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트렁크 열어봤는데 누가 과자 봉지를 넣어둠
차 트렁크 열어봤는데 누가 과자 봉지를 넣어둠. 네, 저도 처음엔 “내가 뭘 잘못 닫았나?” 싶었어요. 차 시동 걸고 트렁크부터 열었는데, 가운데에 과자 봉지 한가득이 가지런히 들어가 있더라고요. 누가 봐도 ‘임시로 튀어나온 물건’이 아니라, 일부러 넣어둔 느낌.
제가 사는 동네가 가끔 이상하게 조용할 때가 있어요. 소음이 없으면 누가 몰래 다니나? 같은 생각부터 드는데, 트렁크는 더 그럴싸하잖아요. 저는 일단 봉지부터 확인했죠. 겉면은 멀쩡하고, 유통기한도 당장 멀쩡하게 보이는 상태. 그런데 문제는… 봉지가 한 봉지가 아니라 여러 개였다는 겁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누가 내 차를 알고 있나?”였어요. 차 번호판 확인까지 하진 않겠지만, 최소한 트렁크 구조나 위치는 알 수 있다는 거잖아요. 저는 차 문 잠금 상태를 떠올리면서도, 솔직히 이게 가능한 시나리오가 너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CCTV는 있는데 그날 밤에 누가 지나갔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그러면 또 제가 밤에 뭘 하고 있었는지도 기억이 떠올라야 하고요.
그래서 저는 과자 봉지들을 하나씩 꺼내 봤어요. 봉지 안 내용물은 대체로 그대로였고, 바닥에는 가루가 별로 없어서 “오늘 넣었나?” 같은 느낌도 있었어요. 그런데 봉지 밑에 작은 종이가 한 장 끼어 있는 거예요. 글씨가 크고 또박또박한데, 솔직히 읽자마자 심장이 한 번 내려앉더라고요.
종이에 적힌 건 딱 한 줄이었습니다. “트렁크 시원하게 열어두면 마음도 시원해져요.” 이게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했어요. “트렁크”를 열어두라는 뜻인지, 아니면 그냥 제 기분을 놀려먹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누군가가 저를 위로하려다 이상한 방식으로 접근한 건지… 아무튼 읽고 나서 웃음이 나오면서도, 동시에 ‘어? 이건 장난이 아닌데?’ 싶었어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웃긴데요. 저는 종이 한 장을 보고 나니까 오히려 더 불안해졌습니다. 왜냐면, 장난이면 보통 낙서나 농담이 있잖아요. 근데 저 문장은 너무… 성의가 있어요. 누가 일부러 봉지를 골라서, 위치를 정해서, 종이까지 넣어둔 느낌. 그러면 그 사람이 제 트렁크에 손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는 건데, 그럼 “누구지?”라는 질문이 무한 루프에 빠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먼저 생활 패턴을 떠올렸습니다. 최근에 제가 자주 들르는 곳이 어디였는지, 차를 세워둔 시간이 긴 날이 있었는지, 혹시 관리실이나 주차장 직원이 제 차를 건드릴 일이 있었는지요. 그리고 제일 현실적인 가능성을 찾다가, 결국 “누가 차키를 복사해서 넣는 건가?” 같은 상상까지 가버렸어요. 상상은 늘 과격하죠… 문제는 제 머리가 거기까지 가버리면 끝이 없다는 거예요.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트렁크를 열어봤는데, 또 봉지가 더 있었어요. 똑같은 과자 브랜드가 아니라 약간 종류가 섞여 있더라고요. 이쯤 되면 “고마워해야 하나, 신고해야 하나” 둘 다 생각나는데, 신고는 또 증거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CCTV에서 주차장 구간을 다시 돌려보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좀 누그러졌습니다. 왜냐면 얼굴이 딱 떠오르는 장면이 아니라, 누군가가 잠깐 차 근처에 서 있는 장면만 잡혔거든요. 정확히 누군지 특정되진 않는데, 최소한 ‘해코지 목적’ 같진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람은 내 차를 해치려는 게 아니라, 뭔가 기분을 건드리려는 거다.” 근데 그 방식이 너무 이상해서 더 황당한 거죠.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한 가지였어요. 차 트렁크에 종이를 다시 끼워두고, 작은 쪽지로 “혹시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제 차 트렁크에 물건 넣는 건 다음부터는 꼭 알려줘요”라고 적어두는 거. 조심스럽게, 그런데 단단하게요. 제가 원하는 건 사과를 받는 게 아니라, 이런 식의 접근이 반복되지 않는 거잖아요.
그리고 며칠 뒤, 트렁크를 열어보니… 이번엔 봉지가 없었어요. 대신 트렁크 바닥에 아주 얇은 비닐이 한 장 깔려 있더라고요. 제가 그걸 보면서 “아, 아예 못하겠다고 포기한 건가?” 싶다가도, 또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제 쪽지를 읽고, ‘다음엔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겠다’는 걸 깨달은 걸 수도 있겠구나. 완전한 해피엔딩은 아닌데, 최소한 악의는 아닌 것 같아서 저는 그제야 좀 웃겼습니다. 차 트렁크는 원래 물건 넣는 곳인데, 누군가의 마음까지 넣었다 뺐다 하는 느낌… 그래도 덕분에 한동안 트렁크 열 때마다 “혹시 오늘도 이벤트 있나?” 하고 기대하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