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헤어지고 나서도 연락이 ‘배송 알림’처럼 옴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도 연락이 ‘배송 알림’처럼 옴. 진짜 이게 제일 웃긴 게, 마음이 식은 것도 아닌데 앱 알림처럼 “지금 처리 중” “출발” “도착 예정” 이런 식으로 생활이 굴러가더라.
처음에는 솔직히 예상 못 했어. 헤어지자는 말 듣고 나서도 며칠은 정적이 있잖아. 그런데 그 정적이 3일도 안 갔어. 밤 11시쯤 휴대폰이 울리는데, 연락처는 분명 그 사람인데 메시지 내용이 왠지 모르게 택배조회처럼 딱딱해. “오늘은 좀 괜찮았어. 내일은 어때?” 이런 문장인데도, 이상하게 포장 뜯기 전의 스티커 느낌이 들더라.
그때부터 내 정신이 택배 상자처럼 갈라지기 시작함. 내가 “괜찮아, 잘 지내”라고 답하면 다음 날 바로 또 옴. 내용은 항상 아주 짧고 규칙적이야. “응. 나도 잘 지내.” “그럼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네.” “좋아, 그럼 내일도 연락할게.” 뭐야 너 나랑 대화하는 게 아니라 배송 일정 체크하는 거야? 싶었는데, 더 웃긴 건 내가 답장을 안 해도 알아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더라.
예를 들면 이런 식. “오늘 네가 생각났어.”라고 보내고, 내가 씹거나 늦게 답하면 바로 “확인 완료. 답장은 아직.” 같은 뉘앙스로 메시지가 더 와. 물론 그런 문구를 그대로 쓰진 않는데, 톤이 너무… 배송 알림이야. “도착 예정입니다” 이런 글귀가 내 심장에 툭 꽂히는 느낌.
심지어 타이밍이 늘 비슷해. 퇴근 시간 지나고, 주말 새벽, 또는 내가 친구랑 약속 잡았을 때. 그때마다 꼭 “나 요즘 문득문득 생각나” 같은 말을 던져. 나는 분명 마음정리 하려고 한 건데, 그 사람은 나를 감정 정리 라벨지로 쓰는 것 같아. 그냥 스스로 접수한 반품이 계속 처리 중인 상태랄까.
나는 한 번은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어. “우리 대화는 정리된 거 아니었어?”라고 물었지. 그랬더니 그 사람 답장이 “정리됐지. 근데 나만 정리된 거 같아서… 너도 잘 지냈는지 알고 싶어” 이거야. 말은 다 맞는데, 왜 매번 알림처럼 뜨는지 그게 문제지. 너 혹시 감정을 자동화하냐. 내가 보낸 문장에 맞춰서 감정도 표준 템플릿으로 처리하는 거냐고.
그래서 내가 마지막으로 선을 그으려 했어. “연락은 이제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도 잘 지내볼게.” 딱 그 말 했는데, 그 다음 날 아침에 또 메시지 옴. “확인했어. 그럼 오늘도 잘 지내.” 그리고 저녁엔 또 “도착 완료. 고생했어.” …여기서부터 진짜 웃기더라. ‘도착 완료’는 누구 도착 완료야. 내 마음이 도착했어? 아니면 그 사람이 나에게 보낸 감정이 도착했어?
근데 이상하게도, 그 짧은 메시지들이 나를 완전히 싫게 하진 않더라. 오히려 내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걸 경계하게 돼. 배송 알림처럼 오니까, 마치 알림을 끄지 않으면 계속 울리는 것처럼 느껴져. 그래서 나는 그냥 알림 설정부터 바꿨어. 답장 대신 조용히 차단은 하지 않고, 읽지도 않고, 마음만 뒤로 넘기기 시작했어.
그랬더니 며칠 뒤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왔어. “잘 지내. 나도 이제 좀 내려놓을게.” 이 한 문장인데도, 평소랑 달리 톤이 덜딱딱해. 그래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더라. 결국 그 사람도 배송 알림을 끄는 법을 배웠겠지. 나는 지금도 가끔 그 번호로 알림이 뜰까 걱정은 하지만, 뜨면 알림창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문장이 있어. “도착 예정입니다.”…도착은 됐고, 이제 다음 건 내 차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