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오더니 봉투를 두고 가서 멍해짐
배달 오더니 봉투를 두고 가서 멍해짐. 진짜 이게 무슨 코미디인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어요. 점심이라 배고픈 상태였는데, 문 앞에 음식은 딱 도착했거든요. 근데 배달원이 “고객님 여기 있습니다!” 하고 끝내고 사라진 뒤, 뭔가가 허전하더라고요.
처음엔 제가 뭘 잘못 받은 줄 알았어요. 주문한 건 김치찌개랑 치킨 한 세트, 그리고 콜라 두 캔. 배달 음식 박스는 잘 있었는데, 박스 옆에 종이 봉투 하나가 있던 게 아니었거든요. 배달 어플에서 옵션에 ‘소스 추가’가 있었고, 리뷰에도 “봉투로 소스랑 티슈 줍니다” 같은 말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 봉투가 없으니까, 손이 계속 허공을 찾는 느낌? 손을 뻗었다가 다시 내리게 되는 그 멍함이요.
저는 일단 문 앞을 다시 훑었어요. 신발장 아래, 계단 쪽, 엘리베이터 버튼 근처까지. 근데 배달원이 가져간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뭔가 두고 가서 깜빡하고 간 느낌. 그런데 문제는, 봉투를 두고 간 게 “소스” 같은 사소한 거라면 제가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그 봉투가 없으니 음식이 갑자기 빈 느낌이 나는 거예요.
어플을 확인했더니 주문 내역에 ‘봉투 추가’라고 딱 찍혀 있더라고요. 가끔 배달집에서 소스나 티슈를 따로 담아서 봉투로 주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는 그걸 자동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작 문 앞엔 아무것도 없었으니… 순간적으로 제 뇌가 “지금 뭐가 빠진 거지?”를 계속 돌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화를 걸었죠.
배달 대행 쪽에 연결되자마자, 제가 “봉투를 두고 가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니까, 상대가 잠깐 멈칫하더니 “봉투요? 혹시 어떤 봉투인지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주문 내역 캡처해서 보내면서 “소스랑 티슈가 들어있던 봉투인데, 박스 옆에 없어요”라고 설명했어요. 근데 그때부터 제가 더 멍해진 게… 상대는 계속 “고객님 혹시 드신 봉투가 아니라 받으신 봉투가 맞으실까요?” 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아니, 저는 방금 문 앞에서 음식을 받았고, 봉투는 안 받았다고요. 그런데 상대는 마치 제가 봉투를 집 안 어딘가에 ‘착각해서’ 놓은 사람처럼 취급하는 느낌이라 웃음이 나올 뻔했어요. 그 와중에 배고픔은 그대로고, 치킨은 소스가 없으니 뭔가 맹하게 느껴지고, 김치찌개는 온도만 뜨겁고 맛이 덜 산 느낌이랄까요. 저는 숟가락 들고 “이게 맞나” 하면서 계속 확인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잠깐 뒤에 배달원이 다시 연락이 왔어요. “죄송합니다, 아파트 앞에 봉투를 두고 내렸어요. 지금 다시 내려갈게요”라고 하더라고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제가 멍했던 이유가 한 번에 납득이 되더라구요. 진짜로 누가 봐도 ‘두고 감’이었어요. 저는 물론 좋다고 할 수밖에 없었고, 그냥 빨리 가져오시라고 했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봉투를 갖고 온다고 하더니, 10분이 아니라 20분이 넘더라고요.
저는 그 사이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내가 혹시 너무 예민했나” “아니면 봉투가 아니라 다른 걸 잘못 두고 온 건가”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물더라고요. 그리고 그 생각 중에 제일 웃겼던 건, 제가 괜히 문 앞을 계속 쳐다봤다는 거예요. 마치 봉투가 저기 어딘가에서 걸어오는 걸 기다리는 사람처럼요. 배달 문 앞 풍경이 갑자기 스릴러처럼 바뀌는 느낌…봉투 하나 때문에 마음이 동요하다니 싶었는데, 그게 진짜였어요.
결국 30분쯤 지나서 배달원이 다시 도착했는데, 손에 봉투가 들려 있더라고요. 저는 순간 안도감이 확 올라오면서 “드디어!” 하고 받았습니다. 근데 봉투를 보자마자 또 멍해졌어요. 봉투 안에 있던 게 제 예상과 조금 달랐거든요. 소스는 있었는데, 제가 추가로 기대하던 다른 구성품이 없고, 대신 제가 주문하지 않은 작은 젓가락 포장 같은 게 들어있더라고요. 배달원이 “아까 봉투 들고 내리다가 다른 거랑 섞였나 봐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웃으면서도 “그래도 감사합니다, 근데 다음엔 봉투는 정확히 부탁드려요”라고 말했어요. 배달원이 고개 숙이면서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전화를 끊고 나서 치킨 한 조각을 먹는데, 아까보다 훨씬 나아졌어요. 근데 웃긴 건, 그날 내내 제가 기억한 건 음식이 아니라 봉투였습니다. 배달 오더니 봉투를 두고 가서 멍해짐… 제목 그대로, 제가 봉투 때문에 멍해진 하루였거든요. 지금도 가끔 배달 오면, 저는 박스를 열기 전에 문 앞을 한 번 더 확인해요. 혹시나 또 봉투가 저를 놀리고 사라질까 봐요. 그리고 그 생각이 들 때마다, 어느 배달원님이 동시에 “봉투를 두고 갔네” 하고 본인을 자책하며 뛰어오는 상상까지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