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냄비 뚜껑이 어디로 갔는지 아직도 미스터리
자취방 냄비 뚜껑이 어디로 갔는지 아직도 미스터리입니다. 진짜로요. “아, 그거 설마 쓰레기봉투에 들어갔나?” 같은 얕은 추측으로 끝나야 정상인데, 저는 지금까지도 결론이 안 나요. 그날 이후로 제 부엌은 과학이 아니라 미지의 영역이 됐습니다.
사건은 아주 평범하게 시작됐어요. 라면 끓이려고 물 올리는데, 뚜껑이 없더라고요. 냄비는 분명 있는데 뚜껑만 실종. 처음엔 그냥 ‘설거지하다가 어디 뒀겠지’ 했죠. 그런데 그 “어디 뒀겠지”가 문제였어요. 그 다음 날이 돼도, 일주일이 돼도 뚜껑은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저는 자취방을 진짜 성실하게 뒤졌습니다. 싱크대 아래 찬장부터, 밥솥 옆, 세탁기 위, 심지어 신발장까지요. 뚜껑이 들어갈 만한 곳은 다 찾아봤는데도 안 보여요. 냄비 뚜껑은 보통 딱 거기 있잖아요. 냄비랑 한 몸처럼 붙어 있어야 하는데, 이건 마치 타임라인이 다른 사람처럼 사라졌어요.
그래서 의심이 시작됐습니다. “누가 훔쳐 갔나?” 이런 드립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사람이 없습니다. 원룸이고, 복도 CCTV가 있긴 한데, 범죄 영화를 찍을 만큼 사건이 크진 않죠. 대신 저는 제 멘탈을 보호하려고 ‘분명히 내가 어딘가에 숨겨놨을 거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예요. 뚜껑이 없으니까 요리가 다 귀찮아져요. 물 끓이는 것도, 찌개 끓이는 것도 왠지 시간이 더 걸리고, 열이 다 새는 느낌이 들어서요. 뚜껑 없이는 뭔가 “완성도가 낮아진 요리사”가 되는 기분이랄까요. 그러다 보니 라면도 그냥 대충 끓이고, 설거지도 뭉개고, 생활이 점점 ‘대충 살아도 되나?’ 모드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새 뚜껑을 샀습니다. 인터넷에서 딱 맞는 사이즈 찾고, 다음날 도착하게 해놓고, 마음을 다잡았죠. 그런데 새 뚜껑을 장착하는 순간, 이상한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이제 끝났지?” 하고요. 근데 그날 저녁, 냄비를 씻으려고 보니까 뭔가 이상했어요. 냄비 밑바닥에 먼지 같은 게 모여 있고, 찝찝한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찝찝함을 정리하려고 냄비 안을 훑는데, 거기에… 뚜껑이 있었습니다. 네. 제가 찾던 그 뚜껑이요. 근데 이상한 건 위치예요. 저는 분명히 냄비 안을 봤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뚜껑이 냄비 안에 딱 들어가 있지 않았고, 뭔가 각이 져서 안쪽으로 살짝 걸린 상태였어요. 마치 누가 “여기야”라고 알려줬는데 제가 눈치를 못 챈 느낌. 그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동시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끝이면 그냥 웃긴 일로 끝났을 텐데, 또 다른 미스터리가 남아요. 왜 하필 그때는 못 봤을까? 그 전날 저는 냄비를 들고도 흔들어 봤거든요. 뚜껑이 냄비 안에 있었으면 소리가 났을 텐데, 아무 소리가 없었어요. 게다가 냄비가 들어있는 위치가 원래랑 같았는데, 제 뇌는 왜 다른 장면을 재생한 걸까요. 그날 이후로 저는 ‘내가 본 게 내 눈인지, 내 기억인지’ 의심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그 뚜껑을 잘 쓰고 있어요. 다만 새 뚜껑은 반품을 못 했고, 결국 “예비 부품”이 됐죠. 자취방에 예비 부품이 생기면 기분이 이상하게 든든합니다. 세상에 확실한 건 없지만, 뚜껑은 분명히 있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가끔은 설거지하다가 일부러 냄비를 한번 더 확인해요. 확인하는 제 손이 조금 귀찮긴 한데, 그게 또 제일 안전하더라고요.
결론은 이거예요. 자취방 냄비 뚜껑은 어딘가로 간 게 아니라… 제가 못 본 데서 시작된, 제 기억과의 단기전이었습니다. 아직도 미스터리인 건 사실, 다음에도 또 내가 뭘 숨겨놓을까 봐 겁나는 마음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