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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으로 산 가습기에서 김이 아니라 먼지 나옴

2026-07-03 10:41:13 조회 1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당근으로 산 가습기에서 김이 아니라 먼지 나옴… 처음엔 내가 민감한 건가 했는데, 진짜로 방에서 뿌연 수증기 대신 먼지 분사기처럼 굴기 시작했어요.

판매자 후기엔 “잘 써요, 물 넣고 틀면 바로 촉촉해집니다” 이런 말이 있길래, 회사 다니면서 밤에 켜둘 용도로 데려왔거든요. 가격도 착했고, 상태는 기스 좀 있고 깨끗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어차피 새로 닦으면 되지” 싶어서 택배 받고 바로 개봉했어요.

근데 박스에서 꺼내자마자 뭔가가 찝찝했어요. 설명서가 살짝 구겨져 있었고, 물통 안쪽에 아주 미세한 가루 같은 게 한 번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먼지겠지, 세척하면 해결”이라고 믿고 물로 한두 번 헹군 뒤, 구성품이 맞는지 확인하고 전원 연결했죠.

전원을 켜자마자 기대했던 그 특유의 “쉬이익” 같은 소리가 나긴 했는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어요. 물이 올라가면서 김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요. 바람구멍 쪽에서 뿌연 게 아니라 하얀 먼지들이 둥둥 떠오르는 겁니다. 수증기 느낌이면 손을 대도 촉촉해야 하는데, 손끝에 남는 건 물기가 아니라 뽀얀 가루였어요.

제가 제일 먼저 한 행동은 당연히 사진 찍기였습니다. 거실 한가운데에서 가습기를 켜놓고 휴대폰 카메라로 확대해 보니까, 바람이 나오는 방향으로 미세 입자들이 퍼지는 게 그대로 보였어요. “이건 가습기가 아니라 공기청정기 해제 모드인데?” 싶더라고요. 게다가 냄새도요. 눅진한 물 냄새가 아니라 오래 묵은 플라스틱이랑 먼지 섞인 느낌.

그래서 바로 전원 끄고 분해 가능한 건 다 해봤어요. 물통은 물론이고, 안쪽 부품도 분리해서 흐르는 물에 세척하고 면봉으로 틈도 닦았는데도, 다시 켜면 똑같이 먼지가 나오는 거예요. 여기서 저는 진짜 멘붕이 왔습니다. 새 제품이 아닌 건 알겠는데, 세척으로 안 지워지는 먼지가 계속 나온다는 건 뭔가 내부에 곰팡이/침전물/열화된 가루가 남아있다는 뜻 같아서요.

판매자에게 채팅으로 “작동은 되는데 김이 아니라 먼지가 나와요. 세척해도 동일합니다”라고 보냈더니, 돌아온 답이 좀 당황스러웠어요. “처음엔 그럴 수 있는데, 물이랑 향 넣으면 괜찮아요” 같은 말이더라고요. 향을 넣으라는 말에서 이미 확신이 들었죠. 먼지에 향을 섞어주면 ‘가습’이 되나 싶고, 그러면 그 먼지는 대체 뭔지 더 궁금해졌어요.

결국 저는 사용설명서에 있는 권장 세척법을 다시 찾아서 소독 단계까지 진행해 봤습니다. 다만 가습기는 전기 부품이랑 결로 생기는 구조라 과하게 담그는 것도 조심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뜨거운 물로 충분히 불리거나, 특정 부품은 닦아서 말리는 식으로 했는데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한 번은 “혹시 내가 잘못 설치했나?” 싶어서 설명서 대로 조립 순서도 다시 맞춰봤고요.

그럼에도 계속 먼지가 나오니까, 이건 환불 혹은 회수 얘기를 꺼내야 하나 고민이 됐어요. 당근 특성상 판매자랑 실랑이 나면 시간만 날릴 것 같아서요. 그래도 사진이랑 영상, 세척 과정 기록까지 남겨둔 상태라 “이건 정상 작동 범위가 아닌 것 같다”는 쪽으로 설득해야겠더라고요. 제가 보기엔 가습은커녕 바람 타고 떠다니는 입자가 더 위험할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저는 결국 그 가습기를 더 이상 쓰지 않고, 대신 공기청정기 필터에 남는 먼지를 보고 스스로를 위로했어요. “적어도 이 먼지는 사람이 아니라 필터가 맡는다”라고요. 근데 생각해 보면 진짜 웃긴 게, 가습기에서 나온 먼지가 너무 뚜렷해서 방 공기가 ‘새로 정리된 것 같’은 착각이 들더라구요. 촉촉해지려 했는데 제 집만 뽀얘져서… 그래도 덕분에 먼지의 존재를 확실히 체감하게 된 셈이네요. 다음엔 당근에 ‘물 넣으면 김 나와요’가 아니라 ‘먼지 안 나와요’라는 문구가 기본 옵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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