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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야근 공지 떠있는데 이미 퇴근한 사람들

2026-07-05 05:41:13 조회 1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단체톡에 “야근 공지” 뜨는 날이 있어요. 보통은 다들 ‘아… 또구나’ 하고 한숨부터 나오는데, 문제는 그 공지 내용이 아니라 공지를 보고 있는 시간대였습니다. 새벽도 아니고, 퇴근 시간이 딱 끝난 직후였거든요. 그런데 공지에는 아주 당당하게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같은 문구가 붙어 있더라고요.

저는 퇴근 버튼 누르고 커피 들고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던 중이었습니다. 화면 속 공지창이 반쯤 가려진 상태에서 ‘오늘 야근 필수’라고 뜨길래, 아 누가 장난치나 싶었어요. 그런데 제 뒤에 있던 팀장님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팀장님 표정이 “이미 늦었어” 그 표정이더라고요. 그 순간 뭔가 이상했습니다. 공지가 떠있는데, 이미 시작이라니요?

퇴근한 사람들 반응은 일사불란했습니다. 단톡방에 “지금 퇴근했는데요?” “출근 시간도 아닌데요?” 같은 말들이 우수수 올라오더니, 1분도 안 돼서 메시지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다들 같은 생각을 한 거죠. ‘어차피 공지 봤다고 치면 나중에 말은 되겠지’라는 생각. 근데 문제는 공지 타이밍이었습니다. 공지는 정확히 제가 퇴근 도장 찍은 30초 뒤에 올라와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회사는 이상한 현실에 진입했어요. 야근 공지 글은 단순히 “야근하겠습니다”가 아니라, “이미 작업 중입니다”처럼 진행 상태가 적혀 있었거든요. 그럼 질문 하나만 생기죠. “이미 작업 중”이면, 누가 하고 있었냐는 거예요. 퇴근한 사람들은 당장 조용해졌고, 조용해진 사람들만큼 더 무서운 게 나타났습니다. 야근 공지 댓글에 누군가가 “응, 이미 진행됐어”라고 답을 달아버린 거예요.

그 댓글이 제일 웃겼던 이유는, ‘진행 중’이라는 말이 너무 자연스러웠다는 점이에요. 마치 공지가 올라오기도 전에 이미 다들 알고 있었던 것처럼요. 그래서 다들 확인하려고 쳐다봤죠. 출입 기록? PC 로그인 기록? 근데 그 기록을 확인하려는 순간부터 또 이상해졌습니다. 회사 서버 모니터링 화면이 열리는데, 거기 화면에 접속자 리스트가 비정상적으로 깔끔하더라고요. 한마디로, 공지 떠 있는 사람들만 접속해 있었어요.

그래서 퇴근한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죠. “야근 공지가 아니라, 시간 이동 공지였던 거 아니냐”는 말이요. 농담이었는데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서 더 웃겼습니다. 어떤 분은 “그럼 나는 이미 야근을 했는데 기억이 없는 건가?”라고 하더니, 다른 분은 “기억은 서버에서 삭제되나 봐요”라고 덧붙였어요. 그 말에 다들 ‘ㅋㅋ’ 치는데, 웃음이 끝나면 또 현실이 남는 거죠. 출근한 적도 없는데요, 시간은 왜 맞춰주는데요?

다음으로 등장한 건 회의실 예약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야근”이라면서 누가 회의실을 전부 빼놨더라고요. 근데 예약 시간이 공지 올라온 시간과 딱 붙어 있었어요. 퇴근한 사람들은 그걸 보고 더 확신했죠. 공지가 올라오기 전에 이미 회의실이 잡혀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게다가 예약자 이름은요… 우리 팀이 맞긴 한데, 이상하게도 퇴근 전에 퇴근 버튼 누른 사람들 닉네임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게 진짜로 이상하죠. 제가 방금 퇴근했는데 왜 회의실 예약이 되어 있어요?

결국 퇴근한 사람들끼리 정리하자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내일 아침에 물어보자. 퇴근한 상태로 어떻게 진행됐는지”라고요. 근데 또 한 번 꼬였어요. 다음 날 아침, 팀장이 출근하자마자 한마디를 툭 던졌거든요. “어제 야근 공지 잘 봤죠? 다들 원래 하던 거 마무리만 하면 돼요.”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다들 ‘아… 어제 우리는 뭘 했던 거지?’ 같은 얼굴이 됐습니다. 팀장은 계속 얘기했어요. “공지는 어제 오전에 올렸는데, 알림이 늦게 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멍해지기 시작했죠. 오전에 올렸으면, 최소한 한 번은 확인했을 텐데요. 게다가 단톡에 올라온 시간 기록은 퇴근 직후였고요. 그래서 결국 제 입에서 가장 솔직한 말이 나왔습니다. “팀장님, 저 알림이 늦은 게 아니라… 공지가 늦게 온 게 아니라, 우리가 늦게 존재한 거 같아요.” 다들 그 말에 한 번에 빵 터졌습니다. 웃음이 이렇게 오래 가는 건, 사실상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예요.

그리고 결론은요, 다음부터 야근 공지를 올릴 때마다 공지 제목이 바뀌는 걸로 마무리됐어요. “야근 공지(알림 지연 가능)” “야근 공지(시간대 확인)” “야근 공지(퇴근 버튼 누르기 전)” 같은 식으로요. 회사는 시간이 아니라 메시지의 타이밍을 관리하기 시작했고, 퇴근한 사람들은 이제 공지 뜨면 그냥 한 박자 쉬고 봅니다. 괜히 알림이 늦을 때마다 우리 뇌가 먼저 야근을 해버리는 기분이니까요. 그날 이후로 저는 퇴근 버튼을 누르기 전에, 단톡방의 우주가 어디쯤 돌고 있는지 먼저 확인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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