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면서 처음 산 전자제품이 자꾸 리셋됨
자취하면서 처음 산 전자제품이 자꾸 리셋됨. 이게 무슨 말이냐면, 방금까지 멀쩡하던 게 어느 순간 “탁” 소리 내더니 화면이 깜빡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다. 처음엔 내가 뭘 잘못 눌렀나 싶어서 리모컨이랑 버튼을 전부 확인했는데, 손을 놓자마자 또 리셋된다. 진짜로 집안에서 전자제품이 스스로 “나는 다시 태어난다” 같은 소리 하는 느낌이었어.
처음 산 건 에어프라이어랑 공기청정기 세트였는데, 둘 다 같은 타이밍에 리셋이 뜨진 않았고 오히려 더 웃긴 건 순서가 있었다. 전자레인지 돌릴 때는 공기청정기만 잠깐 멈칫하고, 에어프라이어 켜놓고 샤워하고 나오면 그때부터 리셋이 시작되는 식이었다. 나는 혹시 누전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서 겁이 덜컥 났는데, 월세집이라 관리사무소 부르면 귀찮아질 것 같아서 또 참고 넘어가려 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는데, 자취러들 글이 다 비슷하더라. “콘센트 헐거우면 그럴 수 있어요”, “멀티탭 상태 확인해보세요”, “대기전력 때문에 그래요” 이런 말들. 나는 바로 멀티탭을 새 걸로 바꿨다. 그랬더니 하루는 멀쩡하더니, 둘째 날 밤에 또 리셋. 내가 멀티탭을 바꾼 게 아니라 집 전기 자체가 장난치는 건가 싶어서 멘탈이 살짝 바닥을 찍었다.
다음으로 한 게 콘센트 청소와 접촉 확인이었는데, 이게 또 자취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업이다. 손전등 들고 콘센트 안쪽을 비추고, 가끔은 이물질이 있나 확인하고, 플러그를 빼고 다시 꽂고… 하다 보면 “내가 왜 전기기사를 흉내 내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결국 답이 안 나왔고, 리셋은 여전히 반복됐다. 특히 공기청정기는 필터 청소 알림이 뜨고 리셋되면서 다시 시작해버려서, 내가 산 지 얼마 안 된 제품을 마치 중고처럼 쓰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는 내가 너무 의심한 게 있나 체크하기 시작했다. 냉장고는 멀쩡한데 에어프라이어랑 청정기만 그러는 이유가 뭘까. 그래서 내가 쓰는 생활 패턴을 떠올려봤다. 샤워할 때는 보일러랑 환기팬이 동시에 돌아가고, 그 시간대에 조리나 청정기를 같이 돌렸던 날이 많았다. 그러니까 전기 사용량이 뭔가 한계에 걸릴 때 ‘순간’ 전원이 튀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모든 게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집안 전체를 테스트했다. 에어프라이어만 단독으로 돌려보고, 공기청정기만 단독으로 돌려보고, 조리 중에는 다른 전자기기를 싹 빼서 확인했다. 결과는 이랬다. 완전 단독이면 거의 안 리셋. 그런데 둘 중 하나가 돌아가고, 동시에 전력이 더 필요한 다른 게 붙으면 리셋이 왔다. 그 순간부터는 내가 “이 제품이 고장인가?”가 아니라 “전기 시스템이 원래 내 리듬을 못 따라오나?”로 생각이 바뀌었다.
관리사무소에 말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주 소심한 확인을 했다. 혹시 내 멀티탭이 문제가 아니라, 벽 콘센트에서 미세하게 헛도는 상태일 수 있잖아. 그래서 플러그를 꽂은 채로 아주 천천히 각도를 바꿔보며 리셋이 오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진짜로, 어떤 각도에서는 리셋이 줄고 어떤 각도에서는 더 자주 뜨더라. 여기서부터는 솔직히 내가 조금 웃기기도 했다. 전자제품이 리셋되는 게 아니라, 내가 벽 앞에서 제품을 “잘 부탁해” 하듯 각도 맞추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결국 다음 날 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콘센트 쪽이 간헐적으로 전원이 끊기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더니, 기사님이 오시고는 콘센트를 바로 확인하더라. 기사님 표정이 딱 “아, 이건 오래된 집에서 흔한데요”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고는 콘센트 단자 정리하고 조금 조정해줬는데, 그날 이후로 리셋이 거의 사라졌다. 나는 그제야 내가 전자제품을 의심하느라 시간을 너무 썼다는 걸 알았다. ‘처음 산 전자제품이 자꾸 리셋됨’이라는 제목이 사실은 내 집의 컨디션을 말해주는 거였던 거지.
그래도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아직도 가끔은 밤에 특정 조합으로 쓰면 공기청정기가 한번 깜빡거리는 날이 있다. 그런데 그날도 내가 뭔가를 결론 내리기 전에 확인을 해보면, 대개 집에서 다른 작업(문 열림, 환기 설정 변경, 보일러 타이밍)이 겹치던 날이었다. 지금은 제품보다 집의 리듬을 읽는 사람이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셋되기 직전의 “그 찰나”를 보면, 마치 내가 자취하면서 처음부터 배운 교훈 같은 느낌이 든다. 전기는 무서운데, 또 결국은 정직하게 고쳐지더라. 그래서 오늘도 나는 콘센트를 단단히 눌러 꽂고 조용히 에어 한 번 돌린다. “너 잘 지내지?” 하고 말하진 않지만, 마음속으론 그렇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