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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시켰는데 포크가 아니라 작은 지도 들어있음

2026-07-09 05:41:15 조회 4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 시켰는데 포크가 아니라 작은 지도 들어있음. 아니 이게 무슨 마법인가 싶더라고요. 치킨 시켰는데 포장 열었더니 젓가락은커녕, 반짝이는 은박지 사이에 뭔가 딱딱한 게 들어있길래 “뭐지, 설탕 포장인가?” 하고 펼쳤는데… 지도였어요. 그것도 진짜 ‘여행용’처럼 접힌 지도. 딱 봐도 동네가 아니라, 대충 종이 넘기는 맛이 있는 그 느낌.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세트 구성에 원래 뭐가 들어가나 확인하려고 주문 화면을 다시 봤거든요. 그런데 포크/나이프 같은 건 “선택”이 아니라 “기본 제공”으로 찍혀 있더라고요. 그래서 더 황당했죠. 지도는 왜 들어있지? 설마 “길을 잃으면 포크가 아니라 지도부터 찾아라” 같은 컨셉인가…?

지도 펼치자마자 제 머리가 새하얘졌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순간에 주문한 치킨 배달원이 어디쯤에 있을지, 그리고 제가 어디쯤에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됐어요. 지도에는 동네 도로가 그려져 있는데, 이상하게도 제 집 근처 지명이 보였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 지명들이 “배달 도착지”가 아니라 “예전에 제가 다녀온 적 있는 카페 근처”로 이어져 있더라구요. 이거… 제가 그 카페를 ‘찾으러’ 간 건 맞긴 한데, 지금 치킨 먹을 시간이잖아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포장 안을 더 뒤졌습니다. 소스 칸, 물티슈 봉투, 냅킨, 심지어 치킨 뼈 발라 먹는 전용이라는 그 작은 스티커까지 봤는데 포크는 없어요. 대신 지도 옆에 작은 안내 종이 같은 게 하나 더 들어있었는데, 글씨는 진짜 단호하게 적혀 있더라고요. 내용을 대충 요약하면 “즐거운 여정 되세요. 식사 전 올바른 방향 확인!” 이런 느낌이었어요. 포크 대신 방향 안내… 이쯤 되면 게임 퀘스트지, 식사 퀘스트가 아니라요.

전화를 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근데 배달 앱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고객님, 저희가 지도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같은 답이 올 것 같잖아요. 제 입장에서는 포크가 필요했고, 상대 입장에서는 지도 넣는 실수가 있었을 수도 있겠고. 그래서 일단 채팅으로 문의했는데, 답이 더 웃겼습니다. 사장님이 “아, 그거 저희가 고객님 주문에 다른 분이랑 세트가 바뀌었어요. 지도는… 죄송합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지도는 죄송… 이 문장만으로도 웃음이 나왔어요.

그러면서 “오늘 혹시 포크가 없으셨으면 저희가 바로 재발송해드릴까요?”라고 물어보길래, 저는 반사적으로 “지도는 이미 펼쳤습니다만 포크도 필요합니다”라고 답했어요. 여기서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사장님이 “지도는 회수 안 해도 됩니다. 이미 쓰고 계신 것 같아서…” 이렇게 말하시는데, 그 말이 왜 이렇게 사람을 편하게 만들던지요. 진짜로 지도는 회수 포기한 기분으로, “일단 먹고 즐기세요” 같은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사이 저는 치킨을 어떻게 먹어야 하나 생각을 했습니다. 젓가락도 없고, 포크도 없고… 결국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손으로 집어 먹는 거였어요. 근데 또 치킨이 “포크용”이었을 리가 없죠. 그래서 손으로 먹는데, 종이 지도랑 같이 보니까 느낌이 묘하게 바뀌더라고요. 마치 제가 세계일주를 하면서 한 끼를 해결하는 여행자 모드랄까요. 지도에는 “여기서 왼쪽” 같은 화살표까지 있었는데, 그 화살표가 소스 찍는 방향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여서 스스로 납득해버렸습니다. 이쯤 되면 제가 치킨을 들고 길을 찾는 건지, 지도가 치킨 먹는 동선을 안내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리고 재배달이 왔습니다. 포크가 들어있는 새 포장도 깔끔하게 도착했는데, 이번엔 정말로 포크만 딱 들어있더라고요. 지도는 없었고요. 저는 그제서야 “아, 아까 그 지도는 진짜로 잘못 들어간 거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는 이미 지도를 적당히 접어두긴 했어도 마음속에서는 지도가 계속 존재하고 있었어요. 치킨 다 먹고 나서도 지도 접힌 모양이 자꾸 눈에 밟히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배달 시킨 건 치킨인데, 제 하루는 갑자기 미니 탐험이 됐고요. 포크가 없어서 손으로 먹었고, 지도 때문에 제가 잠깐이라도 여행자처럼 행동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생각나요. 그날 지도 넣어드린 그 다른 고객님은 혹시 “치킨 주문했는데 포크가 아니라 작은 지도 들어있음”을 겪었을까요? 어쩌면 이 동네 배달계는 서로의 실수를 지도처럼 이어주는 게 아닐까… 싶어서, 저는 다음부터 포장은 꼼꼼히 보되, 설마 이런 퀘스트가 또 오진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웃으며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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