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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에서 예약한다더니 결국 ‘다른 분이 오셨어요’

2026-07-07 15:41:11 조회 25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당근에서 예약한다더니 결국 ‘다른 분이 오셨어요’ 이 멘트 한 방에 며칠 전 제 멘탈이 조용히 증발했어요. 상황은 이랬습니다. 제가 중고로 노트북 받침대를 올렸는데, 사용감은 있어도 상태 괜찮다 싶어서 올린 거였거든요. 가격도 막 후려치지 않고, “필요하시면 시간 맞춰드릴게요”라고 딱 정리해놨습니다.

어느 날 알림이 오더니 한 분이 “예약해도 될까요? 오늘 저녁에 갈게요” 하시더라고요. 저는 당연히 오케이 했죠. 여기서부터가 웃긴데, 그분이 “다른 분이랑도 말해보고 있었는데, 일단 확정하고 기다릴게요” 같은 말을 하면서 계속 대화를 이어가셨어요. 그래서 저는 ‘아 오늘은 편하게 끝나겠다’ 싶었습니다. 장소도 동네라 금방 갈 수 있었고, 이동 동선까지 맞춰놓으니까 마음이 급해질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시간. 당일 저녁에 그분이 “조금만 늦을 수 있어요”라고 한 번, “차가 막혀요”라고 또 한 번, 마지막엔 “거의 도착했어요”라고 또 한 번 메시지를 주셨어요. 저는 계속 확인만 하고 기다렸습니다. 진짜로 기다리는 동안에 사람들이 “저도 가능해요” 하고 댓글/채팅을 보내는 거 보면서도 꾹 참고 있었어요. 왜냐면 예약 확정이라고 들었으니까요. 남의 약속까지 대신 붙잡고 있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당근은 결국 신뢰로 가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 순간이 왔어요. 약속 시간 지나고 10분쯤 됐을 때, 제가 현관 앞에서 문 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채팅이 딱 뜨는 겁니다. 그 문장이 너무 깔끔해서 더 충격이었어요. “죄송해요. 다른 분이 오셨어요.” 이 한 줄. 저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습니다. 노트북 받침대 하나로 ‘오셨어요’가 가능하냐고요. 예약이라는 단어가 뭐였지 싶더라고요.

바로 답장을 보냈죠. “아니 방금 전까지 도착 거의 됐다고 하셨는데요?” 그러니까 상대가 “생각보다 빨리 오셔서요. 제가 너무 늦었네요”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여기서도 “늦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근데 ‘다른 분이 오셨어요’라고 하기엔 너무 타이밍이 이상하지 않나요?” 하고 묻는 쪽으로 갔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예약 잡아놓고, 그사이에 다른 사람을 먼저 만나거나, 최소한 ‘계속 기다리셔야 해요/취소될 수 있어요’ 같은 안내가 있어야 납득이 되거든요.

그런데 대화가 더 웃긴 방향으로 흘렀어요. 그분이 갑자기 “제가 지금 당장 못 만나서 죄송합니다”라고 하더니, 바로 “다시 원하시면 다른 물건도 있어요” 같은 얘기를 덧붙이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저도 웃음이 나왔어요. 노트북 받침대 거래 중에, 갑자기 상품 소개를 던지는 그 당당함이요. 저는 “그러면 예약 확정이 아니라 ‘가능하면 갈게요’였던 건가요?”라고 물었고, 상대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느낀 건, 당근에서 예약이라는 게 꼭 ‘법’이 아니라는 거예요. 하지만 최소한 예의는 약속처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기다린 시간만큼 제가 손해 본 건 금전이 아니라, 그날 저녁 시간을 통째로 비워둔 거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는 상대가 예약이라고 말할 때 “다른 분들 연락은 잠시 보류할게요”를 스스로 선택한 상태였어요. 그 선택을 무너뜨리는 한 줄은 좀 너무하더라고요.

결국 저는 그 거래는 취소하고 그냥 다른 분이랑 바로 진행했습니다. 신기한 건, 다음 날 연락 온 분은 정말 시간 딱 맞춰 오시더라고요. “몇 시 몇 분에 갈게요”라고 했고, 늦어지면 늦어진다고 먼저 말해주셨어요. 받침대 상태도 꼼꼼히 봐주시고요. 그러면서 전날의 그 한 줄이 얼마나 가벼운 말투였는지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다른 분이 오셨어요’ 자체가 나쁜 말은 아니에요. 인간적으로 일정이 꼬일 수는 있죠. 다만 그 전에 최소한의 연락과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피해가 줄어든다는 거예요. 저는 지금도 그 문장을 보면 약간 어이없고, 동시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어떤 사람은 예약을 걸어놓고도 생활은 계속 돌아가니까요. 어쨌든 결론은 하나, 당근 거래는 결국 “시간 약속”이 아니라 “마음의 약속”이더라… 하고 혼자 웃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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