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내 이름으로 가입된 서비스가 있음
회사에서 내 이름으로 가입된 서비스가 있음. 처음엔 “누가 내 계정 정보를 가져다 썼나?” 싶었는데, 더 웃긴 건 그 서비스가 생각보다 유명해서, 로그인 화면에서 내 이름이 딱 보이더라. 화면에 떴을 때 솔직히 한 박자 멈칫했어. 내가 가입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상황은 점심시간에 갑자기 진행됐어. 팀장님이 “우리 쪽에서 뭔가 요청한 거 있어?” 하면서 어떤 링크를 보냈는데, 그게 바로 내가 처음 보는 서비스의 관리자 페이지였어. 거기서 조회 버튼 누르는데, 계정 소유자에 내 이름이 박혀 있는 거지. 성까지 정확하게. 순간 머릿속에 “아, 이거 누가 장난친 건가?”랑 “아니면 보안팀이 뭔가 착각했나?”가 동시에 떠올랐어.
일단 나는 급하게 사내 메신저로 확인부터 했지. “이 서비스 누구 이름으로 가입돼 있어요?”라고 물어봤는데, 다들 “그런 거 몰라요” 분위기였어. 더 소름인 건, 가입 날짜가 내가 연차 내내 집에 있었던 날이더라. 그날 회사에 있었던 사람이면 모를까, 당시 나는 통째로 오프였거든. 그래서 더 어이없었어. 내가 쉬는 날에 내가 가입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지.
그래서 나는 그 서비스의 결제 내역부터 슬쩍 봤어. 물론 내가 직접 결제한 건 아니고, 회사 카드로 처리된 흔적이 보이더라고. 청구처는 회사 이름인데, 사용자 이름은 내 걸로 되어 있었어. “혹시 회사에서 기본으로 세팅해두는 건가?” 싶어서, 다른 팀원들 계정도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건 접근 권한이 없더라. 결국 화면에 보이는 건 내 이름뿐이었고, 그게 문제의 핵심이었지.
그 다음으로 내가 제일 먼저 한 건 비밀번호 변경이었어. 당연히 계정이 내 이름으로 되어 있으면, 누가 했든 나는 보호 조치를 해야 하니까. 그런데 비밀번호 재설정 요청을 하자마자, 이메일이 날아오는데 제목이 되게 태연했어. “요청하신 계정 인증입니다.” 같은 문장. 나는 그걸 보자마자 더 불안해졌지. 인증이 오는 걸 보니, 누군가는 내 계정으로 로그인 시도를 했거나 최소한 “내 이메일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잖아.
사내 보안팀에 문의도 했어. 근데 보안팀도 현실적으로 바쁜 게 있잖아. “사용자가 의심되니 확인해드리겠습니다”라고 하더니, 돌아온 답이 더 황당했어. “해당 서비스는 신규 도입 때 자동으로 담당자 계정이 생성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인수인계 과정에서 이름이 찍힐 수 있어요.” 그 말이 맞는 듯하면서도, 나는 이해가 안 갔어. 왜 하필 내가 그 시점에 연차였고, 왜 내 이름으로 결제까지 연결돼 있냐고.
여기서부터가 진짜 웃긴 부분인데, 서비스가 단순히 구독형 도구가 아니라 “회의록 자동 요약” 같은 기능을 하는 플랫폼이더라. 즉, 회사에서 뭔가 문서 작업하다가 편리하게 쓰는 거지. 문제는 그날부터 이상하게 팀에서 회의록이 엄청 빨리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거야. 나는 회의에 참여하긴 했는데, 그 기능을 내가 쓰는 줄도 몰랐거든.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가입한 적은 없는데 내 계정으로 기능이 굴러가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결국 나는 팀에 다시 물어봤어. “혹시 자동 생성 담당자가 저였던 거예요? 그날 누가 저한테 계정 권한 넘겼나요?” 했더니, 누군가가 뒤늦게 말하더라. “아, 그거… 예전에 네가 그 서비스 써보라고 깔아둔 적 있잖아. 그때 계정 정보를 메모해둔 사람이 있대.” 아 이게 무슨… 나는 예전에 테스트 계정이 있긴 했는데, 그건 개인용으로 잠깐 써본 거고 회사 결제랑 연결된 적은 없었거든. 근데 누군가 메모를 보고 ‘그냥 계정 생성하면 되겠지’ 하고 진행했나 봐.
결국 결론은 이거였어. 누군가가 내 이름으로 자동 생성되는 구간에서 “담당자” 자리를 내 쪽으로 잘못 넣었고, 결제도 회사 카드로 매칭되면서 그대로 굳어버린 상황. 뭐랄까, 실수의 모양이 너무 자연스럽고 너무 현실적이어서 더 웃겼어. 사람은 바쁘고, 시스템은 관대하고, 기록은 성실하니까. 나는 그날 이후로 계정 생성 알림을 더 꼼꼼히 보게 됐고, 팀에도 “내 이름이 들어간 서비스는 무조건 먼저 나한테 확인” 룰을 슬쩍 퍼뜨렸지.
근데 지금도 가끔 그 서비스 로그인 화면을 보면, 내 이름이 여전히 주인처럼 떠 있어. 나는 안 쓰는데도.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어. “내가 회의록을 요약해주는 로봇인가?” 하고. 누가 시켰는지 모르겠는데 결과는 잘 나오니까, 회사가 또 나를 ‘유지보수 담당’으로 자동 지정해버린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 이후로는 가입 버튼을 누르기 전에, 먼저 내 이름부터 한 번 더 확인하게 됐어. 내 이름이 너무 성실하게 여기저기 도장 찍히면, 그건 거의… 회사가 나를 기억하는 방식이 잘못된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