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뒷좌석에 남겨진 신발 한 켤레
지난주에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택시를 탔어. 기사님이 무뚝뚝한 편이었고, 그냥 조용히 창밖만 보고 있었지. 도착해서 내릴 때 택시 뒷좌석에 신발 한 켤레가 놓여 있는 걸 발견했어. 분명히 누군가가 두고 간 듯 보였는데, 좀 이상했어. 그 신발은 분명히 평범한 운동화였지만, 왠지 모르게 낡고 오래된 느낌이었거든.
나는 "기사님, 저 신발 주인분 찾으세요?"라고 물어봤는데, 기사님은 아무 대답도 없이 고개만 끄덕였어. 그리고는 평소보다 더 빠르게 출발했지. 너무 이상해서 속으로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어.
한 10분 쯤 지나서 문득 다시 생각이 났어. 왜 신발을 두고 내렸을까? 누가 신발만 두고 가? 택시에서 내린 사람이 의도적으로 신발을 버리고 간 걸까? 근데 신발이 쉽게 버릴 물건은 아닌데 말이야.
그때부터 스멀스멀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혹시 그 신발 주인이 차 안에 아직 남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느낌? 그래서 내가 내리던 그 곳 근처에 다시 내려서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살펴봤지만, 아무도 없었어. 괜히 혼자 이상한 상상만 한 거 같았지.
근데 다음 날, 같은 시간대에 그 택시를 다시 탔는데 이번엔 기사님 얼굴이 훨씬 굳어 있더라고. 나는 무심코 뒷좌석을 봤는데, 또 신발 한 켤레가 놓여 있었어. 이번에는 좀 더 깨끗해 보였고, 신발끈도 묶여 있었어.
기사님이 갑자기 입을 열었어. “저 신발, 한 번도 주운 적 없어. 그냥 놔두는 거야.”그 말을 듣고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지. 그리고는 몇 마디 더 하셨는데, 말투가 뭔가 불안하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뉘앙스였어. 신발을 놔두는 이유를 명확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뒤로는 택시에서 내리면서 신발을 자세히 보게 되었는데, 가끔씩 한쪽 신발만 남아 있는 경우도 있었어. 그럴 때마다 나는 괜히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저 신발 주인분은 도대체 누구일까?”하는 생각에 빠지곤 했지.
며칠 후 어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 택시 기사님의 이야기가 올라왔어. 그 기사님은 몇 년 전, 비 오는 밤에 술 취한 손님을 태웠는데, 그 손님이 내리다가 신발 한 짝을 두고 갔대. 그리고 그 손님은 그 다음 날부터 택시를 다시 타지 않았고, 결국 사고가 났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했어.
그 이후로 그 신발은 택시 뒷좌석에 남겨진 채로 계속 있었다고 해. 기사님은 마치 그 손님이 택시에 머무르는 것처럼 신발을 그냥 버리지 않고 둔다고 했어. 그리고 운행하는 동안 그 신발을 치우면 사고가 터질까 봐 무서워서 그냥 놔두는 거라고.
그 말을 듣고 난 후, 나는 그 택시 탈 때마다 뒤를 보게 돼. 신발 한 켤레가 남겨져 있다면, 그건 아마 누군가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흔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어쩌면 그 신발은 그냥 신발이 아니라,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은 마음의 짐일 수도 있으니까.
택시 뒷좌석에 남겨진 신발 한 켤레가 내게 전해준 그 묘한 여운은 아직도 가시질 않아. 그 신발 주인이 누군지, 그리고 정말 어디에 있는 건지 나는 끝내 알 수 없지만, 그 이후로 내겐 택시가 조금 다른 세계와 닿아 있는 공간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