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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만들어준 도시락이 너무 푸짐해서 부담

2026-06-30 15:41:14 조회 2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문 앞에 그 사람이 또 있었다. 엄마가 “자, 오늘도 챙겼지!” 하면서 내 손에 도시락을 딱 쥐어주더라. 근데 이게 그냥 도시락이 아니라, 마치 소풍용 생존키트 같은 비주얼이었어. 뚜껑 열기도 전에 무게부터 범상치 않아서, 솔직히 들고 가는 순간부터 이미 하루가 무거웠다.

처음엔 “어차피 회사에서 먹으면 되지” 싶었는데, 도시락을 책상 위에 올리는 순간 사람들이 다 봤어. 옆자리 친구가 내 도시락 보고 눈을 크게 뜨면서 “이거 어디 편의점 도시락이야? 메뉴판이랑 같이 온 거 아냐?”라고 하더라. 맞아, 메뉴판 수준은 아니어도, 구성품이 너무 많아서 진짜 뭔가를 설명해야 할 것처럼 보였지. 나는 “그냥 집에서 만든 거야…”라고 얼버무렸고, 친구는 그 말만으로도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밑반찬부터 시작해서 메인, 디저트(?)까지 들어있었어. 김치, 나물, 계란말이, 불고기 같은 기본 라인업은 물론이고, 내가 점심으로 먹어야 할 양이 아니라 저녁까지 커버할 것 같은 양이 한 번에 들어있더라. 게다가 밥이 그냥 흰밥이 아니라, 위에 뭔가가 올려져 있어서 “이 밥이 왜 이렇게 정성이지?” 싶었어. 나는 순간적으로 “이거 내가 다 먹어야 엄마가 안 서운해하시나?” 같은 생각까지 들더라.

직장인 점심시간은 원래 ‘먹고 끝’이잖아. 근데 이 도시락은 ‘기획하고 마무리’가 필요했어. 숟가락을 들고 첫 입 먹는데, 맛은 진짜 좋았거든. 그런데 너무 푸짐하니까, 한 입 한 입이 죄책감으로 변하더라고. 예를 들면, 맛있으니까 계속 먹게 되는데… 계속 먹다 보면 내 배가 “그만해”라고 말을 걸 거잖아? 그게 문제였어. 맛있어서 그만 못 먹고, 양이 많아서 더 못 먹는 애매한 함정. 이게 바로 도시락의 치명력이다.

게다가 회사에서는 다들 눈치가 있잖아. 내가 도시락을 한참 열어두고 정리하고 있으면, 누가 보기엔 “아 저 사람 집밥 참 잘 먹는다”가 아니라 “무슨 행사 준비하나”로 보일 수 있어. 실제로 팀장님이 지나가다가 잠깐 들여다보시더니 “오늘도 잘 싸 오셨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칭찬인데도 왠지 “다 먹어” 같은 압박으로 들리더라. 팀장님은 내 도시락을 보시고 포장지까지 찬찬히 보신 건지, 다음에 더 푸짐하게 해달라고 하실까 봐 걱정도 됐고.

그래도 나는 마음을 다잡고 “오늘은 조금 덜어 먹자”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 ‘조금’이 어려운 거야. 엄마가 쓴 반찬 하나하나가 다 사연이 있는 느낌이라, 그냥 남기면 내가 누군가의 편지를 찢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결국 나는 반찬을 남기지 못하고, 대신 밥만 좀 줄이려 했는데… 밥 양도 이미 “밥이 아니라 계획” 수준이더라. 밥 위에 소스가 살짝 묻어 있어서 한 숟갈마다 맛있어서, 밥 줄이기는 그냥 작전 실패였어.

결국 점심시간 끝나기 직전에 친구가 “어제도 엄마 도시락이었어?”라고 물어봤고, 나는 그때야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 나는 웃으면서 “응… 오늘은 조금 힘들긴 한데 맛있게 먹고 있어”라고 했어.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그럼 나 이따가 한 입만…”이라고 해서, 그 한 입이 문제였어. 한 입 주고 나면 남은 양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이상 남기면 안 된다’는 마음만 커져. 그래서 나는 웃는 얼굴로 친구의 한 입 요청을 받아주면서도 속으로는 “내일은 도시락 받기 전에 운동하고 와야겠다”라고 다짐했어.

퇴근하고 집에 와서 도시락 통을 설거지하려고 봤는데, 남은 게 거의 없더라. 문제는 남긴 건 없는데도 속이 묵직하다는 거였어. 그날 저녁 내내 “아 내가 오늘 무슨 일을 한 거지?” 싶을 정도로 소화가 느렸고, 누워서 휴대폰만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까지 반찬이 따라왔어. 아침에 엄마가 “푸짐하게 넣었지!”라고 한 그 한마디가, 하루 종일 내 몸에 남아서 계속 계산기를 두드리는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다음 날 나는 결심했어.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 도시락 너무 푸짐해서… 사실 조금만 줄여도 될 것 같아”라고 말해보려고. 근데 전화하기 전에 이미 엄마가 “어제는 잘 먹었어?”라고 먼저 물어보는 바람에, 나는 또 진실을 말하기 어려웠어. 솔직히 말하면, 엄마 마음이 너무 커서 푸짐한 게 죄가 아니라… 내가 그 마음을 감당 못하는 게 문제잖아. 그래서 나는 결국 “잘 먹었어! 근데 다음엔 반찬 하나만 덜 넣어줘!”라고 말했지. 그런데 웃긴 건, 엄마가 “알았어, 하나만 덜 넣을게”라고 하더니 다음 도시락은 또 반찬 하나만 줄인 게 아니라, 구성 전체가 더 정교해져서 더 무겁더라. 결국 나는 깨달았어. 도시락의 푸짐함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엄마의 자신감이라는 걸.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게 너무 부담스럽다가도, 한 숟가락 먹을 때마다 또 기대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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