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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주차하다가 경계석에 긁혔는데 보험 얘기만 먼저 나옴

2026-07-02 15:41:11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차 주차하다가 경계석에 긁혔는데, 그날따라 사람들 말이 왜 그렇게 보험부터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긁혔다”는 말이 입에서 나오기도 전에, 이미 상대는 제 옆에서 보험사 상담원 모드로 변신해 있더라고요.

장소는 회사 근처 골목인데, 주차 공간이 늘 그렇듯 ‘딱 들어간다’ 수준이었습니다. 운전은 대충 익숙한데, 그날은 하필 비도 살짝 오고 시야가 좀 애매했어요. 후진해서 각도 맞추다가 휙— 하는 소리랑 함께, 범퍼가 아니라 바퀴 쪽이 경계석에 쓸린 느낌이 딱 왔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어? 경계석이 생각보다 튀어나왔나?”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려 했어요. 유심히 보니까 하필이면 티가 딱 있는 곳이라서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근데 그 순간, 제 옆에 있던 차주(같이 주차하고 있던 분)가 제 표정을 보더니 말하자마자 “보험 처리하면 되죠”를 바로 꺼내더라고요.

저는 “보험요? 그냥 긁힌 정도라…”라고 말하려는데, 상대는 이미 대화를 ‘보험 상담 코스’로 예약해둔 사람처럼 속도를 안 줄였어요. “대물로 하면 되고, 사진 몇 장만 찍고…” 이러는데 저는 사진 찍기 전에 제 자존심이 먼저 찍힌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상대가 뭘 그렇게 잘 아는지 순간 의문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제가 “보험 안 되면 현금으로 처리하면…” 같은 말도 꺼내봤는데, 그분은 단호하게 “현금은 나중에 더 복잡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맞는 말인 건 알겠는데, 문제는 제가 아직 ‘내가 얼마나 긁혔는지’조차 확신이 없다는 거예요. 아직 제 머릿속에서는 공포영화가 한 편 끝나지도 않았는데, 상대는 이미 리모컨으로 엔딩 자막까지 틀어버린 느낌이랄까요.

차 긁힌 게 그렇게 거창한 사건이 되나 싶어서, 일단 제가 직접 타이어 주변이랑 범퍼 라인을 만져봤습니다. 손으로 만지면 더 심해질까 봐 조심스럽게 봤는데, 외관은 생각보다 얕아 보이더라고요. 그런데도 상대는 “보험이 제일 깔끔합니다”를 계속 반복했어요. 솔직히 그 말 들을 때마다 저는 제 차가 아니라 제 사고방식이 보험 약관에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건 정비소 전화였는데, 정비소 얘기는 뒷전이고 보험사 얘기만 전면에 나왔습니다. 심지어 “어차피 상대 없으면 접수 안 해도 되고…” 이런 식으로, 제 사고 현장을 이미 본인 머릿속 시나리오로 완성하는 거예요. 저는 속으로 ‘이게 내 차인데, 내 머릿속 결론은 아직인데…’ 이 생각만 계속 들더라구요.

결국 사진은 찍고, 보험 얘기는 멈추지 않고, 저는 괜히 휴대폰 배터리가 빨리 닳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정비소에서는 “바퀴 근처 긁힘이면 도장만 한 번 보고 판단”이라고 하길래, 그제야 제가 좀 안심했죠. 그런데도 상대는 “그래도 보험은 해두면 좋죠”라며 마지막 한 방을 더 날리더라고요. 그 말이 아주 틀리진 않지만, 타이밍이 너무 정확해서 괜히 더 웃겼습니다.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났어요. 차 주차하다가 경계석에 긁히는 건 흔한 일일 수 있는데, 그날은 제가 말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보험이 결론으로 들어와 버렸다는 게요. 그래서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저도 미리 한마디 해보려고 합니다. “저 지금 아직 사고 난 건지 확인 중이라 보험은 잠깐만요.” 이렇게 말하면, 아마 상대도 갑자기 멈추겠죠. 물론 그 전에 제가 먼저 경계석을 피하는 연습을 해야겠지만요. 결론은… 보험 얘기보다, 경계석 얘기를 먼저 하는 사람이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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