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면서 물티슈 다 쓴 줄 알았는데 한통 더 숨겨져 있음
자취 시작하고 나서 생활템 체크하는 게 취미처럼 됐는데, 어느 날 물티슈가 딱 바닥났다고 확신했거든요. 원래 쓰는 속도가 빠르긴 한데 설거지하다가 손 닦고, 싱크대 닦고, 가끔 흘린 거 닦고… 그러다 보니 “오늘이 마지막 한 장” 같은 느낌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밤에 쓰고 나서 휴지통 옆에 두었던 물티슈 통을 만져봤는데, 손끝에 바닥 감촉만 느껴져서 완전 끝난 줄 알았죠.
근데 문제는 제가 그날 꼭 뭔가를 더 해야 했다는 겁니다. 면도하고 세수하고, 탁자 위에 먼지 조금 닦고… 자취방은 한 번 더 닦아야 하는 순간들이 계속 생기잖아요. 그래서 결국 냉장고 문 닫는 손, 싱크대 수도꼭지 잡는 손까지 다 물티슈 생각하면서 “없으면 어쩌지?” 했는데요. 손 닦는 용도는 휴지로도 되긴 하는데, 손에 뭔가 묻었을 때 휴지로 비비면 끈적임이 더 남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오늘은 물티슈 없이도 버티는 날’이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물티슈 대신 젖은 수건을 찾으려고 욕실 문을 열었는데, 수건은 멀쩡히 걸려 있긴 하더라고요. 근데 수건은 또 빨래해야 해서 귀찮고, 물티슈처럼 바로바로 쓰고 버리는 감성이 안 나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그럼 오늘은 최소한만” 하고 생활을 정리했어요. 문제는 그게 시작이라는 거… 정리하다 보면 더 필요해지는 거 있잖아요.
그날 밤에 설거지하면서 마지막 물티슈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문득 싱크대 아래를 한 번 더 훑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보통 물티슈는 한 통 쓰면 끝나서 바로 버리는데, 제가 성격이 좀 급해서 “없다=끝”으로 판단하고 정리한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싱크대 문을 열고 아래 선반을 봤는데, 아예 텅 비어 있는 줄 알았는데… 선반 뒤쪽에서 뭔가 각이 지더라고요.
그 순간부터 심장이 좀 빨라졌습니다. 왜냐면 선반 뒤쪽은 그냥 “가끔 숨겨진 것들”이 쌓이는 구역이거든요. 예를 들면 안 쓰는 영수증, 누가 주고 간 작은 소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른 청소용품 같은 것들요. 저는 조심스럽게 손을 넣어서 꺼냈는데, 아니 이게 웬걸, 물티슈 한 통이 멀쩡하게 포장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생각한 바로 그 브랜드랑 크기, 그리고 상단에 “이제 다 쓴 줄 알았지?” 같은 표정이… 아니 그건 제 착각이겠지만요.
솔직히 순간적으로 웃음이 났어요. 자취방이란 게 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느끼고 싶잖아요. 근데 그 통 하나가 갑자기 제 통제력을 비웃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안도도 됐어요. 물티슈가 있으면 세상 문제가 거의 해결되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저는 바로 그 통을 꺼내서 싱크대 위로 올려뒀고, 그날 설거지는 뭐랄까… 훨씬 더 능숙하게 했습니다. 물티슈가 있으니 손이 더 빨라지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그 통을 왜 숨겼는지 이유가 생기더라고요. 아침에 물티슈를 꺼냈을 때 손이 미끄러워서 떨어뜨릴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급하게 뒤쪽 선반에 밀어 넣고 “내가 또 정리했지 뭐”라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오늘 발견한 건 ‘숨겨둔 재고’라기보단, 제 뇌가 급한 순간에 작동하는 자기방어 시스템 같은 거죠. “없어진 줄 알아야 마음이 편해진다” 같은 느낌으로요.
문득 그동안 제가 휴지로 버티려던 시간이 떠올라서 좀 웃겼습니다. 물티슈가 없다고 확신한 저의 과학적 근거는 손끝의 바닥 감촉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실제로는 선반 뒤에서 한 통이 살아남아 있었고요. 이런 걸 보면 자취 생활은 늘 그렇더라고요. 내가 정리한 것 같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물건이 아니라 ‘내 기억의 정확도’가 다 닳아버리는 거… 그래서 매번 물티슈를 다 쓰는 속도보다, “다 쓴 줄 아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물티슈를 다 쓴 줄 알았을 때, 그게 끝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게 반전이더라구요. 그 통을 찾고 나서부터는 동선도 바뀌었습니다. 싱크대 아래를 열어 확인하는 습관이 생기고,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만져보게 됐어요. 그리고 오늘도 혹시나 해서 뒤쪽 선반을 다시 살짝 봤는데,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또 한편으론, 집에 숨겨둔 건 물티슈만이 아니라 제 생활의 작은 행운일지도 모른다는 기분이라, 다음 반전이 기대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