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회식 참석 명단에 내가 두 번 적힘
회사에서 회식 참석 명단에 내가 두 번 적힘.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네, 알겠습니다”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점심 끝나고 단톡방에 회식 공지가 올라오더라. “이번 주 금요일 저녁, 참석 명단 확인해주세요. 혹시 빠진 분 계시면 댓글 주세요!” 하고 아주 깔끔하게. 그런데 공지 올라온 지 3분도 안 돼서, 우리 팀장님이 파일이랑 함께 “확인 완료!”라고 보내는 바람에 분위기가 갑자기 속도전을 시작했지.
나는 사실 그 회식 자체가 싫다기보단, 회식 전 ‘명단 확인’ 과정이 싫어. 사람들은 대개 여기서 실수를 하지. “나도 갈게요!”라고 말은 빨리 하는데, 정작 명단 파일에는 또 누락되는 분들이 생기고, 반대로 “저는 못 가요”라고 했는데도 누군가가 다시 체크해버리거나. 그래서 나는 평소엔 댓글로 한 번 더 확인하는 편이야. 혹시 내가 빠지면 어색하니까. 근데 그날은, 내가 어색한 방식이 아니라… 두 번 어색해졌어.
팀장이 올린 참석 명단 파일을 열어보는데, 내 이름이 보이더라고. “어, 내가 있네?” 하고 안심하는 순간, 그 아래줄에 또 내 이름이 있었어. 똑같이. 철자도 같고, 직함도 같고, 심지어 옆 칸 체크까지 똑같이. 나는 그 자리에서 한 10초쯤 멍하게 화면을 봤어.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명단 확인”이라는 말만 읽었지, 나는 ‘추가로’ 뭔가를 한 적이 없거든.
일단 나는 캡처부터 했어. 진짜로, 농담인지 확인하려고. 캡처해두고 나서 팀원들 반응을 살폈지. 근데 다들 그 명단을 보면서 “누가 또 뭘 잘못했나?” 하는 분위기였어. 누군가가 옆에서 “이거 장난 아니야?”라고 물었는데, 내 이름이 두 번이라서 그런지 다들 내 쪽을 보더라.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게 되는데, 고개 숙이는 순간부터 이미 상황은 내 것이었지.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단톡방에 질문을 올렸어. “혹시 회식 명단에 제 이름이 두 번 들어가 있나요? 제가 한 번 더 체크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이렇게. 그러자 바로 답장이 왔어. “아 그거요, 방금 인사팀에서 엑셀 정리하다가 중복 체크된 것 같아요. 걱정 마세요.” 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하는데, 문제는 그 말이 너무 당당해서 더 불안해지는 거야. 왜냐면, 엑셀 정리하다가 중복 체크… 를 내가 두 명분으로 받게 됐잖아.
그다음부터가 진짜였어. 회식 준비 공지가 다시 올라오고, 인원 산정이 시작되는데, 내 자리가 왠지 모르게 “추가 좌석” 쪽이랑 연결돼버린 느낌? 팀원이랑 대화하다가 “너 이번에 두 자리야?” 같은 말이 툭 튀어나오는 거야. 농담처럼 들리는데, 얼굴 표정들이 진짜 농담이 아닌 것 같아서 계속 웃다가 멈추게 되더라. 나는 “아니요, 중복일 뿐인데요….” 하고 말했는데, 사람들이 “그래도 두 자리면 두 번 먹어야지” 같은 식으로 받아치더라고. 그럼 나는 뭐가 돼? 회식의 ‘가성비’ 계산 단위?
회식 당일이 되자 더 웃겼어. 식당 앞에서 명단 확인하는 직원이 “이름 확인해드릴게요” 하고 종이를 들고 오는데, 거기에도 내 이름이 두 줄로 적혀 있는 거야. 나는 순간적으로 “아, 진짜로 전산이 꼬였네”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확인하는 직원이 한 번 웃고는 “손님, 혹시 두 분 오시는 거세요?”라고 묻는 거야. 그 질문을 받는 나는, 그냥 혼자 웃고 있을 수밖에 없더라. “아뇨 한 분인데요. 명단에 제가 두 번….” 이 말을 하는 순간, 뒤에서 누가 “그럼 한 분이 두 번 오신다?”라고 말해서 진짜로 식당 공기 자체가 장난감처럼 가벼워졌어.
결국 나는 그냥 한 자리에서 저녁을 먹었고, 나머지 한 줄은 직원이 “아마 인사팀이 실수했나 봅니다” 하고 알아서 넘겼어.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야. 회식 후에 정산 얘기까지 나오더라고. 우리 팀에서 회식비 나눌 때, 누군가가 계산표를 가져와서 “혹시 중복 체크 때문에 누가 더 내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바로 내 쪽으로 화살표를 맞추는 거지. 나는 “제가 두 명분을 냈다기보단… 그냥 데이터가 두 번 찍힌 거예요!”라고 해봤는데, 다들 “그럼 너는 이번 달 칼퇴 보너스 받는 거지?” 같은 소리를 하며 넘어가더라.
며칠 지나서 나는 그 단톡방을 다시 보게 됐어. 인사팀에서 “명단 중복 체크 건은 정정 완료되었습니다. 다음 회식부터는 더 꼼꼼히 하겠습니다.”라고 공지를 올렸는데, 댓글이 달리더라. 누가 “다음 회식 때는 아예 신청서를 ‘두 번’ 받으세요. 우리 팀 분위기가 그때가 제일 좋았어요”라고. 그 댓글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어. 실수 하나가 이렇게까지 사람들을 떠들썩하게 만들 수 있나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내가 두 번 적힌 덕분에 최소한 그날 대화의 중심이 내가 되긴 했잖아. 전산 오류가 내 인생에 이렇게까지 유용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튼 그 이후로 나는 명단 확인할 때, 이름이 한 번만 적혀 있어도 이상하게 불안하더라.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중복 체크를 보면, 결국 또 기대하게 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