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옷장 열었더니 방금 누가 정리한 느낌
자취 시작하고 나서 제일 신기했던 순간이 있어요. 오늘 아침에 옷장 문을 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어? 방금 누가 정리하고 갔나?” 싶은 느낌이 딱 들더라고요.
전 자취방에서 옷을 딱히 예쁘게 개켜두는 편이 아니에요. 빨래 걷고 나면 대충 걸어두거나, 바구니에 반쯤 들어간 상태로 다음 날을 맞이하는 게 제 루틴이거든요. 그런데 아침에 문 열자마자 제 방식과는 다른 질서가 보였어요. 셔츠는 색이 아니라 소재별로 정렬돼 있고, 양말은 한 쌍씩 맞춰서 딱딱 접혀 있는 거예요. 그게 너무 티가 나서, 첫 반응이 “내가 지금 꿈꾸나?”였어요.
게다가 옷장 안쪽 냄새가 이상하게 상쾌했어요. 보통은 섬유유연제 향이랑, 제가 며칠째 입고 세탁 안 한 티셔츠 냄새가 섞여 있어야 정상인데, 오늘은 그런 혼합이 없었어요. 딱 “방금 세탁해서 넣은 느낌”이라서, 제가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었거든요. 근데 그 향이 너무 정확히 맞아서 오히려 더 불안해지더라고요. 마치 누가 제 생활 패턴을 보고 따라 한 것 같은… 그런 느낌요.
그래서 저는 확인부터 했어요. 옷장 위에 올려둔 상자, 신발 정리해둔 곳, 수건 더미 위치까지 전부 눈으로 훑고 “어제 제가 이렇게 했나?”를 떠올리려 했죠. 근데 어제 제 기억은 딱 하나였어요. 밤에 배달 시켜 먹고, 그릇 씻다가 귀찮아서 한 번 미루고, 옷은 대충 바닥에 툭 던졌던 장면. 기억이 생생한데 지금 상태는 그 장면이랑 너무 반대라서, 뇌가 잠깐 멈추는 느낌이 들었어요.
“혹시 친구가 와서 정리해줬나?” 싶어서 연락하려고 했는데, 제 친구들은 그런 거 잘 안 해요. 저도 부탁한 적 없고, 무엇보다 제 친구들 톤이 “야 너 옷장 열지 마” 쪽이거든요. 더 이상한 건, 옷장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걸리는 스티커가 있어요. 작년에 제가 “이거 떼지 말자” 하면서 붙여둔 건데, 오늘은 그 스티커가 반듯하게 정렬돼 있었어요. 보통 제가 급하게 열면 스티커가 살짝 구겨져야 하는데, 아무 흔적이 없더라고요.
그 순간 마음속에 “범인” 후보가 하나 늘었어요. 우리 동네에 청소해주시는 분이 계시긴 한데, 방문 시간도 정해져 있고 보통은 복도에서 소리도 나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소리도 없었고, 관리사무소 안내문에 따르면 그 시간대엔 청소가 없어요. 저는 괜히 현관문 쪽으로 가서 손잡이를 한 번 만져봤는데, 문틈에서 바람이 통하는 느낌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최소한 “누가 잠깐 다녀간 것” 같은 물리적 증거는 없는데도, 마음만큼은 이미 너무 확신을 해버린 거죠.
그래서 마지막으로 옷장 제일 안쪽을 봤어요. 거기엔 제가 자주 안 쓰는 옷이랑, 어쩌다 모인 잡동사니가 들어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그 구역만큼은 유독 정갈했어요. 잡동사니로 쓸어 넣던 작은 봉투가 탁 풀려 있지 않고, 끈 묶음 상태로 딱 정리돼 있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는 순간 진짜로 소름이 돋았는데, 이유가 있어요. 그 봉투는 제가 묶을 때 늘 삐뚤어지거든요. 그런데 오늘 봉투는 제 손이 만든 삐뚤함이 없었어요. 마치 ‘누가 저를 잘 관찰한 사람’처럼 보이는 그 정확도 때문에 더 무서웠어요.
결국 저는 그냥 합리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어제 내가 술 취한 건가?” 같은 질문도 했는데, 전 술을 마시지 않았고, 그날 배달 영수증도 확인했고, 스마트폰 기록도 봤고요. 그러다 떠오른 게 하나 있었어요. 지난주에 택배가 와서 옷장 근처에 박스를 잠깐 두었거든요. 그 박스를 누가 치우러 오셨을 가능성… 아니면 관리하시는 분이 내부까지 정리하셨을 가능성. 근데 문제는 관리하시는 분이 제 옷장 안까지 손을 넣을 사람이냐는 거였죠. 아무리 친절해도 그건 선을 넘는 거잖아요.
그래서 오늘 점심에 관리사무소에 전화했어요. “혹시 저희 호 옷장 정리… 같은 거 하신 적 있나요?” 이렇게 물어봤더니, 직원분이 한 박자 쉬더니 “아니요, 그 시간엔 방문 청소가 없고, 옷장 안쪽까지 손대는 일은 따로 없습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 듣자마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어요. 증거는 없는데, 상황은 너무 선명해서요. 다만 마지막에 직원분이 “혹시 누가 문 열고 들어온 흔적은 없으세요?”라고 물어봐서, 그제야 제가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할 걸 나중에 확인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결론은 아직 없어요.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는데, 지금도 옷장 상태가 며칠째 유지되고 있어요. 이상하게 옷을 다시 제 방식대로 아무렇게나 넣으면, 넣는 즉시 정리된 감각이 사라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오늘은 옷장 문을 열어보기만 하고 닫아요. 어느 순간부터 저는 정리라는 게 사람이 하는 행위가 아니라, 어떤 날의 기분이 옷에 묻어오는 건가 싶기도 해요. 혹시 자취방이 저한테 말 걸고 있는 걸지도 모르죠. “야, 너 다음엔 너답게 살지 말고… 나랑 좀 같이 살자.” 그런 느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