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지각했는데 출근 체크가 이미 찍혀있음
오늘도 회사 출근길이 늘 그렇듯 정신이 없었는데, 문제는 ‘내가 지각했다’가 아니라 ‘내가 지각한 사실을 회사가 먼저 알고 있었다’는 거였음. 출근해서 카드 대고 보려는 순간, 출근 체크가 이미 찍혀있더라?
처음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 손가락으로 시간 한번 더 확인하고, 직원들이 자주 하는 말처럼 “혹시 시스템이 먼저 찍히는 경우 있나?” 이런 생각도 했지. 근데 출근 체크 화면이 그대로 “완료”로 떠 있으니까, 그냥 내가 늦게 온 게 아니라 이미 누가 내 출근을 대신 해둔 느낌이었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팀장한테 바로 물어보려다가, 더 무서운 걸 깨달았어. 보통 출근 체크는 늦으면 늦을수록 티가 나는데, 나는 이미 체크가 되어 있으니 “너 출근은 했잖아?” 소리가 자동으로 따라올 것 같은 분위기였거든. 그 순간 머릿속에 온갖 시나리오가 동시에 재생됨. 내가 안 왔는데 출근이 찍혔다는 건, 누군가가 내 걸로 찍었거나… 시스템이 날 장난쳤거나….
일단 일단 “혹시 오늘 일정 변동 있냐”를 핑계로 내부 메신저를 열었어. 근데 하필이면 오늘 아침에 단체로 뭔가 확인하라는 공지가 있었더라. 팀에서는 출근 체크 오류 생기면 연락하라며 캡처까지 올리라고 했는데, 내가 해야 할 말이 “저요 오류인데요”가 아니라 “제가 오류 대상이긴 한데… 제가 한 게 아니에요”가 될 것 같아서 손이 멈췄다.
그래도 멈출 수 없으니까, 출근 체크 기록을 캡처해서 HR 쪽에 문의했어. 제목부터가 웃겼지. ‘지각인데 출근 체크가 완료로 표시됩니다’ 이 문장 자체가 이미 내 인생이 코미디라는 느낌이었음. 답변은 거의 즉시 왔는데, 내용이 더 황당했어. “해당 시간에 출근 체크가 이미 처리되어 있습니다. 본인 확인 부탁드립니다.” 본인 확인이라니… 나는 이미 지각했는데 뭘 확인하라는 건지.
그때부터 사람 얼굴이 하나씩 떠오르더라. 우리 팀에서 출근 체크를 대신 찍어주는 사람이 있냐면… 솔직히 말해 그런 문화는 없는데, 가끔 행사나 공용 일정 때문에 잠깐씩 누가 대신 버튼 누르는 경우는 있어. 예를 들면 “회의실 키 받으러 가야 해서, 네가 대신 찍어줘” 같은 식의 미안한 부탁? 근데 그런 부탁을 나는 오늘 아침에 받은 기억이 없었고, 받았더라면 당연히 늦었다는 느낌도 없었을 텐데 말이지.
내 머릿속을 더 흔든 건 같은 층 다른 팀 동료였어. 그 친구가 점심쯤 슬쩍 웃으면서 “어제 네가 먼저 와 있더라”라고 하더라고. 나는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소름이었어. 왜냐면 그 친구 말대로라면, 나는 분명히 지각한 상태였는데 회사 밖에서 기다리던 시간 동안 이미 나는 내부 어딘가에 존재했다는 뜻이잖아. 동시에 ‘혹시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건가?’까지 생각하게 되더라. 사람은 배고프면 기억이 흐려진다고들 하니까… 오늘 아침에 커피를 너무 허겁지겁 마셔서 뇌가 꿀렁했나 싶기도 하고.
그날 오후에 출근 체크 담당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이랑 통화가 됐는데, 결론은 이거였어. 서버가 업데이트되면서 특정 시간대에 “자동 처리”가 들어갔다고 하더라. 즉, 누군가가 대신 찍은 게 아니라, 시스템이 모든 사람을 한 번 쓱쓱 정렬해버린 느낌. 근데 문제는 자동 처리라며 “왜 하필이면 내 시간에만 완료로 뜨냐”였지. 담당자도 “그 시간대에 일부 사용자만 반영된 것 같다”고 하면서, 결국 내 지각 기록을 따로 정리해주겠다는 말로 마무리했어.
물론 나는 기분이 좋을 수가 없지. 지각했는데 ‘출근했다’고 뜨는 건 오히려 더 무서운 행정 리스크였으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 내 잘못으로 처리된 게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는 점이었고, 그날 이후로 나는 출근 체크 화면을 카드 찍기 전에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체크가 이미 찍혀 있으면, 그건 내 시간 여행이 아니라 그냥 시스템이 먼저 앞서가는 거라는 걸 이제는 알거든.
그리고 제일 웃긴 건, 오늘도 지각할 뻔했는데 나도 모르게 먼저 출근 체크 화면을 봤다는 거야. 이번엔 정상적으로 미처 찍히지 않은 상태였고, 나는 바로 카드 찍고 들어갔지. 그 순간 마음속으로 되뇌었음. “시스템아, 이번엔 제발 나보다 빨리 살지 마.” 회사 출근은 늘 정신없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내가 내 시간으로 출근한 게 확실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