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선 청소할수록 더 더러워 보임
자취방에선 청소할수록 더 더러워 보임. 이 말 진짜로 겪어봤는데, 어느 날부터 내 집이 청소 자랑을 하면 할수록 더 미워 보이더라.
처음에는 그냥 “오늘은 마음 잡고 싹 해야지” 모드였어. 베란다에 널어둔 빨래 정리하고, 바닥 밀고, 싱크대도 닦고, 휴지통 비우고… 근데 막상 끝내고 거실을 훑어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더 지저분해 보이는 거야. 분명 손은 열심히 했는데 왜 눈은 비슷한 곳만 계속 보고 있는지.
알고 보니까 청소를 시작하기 전에는 ‘대충 전체가 지저분해 보이는 상태’였거든. 그래서 내가 어디를 보든 거기서 거기였는데, 청소를 하고 나면 비교가 생겨. 깨끗해진 부분과 여전히 남아 있는 부분의 대비가 확 생기니까, 남은 찌꺼기들이 마치 네가 일부러 숨겨둔 증거처럼 보이는 거지.
특히 싱크대. 세제를 거품내서 닦아내고 물기까지 닦으면 반짝이잖아? 근데 옆에 있는 하수구 쪽은 손이 덜 간 상태로 남아. 그럼 하수구 주변이 더 누렇게 보이더라. 내가 세제를 뿌린 건 하수구도 아니고, 솔로 문지른 건 분명 다른 곳인데도 말이야. 뭔가 “너 지금 여기 안 닦았지?” 하고 조용히 고발하는 느낌.
바닥도 똑같아. 처음엔 먼지가 넓게 퍼져 있으니까 ‘원래 그렇겠지’ 했는데, 한 번 밀고 나면 바닥이 드러나면서 먼지들이 점처럼 보이기 시작해. 그 점들이 또 미세하게 빛을 반사하니까 눈에 더 들어와. 그래서 사람 마음이 약해져. “어? 여기 먼지가 왜 이렇게 모여 있어?” 하면서 다시 밀고, 다시 닦고, 다시 확인하고… 청소가 아니라 추적수사 시작되는 느낌이랄까.
거실 창문도 그랬어. 내가 창문 닦다가 깨끗해진 유리보다, 닦지 않은 프레임 부분이 더 티가 나는 걸 보고 멈칫하더라. 손 닿는 면적은 분명히 한정돼 있는데 시야는 전체를 훑어버리잖아. 그때부터 머릿속이 이상한 논리로 돌아가. “프레임이 더러우면 유리가 덜 더러워진 게 아니라, 프레임이 더러워졌다는 뜻이야.”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 그래서 결국 유리만 닦은 게 아니라 프레임까지 닦고, 프레임까지 닦으면 바닥이 또 티 나고… 사이클 완성.
심지어 옷장도 그래. 옷장 정리한다고 박스 옮기고 바닥 쓸고 선반 정리하면, 보관함 아래쪽이 갑자기 더 어두워 보여. 청소 전에는 옷이 가려서 안 보였는데, 청소하고 나면 시야에 들어오니까 “여기 뭐가 있었지?” 싶어지는 거야. 그럼 또 한 칸 더 열어보고, 먼지 낀 걸 보면 또 닦고, 결국 정리는 끝났는데 마음은 더 지저분해진 상태. 웃긴 건, 실제로는 분명 더 깔끔하게 됐다는 점이야. 근데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지냐면, 내 눈이 ‘정리된 상태’보다 ‘남겨진 흔적’을 더 잘 찾아내도록 길들여져 버렸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한테 청소는 늘 마지막에 남는 한 가지 물건과 싸움이 돼. 예를 들면 전자레인지 안쪽. 겉은 닦았는데 문 안쪽 고무 틈에 뭐가 살짝 끼어 있으면, 그건 그냥 먼지가 아니라 내 자존심을 긁는 무언가처럼 느껴져. “아니 여기 왜 아직도 있지?” 하고 확인하다가, 결국 귀찮음을 이기고 더 뜯어보고 더 닦고… 그러다 보면 시간은 훅 지나가고 체력은 바닥나고, 결과는 “이제는 진짜 끝”인데도 시선이 계속 그 틈으로 돌아가.
어느 날은 너무 지쳐서 거실 한가운데에 서서 그대로 멍하니 봤거든. 그랬더니 깨달았어. 자취방이 더 더러워진 게 아니라, 내가 청소 기준을 계속 올리고 있었던 거야. 처음엔 “깨끗해지면 됨”이 목표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완벽해야 안 더러워 보임”으로 목표가 바뀌어 버린 거지. 그래서 청소를 할수록 남아 있는 것들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지고, 결국 방은 그대로인데 내 시선만 더 까다로워지는 거야.
그 뒤로는 이상한 타협을 했어. 청소를 완벽히 끝내려고 하지 말고, 내가 오늘 달성한 것만큼만 인정하기. 바닥은 밀었으니 바닥은 깔끔한 걸로, 싱크는 닦았으니 싱크는 반짝이는 걸로. 마지막에는 보통 조용히 “오늘은 여기까지가 엔딩”이라고 혼잣말하고 불을 끄거든. 그럼 신기하게도 방이 덜 미워 보여.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커피 한 잔 들고 다시 보면, 또 뭔가가 보이긴 하지만… 그때는 그냥 “내가 사는 곳이니까 원래 이런 거지” 하고 웃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