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거래 후 문자로 ‘후기 부탁’이 오더라
당근 거래 후 문자로 ‘후기 부탁’이 오더라. 진짜 별일 다 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좀 당황스럽고 웃기고… 결국 내가 스스로를 개그 캐릭터로 만든 사건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동네에서 중고 카메라 삼각대를 올렸는데, 상태는 “생활감 조금, 나사 한 번만 갈아끼우면 바로 쓸 수 있음” 정도로 적어놨다. 가격도 괜찮게 잡아놨더니 연락이 오더라. 채팅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는 건 평범한데, 웃긴 건 상대가 너무 빨리 “오늘 중에 가능해요? 제가 바로 갈게요” 이러는 거였다.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가보니, 생각보다 깔끔하게 포장해서 오신다. 봉투도 아니고, 완충재랑 테이프랑… 뭔가 “저는 거래를 의식적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같은 느낌이 딱 났다. 나는 보자마자 괜히 긴장해서 “네, 상태는 사진 그대로예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는데, 그 말이 이상하게 진지해서 더 웃겼다.
거래 자체는 5분도 안 걸렸다. 물건은 잘 맞고, 현금/계좌 문제도 없고, 서로 “감사합니다” 한 번씩 하고 끝. 보통은 여기까지가 끝인데, 상대가 떠나기 직전에 “쓰시다가 불편하면 연락 주세요”라고 했고, 그게 또 과하게 친절해서 나는 마음속으로 ‘이분은 진짜 후기 남겨줄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결제도 바로 됐고, 당근 채팅에서는 “잘 쓰겠습니다!” 같은 마지막 인사도 이미 끝난 상태였다. 나는 그 다음날까지도 별 생각 없었는데, 오후에 갑자기 문자 하나가 왔다. 내용이 아주 단순했다. “후기 부탁드립니다.” 딱 그 문장만 덜렁 온 거다. 보낸 사람은 당근에서 대화하던 번호랑 같았다.
순간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싶었다. 후기란 건 내가 상대에게 남기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나한테 부탁을 하지? 게다가 “부탁드립니다”가 너무 공식적이라서 더 그랬다. 나는 문자 다시 보내야 하나 고민하다가, 우선 당근 앱에서 상대를 찾았다. 그리고 채팅 기록을 보는데, 어? 내가 방금 전에 물건 받으면서 “네, 감사해요” 했던 그 상대가 이미 후기를 써놓은 흔적이 보이더라.
그 순간 깨달았다. 이분은 후기 시스템을 ‘게임 퀘스트’처럼 하고 계신 거다. 거래는 완료됐는데, 이제 “후기 남기기” 미션이 남아있으니 내가 그 미션을 받아야 한다는 느낌. 그래서 문자로 먼저 리마인드를 날린 거지. 나도 어이가 없어서 “당근에서 후기 남기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런 말이 떠올랐는데, 그러면 또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그냥 웃으면서 후기를 남겼다.
후기를 남길 때도 괜히 신경이 쓰였다. 그냥 “잘 받았습니다” 하면 될 걸, 나는 갑자기 문장에 힘을 줬다. “빠른 거래 감사합니다. 포장도 꼼꼼했고, 약속 시간도 지켜주셔서 편했어요. 덕분에 바로 설치해봤습니다.” 이 정도로 정성껏 달았다. 그리고 상대가 좋아요 버튼이라도 누르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다음 일이 또 있었다.
후기를 남기고 나서 또 연락이 왔다. 이번엔 “감사합니다” 같은 감탄사가 아니라, 아주 짧게 “확인했습니다!” 이모티콘도 거의 없는 톤. 나는 그걸 보면서 ‘아… 이분은 후기까지는 시스템이고, 감정은 최소화하는 타입이구나’라고 느꼈다. 그제야 문자 한 줄이 이해됐다. 후기 부탁은 부탁이 아니라, 업데이트 알림 같은 거였던 거지.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문자 덕분에 나는 오히려 더 빨리 후기를 남기게 됐다. 왜냐면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문자 한 줄을 날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생겼거든. 당근 거래는 보통 물건 이야기로 끝나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후기’라는 단어가 내 하루를 붙잡았다. 다음 거래가 잡히면, 나는 먼저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후기 부탁, 내가 먼저 할게.” 세상은 생각보다 그렇게 굴러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