오는 걸까요? 저는 일단 오늘은, 괜히 바쁘다는 말부터 꺼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괜히 말했다가 또 케이크가 대신 일하면… 저만 제대로 쉴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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