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내 카톡 프로필을 대신 바꾸는 날
가족이 내 카톡 프로필을 대신 바꾸는 날, 그날은 별일 없을 줄 알았어.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서 카톡을 켰는데, 내 프사부터가 갑자기 바뀌어 있더라. 분명 어젯밤엔 내가 찍어둔 무난한 사진이었는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가족 단체사진에서 누가 제일 귀엽게 나온 컷” 같은 느낌의 사진이 올라가 있었지.
처음엔 해킹인가 싶어서 당황했는데, 이게 참 한국식 공포가 있더라. 내가 비밀번호를 잘못 바꿨나, 혹시 누가 폰을 만졌나, 이런 생각이 머리를 치고 들어오는데 정작 내 가족들은 다들 너무 태연했어. 엄마는 아침밥 차리면서 “어제 네 프로필, 좀 바꿨더라~ 예쁘네” 같은 소리를 하고 지나가고, 아빠는 TV 보면서 “잘 봤다, 그 사진 괜찮더라”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나는 일단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어서 캡처를 찾아봤다. 어젯밤 프사는 확실히 없었거든. 근데 가족 단톡방을 들어가 보니까, 이미 다들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어. 이모랑 삼촌도 “오 이거 전보다 훨씬 낫다” “얼굴이 더 선명하네” 같은 댓글이 달려 있고, 내 입장에선 내가 갑자기 단체로 인물평을 받는 기분이더라.
그래서 내가 “나 프로필 누가 바꿨어?”라고 물어보자마자, 엄마가 바로 대답을 해버려. “너가 요즘 좀 수척해 보이더라. 그래서 사진 좀 밝은 걸로 바꿔줬지.” 그 말 듣는 순간 내가 수척한 건 괜찮은데, 내 프사까지 관리하는 건 괜찮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게다가 엄마가 폰을 보여주는데, 거기엔 이미 ‘프로필 편집’ 화면까지 열려 있었어. 나보다 더 능숙하게 열어둔 게 더 충격이었지.
아빠는 “너 사람들한테 너무 딱딱하게 보이잖아. 카톡 프사는 첫인상인데, 가족이 도와주면 얼마나 좋아”라고 하더라. 말은 그럴듯한데, 문제는 내가 그 프사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거야. 내 카톡인데, 가족이 알아서 장난처럼 바꾸면 그건 지원이 아니라 편집권 침해 아닌가 싶었거든. 그런데도 가족들은 계속 웃으면서 “너도 바꿀 때가 됐잖아” 이런 식이야.
그래서 나는 “그럼 내가 원하면 다시 바꾸는 거지?”라고 했더니, 이번엔 또 다른 전개가 시작됐어. 동생이 바로 “오빠, 그 사진이 제일 좋아. 근데 오빠가 다시 바꾸면 단톡방에서 우리 다 말 나와.” 이게 무슨 논리냐고 했더니, 동생 말이 더 웃겼어. “사람들이 프사 보고 ‘가족이 관리해준다’ 이런 반응 하면 오빠가 다시 바꾸면 우리가 거짓말한 거잖아”라고 하더라. 프사 한 장이 가족의 명예까지 걸린 사건이 돼버린 느낌이었어.
그날 오후에 회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는데, 하필 타이밍이 기가 막히더라.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오 바뀐 거 봤어. 사진 잘 나왔다”라고 하더니, 다른 팀 직원도 “혹시 가족이 찍어준 거예요? 분위기 좋아요”라고 물어보는 거야. 나는 속으로 ‘찍은 건 가족이 아니라 제가 아까 무슨 일 때문에 찍어뒀던 거였는데’ 싶었지. 근데 이미 말이 퍼진 뒤라, 내가 정정하면 괜히 “아… 그건 아니고요” 같은 애매한 해명만 길어질 것 같더라.
결국 나는 저녁에 조용히 프사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했어. 그런데 그 순간, 엄마가 부엌에서 “야, 너 또 바꿀 거야?”라고 외치는 거야. 나는 얼어붙어서 “아니… 왜요?” 했더니, 엄마가 “너 바꾸려는 거 우리 다 봤어. 바꾸면 오늘 내가 아침에 말한 게 다 헛말이잖아”라고 하더라. 이쯤 되면 엄마는 내 카톡이 아니라 내 인생 계획표를 보는 것 같았어.
그래서 나는 타협을 하기로 했지. 프사를 그냥 ‘가족이 관리해준다’는 분위기에는 맞추되, 내가 원하는 느낌도 조금 섞는 방향으로. 사진을 하나 골라서 업데이트하면서, 내 프로필 문구도 짧게 바꿨어. 그리고 다음날부터는 가족에게 미리 물어보는 대신, “이 프로필 후보 중에 뭐가 덜 위험해요?” 같은 식으로 농담을 던졌어. 그러니까 가족들이 완전 장악하려는 모드에서, 어느 정도 협의하는 모드로 바뀌더라.
지금 생각하면 웃기긴 해. 내 카톡 프사 하나를 두고 그렇게 많은 대화, 그렇게 많은 인물평, 그렇게 많은 명예가 오갔다는 게. 결국 가족이 대신 바꾸는 건 끝내 막을 수는 없더라고. 다만 한 가지는 배웠어. 다음엔 내가 사진을 바꾸기 전에 미리 “이거 괜찮지?”라고 던져서, 프사 편집권을 내가 선점해버리면 된다.
그리고 그게 진짜 가족이 원하는 해답이라는 걸, 나는 어느 날 늦게야 이해했지—가족은 내 프로필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내 반응을 수집하고 있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