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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기다리다 보니 내 배가 먼저 배달 옴

2026-07-05 00:41:10 조회 2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 앱에서 메뉴 고르고 결제 누르는 순간부터 이미 반쯤은 내 배가 먼저 도착했어야 했는데, 저는 끝까지 믿었죠. “곧 도착합니다”가 아니라 “곧 내 배가 도착합니다”를 써줘야 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그날도 평소처럼 야식 시켰습니다. 시킨 건 닭강정이랑 떡볶이, 그리고 웬만하면 안 시키는 콜라까지 한 세트. 배달 예상 시간이 25분이었는데, 저는 그 25분을 “내가 다이어트 중이라 참고 있는 25분”으로 해석했어요. 손은 가만히 있는데 머리는 벌써 한 입 먹고 있는 상태랄까요.

첫 알림이 오더라고요. “배달기사님이 출발하셨습니다.” 저는 그 문장을 보고 안도했죠. 출발이면 곧 오겠지. 그런데 그 다음 알림이 문제였어요. “배달기사님이 잠시 멈췄습니다.” 잠시 멈춤이 그렇게 길 수 있나요? 잠시가 몇 분인지, 그 잠시가 제 배 속에선 몇 번의 신음으로 계산되는지 아무도 안 알려줍니다.

그래도 참아봤어요. 떡볶이 소스 냄새 상상하면서요. 그런데 화면을 새로고침할 때마다 배달 예상 시간이 늘어나더라고요. 25분에서 35분으로, 35분에서 45분으로, 어느 순간엔 아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같은 감성 문구가 튀어나왔습니다. 그 문구가 나오면 사람들이 보통 기다릴 마음을 잃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의 멘탈이 소스처럼 졸여지는 느낌이 있어요.

저는 참고 또 참고, 드디어 “기사님이 도착했습니다” 알림을 받았어요. 순간 진짜 심장이 덜컥 내려앉더니, 동시에 배가 먼저 움직이더라고요. 배에서 먼저 “왔냐?” 하고 묻는 소리가 난다는 게 말이 되나요. 문 앞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사실 배는 이미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내 배, 배달 완료 같은 자막이 눈 앞에 뜨는 기분이었어요.

문을 열었는데, 택배도 아니고 생면도 아니고…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도 없었습니다. 문 앞에는 아무것도 없고, 기사님은 이미 도착했다고 하는데. 저는 잠깐 멍해졌죠. 그러다 배달 앱을 보니까 “고객님과 연락이 어려워 부재중입니다”라고 뜨는 겁니다. 저는 그 말이 이해가 안 됐어요. 방금 전까지 제가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거든요. 제 손은 분명히 있었는데, 제 배는 이미 부재중이었던 걸까요.

그래서 바로 기사님께 연락을 했습니다. “지금 문 앞인데요, 혹시 어디세요?”라고 묻자마자 답이 왔어요. “고객님 건물 1층에서 놓고 갈게요. 방금 통화 시도했는데 안 받으셔서요.” 저는 그 말 듣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어요. 제가 안 받은 게 아니라, 제 배가 대신 통화를 했나 싶을 정도로요. 1층에 내려가 보니, 정말 제 음식이 있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시간 차가 너무 커서 저는 이미 배 속에서 디저트까지 상상해버린 상태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상자를 열었는데, 맛은 있었어요. 이게 제일 웃긴 포인트죠. 음식이 맛있으니까 더 억울해집니다. 기다린 시간이 너무 길어서 감정이 식어버리면 음식도 덜 맛있어야 정상인데, 닭강정이랑 떡볶이는 “너 지금이라도 먹을 수 있잖아?” 하고 성실하게 살아있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배달이 늦은 게 아니라, 제 배가 먼저 배송받을 준비를 끝내버린 거예요.

결국 저는 먹으면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음부터는 배달 시간에 맞춰 기다리지 말고, 내 배가 먼저 도착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주문해야 한다고요. 배달 앱에는 “예상 조리 시간”이 있어도 “예상 위장 도착 시간”은 없잖아요. 그게 생기면 저는 무조건 3분짜리로만 시킬 겁니다. 왜냐하면 제 배는 늘 제일 먼저 오거든요. 그리고 가끔은… 제가 아직 문 앞에 없을 때도 먼저 와서 인사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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