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내 자리만 먼지가 유독 잘 보임
회사에서 내 자리만 먼지가 유독 잘 보임. 이거 진짜로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 싶을 정도로 매일 아침마다 눈에 먼저 들어와서, 출근 전 거울보다 먼저 책상부터 보게 됐다.
처음엔 그냥 운이 나쁜가 보다, 했지. 컴퓨터 모니터 아래쪽이나 의자 바퀴 옆, 심지어 마우스 패드 구석까지 먼지가 작은 섬처럼 동그랗게 모여 있어. 다른 사람들은 책상 위가 “그냥 현실적으로 좀 지저분”한 정도인데, 내 자리만은 조명 각도가 조금만 바뀌어도 먼지가 반짝반짝 살아나는 느낌이야.
그래서 어느 날은 진짜로 의심을 내려놓고 청소를 제대로 해봤다. 물티슈로 모서리 훑고, 마른 걸레로 한 번 더 닦고, 마우스 패드도 통째로 털고, 심지어 책상 아래까지 휴지로 돌돌 말아 잡아봤는데… 신기하게도 오후쯤 되면 똑같은 패턴으로 다시 쌓여 있어. 마치 내가 청소를 하면 먼지가 “와, 집 구경하러 왔네?” 하고 출근 시간에 맞춰 이사 오는 것 같았어.
그래서 나는 사무실 공기청정기가 내 자리만 향하는 건가? 하고 체크했지. 공기청정기 바람이 돌아가는 방향도 보고, 환기구 위치도 확인하고, 심지어 바람이 약하게 느껴지는지 손등으로 시험까지 해봤다. 근데 결론은 딱 하나. 내 자리로 “먼지”가 날아오는 게 아니라, 내 자리에서 “먼지가 잘 보이도록” 뭔가가 만들어지는 느낌이었어. 눈에 보이는 필터를 누가 씌운 느낌이랄까.
관리자한테도 한 번 말해봤다. “혹시 제 자리 주변이 유난히 먼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했더니, 다들 그 말에 반응이 참 똑같아. “그냥 자리 운이 그래요” “먼지 잘 털어봐요” 이런 말. 근데 웃긴 건, 내가 먼지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다들 “어… 이건 그냥 먼지 수준 아니네요?” 하고 놀라면서도, 정작 다음 날엔 다시 내 책상만 문제처럼 남아있더라.
그때부터 나는 원인 추적 모드로 들어갔다. 책상 밑에서 케이블 정리도 다시 하고, 모니터 뒤를 살펴보고, 의자 커버 밑바닥까지 확인하고… 그러다 보니 이상한 걸 발견했어. 내 책상 주변 바닥이 다른 자리보다 살짝 더 밝게 보이더라. 조명이 딱 한 각도에서 먼지 입자에 빛을 받아서 확대경처럼 보이는 거지. 문제는 조명이 고정인데, 왜 내 자리만 그 각도로 딱 “먼지를 돋보이게” 받는지 모르겠어. 누가 일부러 나만 스포트라이트를 켠 것 같아.
그리고 결정타는 어느 날 점심시간에 있었어. 옆 팀 선배가 내 책상 지나가다가 “너 오늘 유난히 반짝이네?” 하더라. 농담처럼 말했는데, 나는 그 말이 너무 정확해서 소름이 살짝 났어. 사실 선배는 네가 뭘 했는지 몰라. 그런데 내 자리 먼지는 항상 일정하게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거든. 그날 나는 그냥 웃으면서 “저는 먼지랑 친해요”라고 넘겼는데, 속으로는 “도대체 먼지가 누구 편이야” 싶었다.
이제는 습관이 됐다. 출근하면 먼저 물티슈로 한 번 닦고, 퇴근하면 또 한번 닦고, 주말엔 아예 먼지 청소를 ‘루틴’으로 박아버렸어. 그런데 매일이 똑같이 끝나는 걸 보면, 청소가 해결책이라기보다 ‘유지보수’에 가까운 느낌이더라. 내 자리 먼지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냥 “잠깐 숨을 고르는” 것 같달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방법을 찾았어. 오늘도 보이는 거면 내 일이 끝났다는 뜻이라고, 먼지=진행상황이라고.
그래도 가끔은 웃긴 생각이 들어. 회사가 바빠서 사람은 다들 각자 자기 업무에 치이고, 내 자리만 유독 먼지가 잘 보인다는 건… 어쩌면 내 책상이 “감정 노동” 말고 “시각 노동”도 담당하는 건가 싶어. 누가 내 자리에 먼지 모아놓고 확인 버튼 누르는 거 아니냐고. 결국 내가 깨달은 건 하나야. 먼지는 어딜 가나 생기는데, 어떤 자리엔 그 먼지까지도 주인공처럼 조명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그 주인공이 나일 뿐이지, 먼지가 날 이기는 건 아니다. 오늘도 퇴근 전에 한 번 닦고 나면, 내 자리에는 늘 똑같이 희미한 반짝임이 남는데… 그게 왠지 “내일도 출근했지?” 하고 인사하는 것 같아서, 은근히 피식 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