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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내 방 청소한다고 들어왔는데 내가 외계인 된 기분

2026-06-29 05:41:13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가족이 내 방 청소한다고 들어왔는데, 나는 외계인 된 기분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지구인 맞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내 생활 반경을 탐색하는 느낌. 방문을 열자마자 엄마는 “여기 좀 봐봐” 하고, 아빠는 “먼지가 너무 쌓였네” 하면서 눈빛으로 먼지를 진단하더라. 나는 침대에 앉아 있는데, 마치 관측 대상이 된 생물처럼 가만히 있어야 했다.

처음엔 당연히 도와주겠지 싶었다. 근데 문제는 방식이 너무 ‘가족’이었다. 엄마는 내 책상 서랍을 열고 “이거 뭐야?”를 세 번 연속 외쳤고, 아빠는 청소기 들고 오더니 내 의자 바퀴를 굴리며 한숨을 쉬었다. 여동생은 내 옷장 앞에서 “이건 왜 이렇게 모였어?”라고 말하면서, 내 옷을 마치 박물관 유물처럼 들춰보는 거다. 난 그 순간, 내 방이 내 방이 아니라 누군가의 실험실이 된 것 같았어.

청소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말 그대로 ‘이탈’했다. 왜냐면 내가 물건을 찾는 방식이랑 가족이 물건을 찾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거든. 나는 “이거 어디 뒀지”를 떠올릴 때 감각으로 찾는데, 가족은 “이건 필요 없어 보여”로 판정부터 하더라. 특히 여동생이 내 책 몇 권을 손에 들고 “이건 중고로 팔면 되겠다”라고 했을 때, 나는 누군가 내 지문을 지우는 느낌을 받았다. 내 책은 내 취향의 흔적인데, 그게 갑자기 거래 후보가 되면 기분이 묘하게 뜯겨.

그 와중에 제일 무서운 건 ‘설명’이 안 통하는 거였다. 내가 “이거 아직 안 봤어”라고 하면, 엄마는 “아직 안 봤다는 게 더 문제지”라고 대답했다. 아빠는 “사용하지 않으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라고 말했는데, 그건 내 인생에도 적용되는 원칙 같아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내가 뭘 숨기고 뭘 갖고 있던 게 아니라, 그냥 정리 기준이 다른 것뿐인데도 그들이 내 논리를 인정해주지 않는 순간부터 대화가 아니라 조사처럼 변하더라.

그리고 외계인 된 기분의 절정은 내 방 한가운데 있던 ‘정체 모를 물건’이 사라졌을 때였다. 나는 그게 분명히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족들은 이미 “버리기” 버튼을 누른 뒤였어. 쓰레기봉투가 바닥을 덮고, 봉투는 하나 둘 쌓이는데, 난 그걸 보면서 “아, 이건 철거다” 싶었다. 혹시나 하고 말하면 “아까는 분류하느라 그랬다”는 대답이 돌아오는데, 그건 마치 실수로 행성 표면에 구멍을 낸 뒤 “다시 메울 거야”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그날 나는 청소 상태를 ‘감상’하는 것도 아니고, ‘방어’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왜냐면 가족들은 늘 친절했거든. “괜찮아, 너 나중에 찾기 쉬울 거야”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내 기준을 지워버리는 거야. 마치 외계 생명체가 지구의 질서를 파악하려고, 인간이 쓰는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는데 오히려 인간을 더 헷갈리게 만드는 그런 장면. 웃긴데 웃기지 않은, 딱 그 경계선.

정리 끝나고 나서 침대에 누웠을 때, 방이 새로워진 것 같기도 했다. 벽지 냄새가 조금 더 올라오고 바닥이 반짝거리는 건 사실이거든. 그런데 동시에 이상하게 허전했다. 내 물건들이 내 방식대로 흩어진 게 아니라, 누군가의 기준으로 “재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집에 잠깐 전학 온 느낌. 심지어 책상 위에 내가 올려둔 메모가 다른 위치에 놓여 있어서, 난 그 메모를 읽어보기도 전에 “이건 내 글 맞나?” 하게 되더라.

다음 날, 나는 가족에게 감사한다고 말하려다 중간에 멈췄다. 왜냐면 감사가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억울함’이 먼저 올라와서. 그래서 나는 타협안을 냈다. “청소 잘했는데… 혹시 내가 찾을 거 있으면 말해줄 수 있어?” 이 말 한 마디에 가족들이 “찾아봐, 너가 알아서 정해둔 거야”라는 표정을 짓더라. 그 순간 완전히 확신했다. 나는 외계인이 된 게 아니라, 가족이 만든 새로운 규칙에 적응 못 하는 지구인으로 취급받고 있는 거였다.

근데 웃긴 건, 그렇게 불편했는데도 시간이 지나니까 결국 편해지긴 하더라. 물건을 찾기 쉬워진 건 사실이고, 방이 숨 쉬는 것 같아진 것도 사실이야. 다만 한 가지는 남았다. 청소한다고 들어올 때는 꼭 내가 “이 방의 주인”인지, 아니면 “관측 대상”인지 확인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 그래서 오늘도 나는 문 닫고 혼자 생각한다. 다음엔 청소 미리 말해주면 좋겠다고. 그래야 내가 외계인 모드로 들어가기 전에, 지구인 모드로 준비를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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