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서 소리 나는 쿵 소리, 알고 보니 택배 박스
자취방에서 밤마다 “쿵… 쿵…” 하고 소리가 나는데, 처음엔 또 무슨 공사 소리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매번 같은 리듬으로 들리는 거예요. 거실 쪽에서 시작해서 벽을 타고 방까지 울리는 느낌. 괜히 소름 돋아서 이어폰 끼고도 계속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진짜 별거 다 의심했어요. 윗집에서 가구 옮기는 소리겠지, 아니면 누가 매일 밤 체육하는 건가, 심지어는 “설마 CCTV 없는 구역에서 누가 숨 쉬나?” 같은 생각까지 스쳐가더라고요. 특히 소리가 날 때마다 바닥이 살짝 떨리는 느낌이라, 그냥 ‘소리’가 아니라 ‘사건’ 같았어요.
그래서 하루는 참다가 결국 문을 열어보고 계단 쪽을 확인했어요. 밤이라 불빛도 없고, 관리실 번호만 머릿속에 떠오르고… 근데 아무도 없더라고요. 복도에서 들리는 건 조용한 냄새,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엘리베이터 고장 난 듯한 “딩” 소리. 딱히 범인은 안 보였는데도, 제 발걸음이 돌아오는 길에 더 무거워졌습니다.
다음 날, 저는 과학자 모드로 바뀌었어요. 소리 나는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죠. 보통 밤 11시쯤, 그리고 30분 후에 다시 한 번. 그 사이에 탁, 하고 무언가 내려앉는 소리도 같이 들려요. “아니 이거 택배면… 택배는 보통 문 앞에 놓고 끝인데 왜 저렇게 쿵쾅해?” 이 생각을 하면 더 불안해지고, 확인 안 하면 더 불안하고요.
그날따라 택배를 기다리고 있긴 했거든요. 원래는 “오후쯤 오겠지” 하고 대충 넘기는데, 그날은 기사님이 연락도 늦고 배송 조회는 멈춰있는 느낌이라 마음이 더 복잡해졌어요. 그리고 그날 밤, 또 “쿵… 쿵…”이 시작됐습니다. 동시에 제 현관문 앞이 아니라, 복도 쪽에서 먼저 울리고 그 다음에 제 방까지 울리듯 번지는 느낌이었어요.
결국 저는 문 앞에 귀를 대고 기다렸어요. 보통 이런 건 영화처럼 누가 현관문 밖에서 숨 쉬다 사라지는 것 같지만, 현실은 택배기사님이 더 빠르고 조용하더라고요. 잠깐 뒤에 “기사님—” 하고 부르기도 전에, 현관 쪽에서 뭔가가 “툭” 하고 내려앉는 소리가 났어요. 근데 그 소리랑 제가 듣던 “쿵”이랑 연결되는 느낌이 딱 왔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이미 박스가 계단 쪽에서 밀려 올라와 복도 구석에 놓여 있었어요. 문제는 그 박스가 제 방 앞에 놓인 게 아니라, 발코니 쪽 공동창고 문 근처에 걸려있더라고요. 밤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누가 이동시키다가 제대로 안 내려놓은 건지, 박스가 살짝씩 흔들리면서 벽을 두드리는 것처럼 들린 거예요. 그래서 ‘쿵’이 날 때마다 마치 누가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착각했던 거죠.
더 웃긴 건, 박스에 적힌 배송 물품이 제 게 맞긴 한데 무게가 너무 나가는 거예요. 한 번 들자마자 “아 이게 소리의 원인이구나” 싶었어요. 밖에서 끌어올릴 때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 복도 벽에 닿는 순간 진짜 둔탁하게 울리더라고요. 저는 그동안 이걸 “윗집 공사” “미스터리 소음” 같은 걸로 해석해버렸고요.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어이없는지, 한 편으로는 제 상상력이 너무 적극적이었나 싶습니다.
결론은 택배 박스가 공동창고 문에 걸려서 밤에 흔들리고, 그 진동이 제 방 바닥까지 전달된 거였어요. 저는 그날부터 소리 들릴 때마다 바로 창고 쪽부터 확인합니다. 물론 확인한다고 해서 마음이 완전히 편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사건”이 아니라 “물건이 덜렁대는 소리”라는 사실만 알아도 덜 무섭더라고요.
오늘도 가끔 밤에 “쿵… 쿵…”이 들리면, 저는 먼저 생각해요. ‘혹시 또 택배인가?’ 하고요. 괜히 무서운 상상으로 가기 전에, 현관을 열고 박스만 확인하면 오늘의 공포가 내일의 배송 추적이 되거든요. 결국 자취방의 정체는 유령이 아니라, 아주 성실한(?) 택배였다는 게 제일 웃기고도 다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