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단톡에서 내가 없는 척하면 모두 나를 찾음
가족 단톡방에서 내가 없는 척을 하면, 신기하게도 그날은 꼭 누가 나를 “찾기” 시작하더라. 보통은 내가 답장을 안 하면 알아서 넘어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내가 읽기만 하고 말없이 지내면, 가족들은 오히려 “어? 너 아직도 거기 있어?” 같은 느낌으로 단체 추리를 시작함.
상황은 늘 비슷해. 예를 들어 내가 저녁에 “아 지금 좀 바쁨”이라는 말만 남겨두고, 이후로 한참을 안 보거든. 그럼 다음 메시지가 문제야. “야 너 우리 뭐 먹을지 정해?” “너는 평소에 뭐 좋아해?” 같은 대화가 아니라, 갑자기 나를 포함한 설문조사 같은 게 열려. 근데 정작 나한테 전화는 안 해. 왜냐면 단톡방에서 이미 다들 나를 찾고 있거든.
처음엔 웃기긴 했는데, 어느 날부터 패턴이 굳어졌어. 내가 단톡방에서 아무 말도 안 하는 날엔, 가족들이 순서대로 내 부재를 공지해. 엄마가 “우리 오늘 집에 누가 올래?”라고 던지면, 이모는 “그냥 OO이(나) 올 것 같아”라고 댓글을 달아. 아빠가 “아니야, OO이는 바쁘다 했잖아”라고 받으면, 또 누군가는 “바쁘면 바쁜 대로 확인해야지” 같은 논리로 이어짐.
특히 신기했던 건, 내가 아예 나가 있던 날에도 찾는다는 거야. 예를 들면 내가 외출해서 카톡을 못 볼 때. 그때는 내가 “없는 척”을 한 게 아니라, 진짜로 손에 폰이 없어서 답이 없는 거지. 그런데 단톡방에는 내 부재를 설명하는 문장들이 떠. “OO이 지금 어디 갔지?” “전화 안 받아?” “아니야, 단톡은 읽을 텐데?” 이러면서 서로 눈치 보듯 묻더라.
여기서 포인트는, 가족들 방식이 완전 ‘탐정 모드’라는 거야. 내가 답을 안 하면 그걸 부재로 끝내지 않지. “왜 안 봤을까”를 연구해. 어떤 날은 내가 분명히 오전에 메시지 읽었는데도 오후에 답이 없으면, 엄마가 “OO이 지금 멍때리는 중일 수도 있지”라고 말해. 그럼 이모가 “멍때리는 중이면 간식은 챙겨야지”라고 이어가. 대화가 이상하게 내 생활을 케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결국 결론은 항상 하나야. 나를 알아야 한다는 거지.
한 번은 내가 의도적으로 약올리듯이, “나 지금 회의라서요”라고만 보내고 한 시간 넘게 잠수를 탔어. 그랬더니 바로 반응이 왔어. “회의면 회의 장소가 어디야?” “회의 끝나면 밥은 뭐 먹어?” “회의 중엔 답장 못 하지? 그럼 우리 먼저 정할게” 이게 무슨 회의냐. 그냥 내가 단톡방에서 사라진 걸 보고, 가족들이 회의라는 이름으로 내 일정을 꾸려버리는 느낌이었어.
그러다 보니까 나도 반대로 실험하게 되더라. “아예 읽지도 말아야 하나?” 싶어서, 어떤 날은 알림도 꺼두고 완전히 오프라인으로 있었어. 근데 그날도 결국 찾아오더라. 그들은 내 상태를 ‘부재’가 아니라 ‘사고 가능성’으로 분류하는 것 같았어. “OO이 지금 폰 꺼놨나?” “그럼 배터리 문제야?” “혹시 길에서 주웠나?” 같은 말이 오가는데, 그 와중에 아빠가 한 줄로 정리하더라. “어차피 답장 안 해도, 찾는 건 우리가 해야지.”
그 말 듣고 깨달았지. 가족 단톡방에서 ‘없는 척’은 통하지 않는 게 아니라, 오히려 트리거로 작동하는 거였어. 내가 침묵하면 침묵이 ‘정보’가 되는 방식. 나의 부재가 문제가 아니라, 부재를 해석하는 놀이가 시작되는 거지. 그래서 결국 나는 늘 마지막에 다시 들어가게 돼. “나 지금 들어왔어”라고 보내는 순간, 단톡방은 갑자기 모든 대화가 정상으로 돌아가. 마치 내가 한 번만 등장하면 세계가 다시 동기화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요즘은 전략을 바꿨어. 없는 척을 하려고 하면, 내가 먼저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는 거야. “나 여기 아직 살아있음” 같은 식으로. 그러면 가족들이 더 이상 탐정놀이를 못 해. 대신 “살아있으면 그럼 오늘 뭐 먹을지 정하자”로 넘어가더라. 결국 나는 가족들에게 숨기는 게 아니라, 존재 확인용 스위치로 쓰이고 있었던 거지. 뭐… 덕분에 최소한 단톡방에서 나는 항상 ‘찾을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는다는 건 확실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