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회식비 걷는데 내가 빠진 명단이 있음
회사에서 회식비 걷는데요, 제가 빠진 명단이 있더라고요. 그것도 “누가 빠졌는지”를 다들 아는 분위기에서요. 회계팀에서 단톡방에 명단 올리면서 “각자 오늘 결제해주시면 정산 끝” 이런 식으로 시작됐는데, 제 이름만 쏙 빠져 있었어요.
처음엔 제가 뭔가 착각했나 싶었어요. 혹시 제가 지난번에 회식비를 이미 냈나, 아니면 개인 결제했던 걸로 처리돼 있나 싶어서 정산 내역을 찾아봤는데, 아무 근거가 없더라고요. 그런데도 단톡방에서는 “OOO는 명단에 있으니 결제!” “아 오늘은 이만큼 걷습니다” 같은 말이 계속 오가고, 저는 그냥 화면만 보고 있었죠.
그때 옆자리 대리님이 제 화면을 슬쩍 보더니, 말투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무서웠어요. “어? 너는 빠졌네?” 하고 웃으시는데, 웃음 뒤에 이유가 따라오질 않아요. 저는 “네?” 하면서 “제가 결제하면 되는 거죠?” 물었더니, 대리님이 “그냥 명단에 없는 사람은… 아마 다른 처리됐을 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머릿속에서 가설이 3개나 동시에 재생됐습니다. 첫째, 제가 무슨 회식 날 개인 사정으로 빠져서 “대신 내지 말라”는 누군가의 배려가 있었다. 둘째, 누군가가 제 이름을 잘못 삭제했다. 셋째, 제가 회사에서 존재감이 너무 없어서 회식비조차 자동으로 제외되는 시스템이 생겼다. 세 번째 가설이 너무 말이 안 되는데도, 왠지 찝찝해서 제일 오래 남더라고요.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회계팀에 조용히 메시지 보냈어요. “저는 명단에 없는데 혹시 결제 필요 없나요? 확인 부탁드려요.” 보냈는데, 답장이 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 사이 팀원들은 저를 이상하게 처다봤고, 저는 “아 저 사람은 회식비를 낸 사람인가?” 같은 표정을 제가 먼저 떠올릴 정도로 분위기가 애매했어요.
마침내 회계팀에서 답장이 왔는데, 문장이 진짜 짧았어요. “명단은 엑셀로 자동 생성되어서요. 담당자 확인 중입니다.” 이 말이 뭐냐면, 결론적으로 “우리가 모른다”는 뜻인데, 그래도 책임은 안 진다는 느낌이 같이 딸려왔어요. 저는 그 순간, 제 존재가 엑셀의 필터링 로직에 달려 있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사람 대신 셀 하나가 제 운명을 결정하는 느낌요.
담당자라는 사람은 결국 저를 찾아오더니, 아주 성실한 표정으로 “아, 그거요. 담당자가 회식비 걷기 전에 명단을 갱신하는 걸 깜빡했대요. 근데 이미 공지 나간 상태라… 지금 수정하면 또 혼선 생길 수 있어서요.”라고 하더라고요. 혼선이 생길 수 있다니요. 이미 제 이름이 빠져서 혼선이 생긴 상태인데, 그 혼선이 “수정하면 커진다”는 논리로 이어지니까 웃긴 동시에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럼 저는 어떻게 처리되나요?”라고 다시 물었더니, 담당자가 “일단 이번 건은 넘어가고, 다음 회식 때 합산할게요”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저는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그래, 그래도 어딘가에선 제 몫이 챙겨지겠지. 그런데 그 다음에 덧붙이더라고요. “다만 다음 회식 때는… 명단에 잘 나오게 해둘게요.” “잘 나오게”가 무슨 말인지, 저는 그때부터 자꾸 웃기기 시작했어요. 마치 제가 다음 회식비 명단에 출현해야 하는 NPC가 된 기분.
다음 날 아침, 회식비 입금 확인하는 링크가 다시 한번 올라왔고, 그때 제가 들어간 명단이 따로 캡처로 공유되더라고요. 팀원들이 “야 너는 이제 등장했어” “엑셀 업데이트 완료!” 이런 말로 가볍게 놀리는데, 사실 저는 그게 제일 불쾌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회식비는 돈이고, 돈 문제는 결국 정리하면 되니까요. 문제는, 제가 회사에서 완전히 ‘자동화’와 ‘누락’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결국 결론은 간단했어요. 제가 빠진 건 제 잘못이 아니라 엑셀의 잠깐의 장난이었고, 저는 그 장난을 수습하려고 하루 종일 확인하고 메시지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회식 때 누가 또 “명단은 자동 생성이니 알아서 하세요” 같은 말을 하면, 저는 그때부터 단톡방에 이렇게 적을 것 같아요. “저는 자동이면 종종 누락됩니다. 사람은 꼭 확인 부탁드려요.” 그 한 줄이 이상하게도 사람들 웃음을 제일 잘 뽑더라고요. 회사는 결국 계산도 사람도 다 누군가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