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유머/짤방 유머 추천 0

당근 거래하러 갔는데 판매자가 안내를 안 해줌

2026-07-13 05:41:11 조회 2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당근 거래하러 갔는데 판매자가 안내를 안 해줌. 진짜로 “여기 앞에서 만나세요~” 같은 거 한 줄도 없이, 채팅에서만 “근처로 오시면 돼요”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지도 켜고 열심히 이동했는데도, 막상 도착하니까 사람이랑 물건이랑 둘 다 안 보이는 거예요.

물건은 중고 전자기기였고 상태 사진은 꽤 괜찮게 올라와 있었어요. 그래서 별생각 없이 “네 알겠습니다” 하고 시간 맞춰 나갔죠. 그런데 제가 도착한 건 그 판매자가 말한 “근처”의 끝자락이었어요. 아파트 단지 입구가 여러 개라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안 왔는데도 판매자는 “문 앞에서 기다리세요”만 반복해요.

전화해볼까 하다가 참았어요. 당근은 왠지 전화하면 갑자기 더 민망해질 것 같잖아요. 그래서 채팅으로 “어느 쪽 문 앞이면 될까요?” 했더니, 돌아온 답이 “그냥 오시면 돼요”예요. 그 “오시면 돼요”가 진짜… 사용자 설명서에 없는 항목 같더라구요. 저는 오히려 더 길을 헤매게 됐고, 단지 안에서 동네 길 이름까지 찾아보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렇게 10분쯤 더 돌고 있을 때는, 누가 봐도 저만 바보처럼 보이겠더라구요. 손엔 물건 받으러 간 사람답게 마스크 쓴 채로 들고 있는 중고 박스도 아닌 다른 비슷한 무언가가 있고,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돼요. 그러다 “아, 저기 편의점 앞이겠지?” 하고 갔는데, 편의점 앞엔 판매자가 아니라 담배 냄새 나는 대화하는 아저씨들만 있더라고요.

다시 채팅했죠. “편의점 앞에 서있는데 맞나요?” 그러니까 판매자는 “저는 건물 1동 쪽이에요”라고 뜹니다. 그런데요, 제가 있는 곳이 1동 쪽인지 2동 쪽인지 구분할 수가 없어요. 단지 안에서 동마다 번호랑 표지판이 있는 편이면 괜찮은데, 그날따라 표지판이 애매하게 숨어 있어요. 결국 저는 그 단지의 동선을 탐정처럼 따라가야 했습니다.

겨우 1동 쪽에 도착했더니 이번엔 “문 앞에 놓을게요”예요. 아니, 놓을 거면 처음부터 놓을 거라고 안내를 해주면 되잖아요. 저는 이미 사람을 기다리는 상태가 됐고, 동시에 “내가 지금 뭘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상태예요. 더 웃긴 건, 안내가 없으니 제가 먼저 찾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에요. 판매자가 물건을 들고 이동해서 인도해주는 것도 아니고요.

그때쯤 갑자기 문 앞에 작은 종이 쪽지가 붙어있는 걸 봤어요. 거기엔 “OO호 앞”이라고만 써 있어요. 전 OO호가 1동 몇 층인지도 모르고,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지 계단으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또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는데, 바깥에서 보면 진짜 배송기사랑 헷갈릴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경비 아저씨가 “찾는 거 있어요?”라고 물을까 봐 계속 눈치 봤고요.

드디어 번호 맞춰서 문 앞까지 갔는데, 그때서야 판매자가 나타나요. 근데 태도가 딱 “아, 오셨네요” 정도예요. 그래서 제가 “아까 안내가 조금만 더 있었으면 바로 찾았을 것 같은데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거든요. 그랬더니 판매자가 “제가 상세히 설명했잖아요. 근처면 다 보이는데요?” 이러는 거예요.

그 순간 제가 제일 웃겼던 건, 제가 실제로는 설명을 못 받은 게 아니라 “제가 알아서 찾아야 하는 퀘스트”를 받은 거였다는 사실이에요. 정작 판매자는 채팅창에서 한 번도 “여기가 1동 정문이고, 이쪽으로 들어오면 됩니다” 같은 말은 안 했는데 말이죠. 저는 계산하면서도 괜히 손에 땀이 차서, 아 ‘근처’라는 단어가 이렇게 넓을 수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결국 거래는 했지만, 물건 받는 순간부터 이미 기분이 반쯤 소비된 느낌이었어요.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까, 다음엔 거래 전에 꼭 “어디로 가면 정확히 만나는지”를 확인해야겠더라고요. 근데 또 그러면 판매자 입장에선 “그 정도는 오셔서 보셔야죠” 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결론은 하나예요. 당근 거래는 물건보다 사람의 안내 수준이 더 중요한 날이 있더라… 다음 거래부터는 제가 먼저 지도 캡처해서 “여기입니다” 하고 보내는 쪽으로 가야겠어요. 적어도 저는 그때부터 탐정 말고 ‘정상 손님’으로 남고 싶습니다.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