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면서 가끔 들리는 ‘똑’ 소리 정체
자취하면서 가끔 들리는 ‘똑’ 소리 정체가 뭔지 아직도 단정 못 내리겠는데요. 어느 날부터 새벽만 되면 벽 어딘가에서 아주 짧고 정확하게 ‘똑’ 하는 소리가 한 번씩 들려요. 처음엔 그냥 배관이 식는 소리인가 싶었죠. 그런데 문제는 그 ‘한 번’이 너무 성실하다는 거예요. 마치 출근 체크처럼요.
처음엔 생활 리듬이랑 맞물렸어요. 제가 잠들기 직전, 정확히는 휴대폰 내려놓고 누우면 그때쯤 ‘똑’ 하고 울려요. 세상에 그렇게 타이밍을 맞춰주는 건 없다고 믿고 싶었는데, 계속 반복되니까 슬슬 감이 오더라고요. “나만 듣는 소리일까?” 싶어서 다음 날 낮에 베란다 창문도 열어보고, 방문도 닫아보고, 심지어 귀마개까지 끼고 들어봤어요. 그런데 또 새벽이 되면 똑… 똑… 하진 않고, 늘 딱 한 번만요.
그래서 저는 과학자 모드로 이것저것 점검했어요. 먼저 냉장고를 의심했죠. 냉장고는 가끔 ‘딱’ 하면서 작동 멈출 때 소리도 나니까요. 하지만 냉장고 위치는 제 침대에서 오른쪽이고, ‘똑’ 소리는 왼쪽 벽 느낌이 강했어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냉장고가 멈춘 시간대랑은 안 맞아요. 제가 타이머를 맞추듯 확인해도 소리는 자기 시간에만 오더라고요.
다음은 전기 콘센트를 의심했어요. 자취방은 원래 콘센트가 여기저기 헐거운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멀티탭 정리도 하고, 충전기 빼고, 가습기까지 다 끄고 잤는데도, 새벽에 ‘똑’은 그대로였어요. 심지어는 전기요도 빼고 잤는데 말이죠. 그날은 “설마 전기가 아니라 누가 문 두드리는 건가?” 싶어서 무서웠는데, 막상 문에 귀 대보면 아무 것도 없어요. 열쇠 구멍으로 바람이라도 불어오는 소리도 아니고, 그저 벽 속에서 한 번 딱.
그다음엔 진짜로 배관을 의심했죠. 샤워할 때 물을 틀면 배관이 팽창했다가 식으면서 소리가 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일부러 전날 밤에 샤워를 늦게 하고, 물을 오래 받았다가 자봤어요. 결과는… 똑이 더 빨리 왔다면 모를까, 양이 늘진 않았어요. 항상 “딱 한 번.” 물을 많이 쓸수록 똑이 커질 것 같았는데 그럴 기미도 없고, 그냥 타이밍만 고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후엔 제가 ‘동작’을 실수로 맞춰버린 적이 있어요. 전날 밤에 청소한다고 벽 옆에 쌓아둔 박스를 정리하다가, 벽에 손바닥을 툭 쳤거든요. 그 순간, 벽 안쪽에서 똑! 하고 똑바로 반응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그게 원인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날 이후로 저는 벽을 신경 쓰기 시작했죠. “벽이랑 내가 대화하는 건가?”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요.
그리고 결정적이었던 건 소리의 패턴이었습니다. 처음엔 랜덤일 줄 알았는데, 새벽 2시~3시 사이에서 가장 자주 들리고, 비 오는 날엔 유독 더 선명하게 들렸어요. 비 소리가 커지면 다른 소리가 묻힐 법도 한데, 오히려 ‘똑’은 더 또렷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결국 관리실에 한 번 물어봤습니다. “벽에서 가끔 ‘똑’ 소리가 나는데, 공사나 설비 문제 아니에요?”라고 했더니, 관리인이 한 박자 쉬더니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그거요, 배수관 타이밍이랑 관련 있는 경우가 있어요. 보통은 크게 문제 없는 편인데… 계속 들리면 점검해드릴게요.”
점검 와주신 분은 참 태평했어요. 벽을 여기저기 두드리고, 밑에를 확인하고, 작은 부품을 만져보더니 “음, 이건 오래전부터 그런 타입인데요. 온도 차 생기면 저렇게 한 번씩 소리 날 수 있어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안도했는데 동시에 허무했어요. 그러니까 그 똑 소리는 귀신도 아니고, 누군가 일부러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온도 차에 따른 ‘기계의 습관’이었다는 거죠. 근데 왜 하필 그렇게 성실하게 한 번만 하는지, 그건 아직도 미스터리에 남아요.
이제는 ‘똑’ 소리 들리면 그냥 시간을 확인해요. 오늘도 어김없이 한 번 오면 “아, 새벽이구나” 하고 다시 이불을 끌어올리죠. 무슨 거창한 사건이 해결된 것도 아니고, 진실이 밝혀진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요. 자취는 혼자라서 무서운 게 아니라, 혼자라서 소리 하나도 정체를 알고 싶게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가끔 ‘똑’이 들리는 날은, 제가 잠을 잘 자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져서 조금 웃겨요. 누군가 제 침대 옆에서 출근 체크하는 기분이랄까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 소리만은, “네, 오늘도 잘 자요” 하고 말해주는 것처럼 들리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