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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해장국 끓여줬는데 맛이 너무 회사 구내식당 같음

2026-07-19 05:41:11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오늘 아침에 가족이 “해장국 끓였어, 이거 먹고 버텨야지” 이런 말 하더라고요. 전 어젯밤에 뭐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눈이랑 머리가 같이 멍한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받아먹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속에 “아, 오늘은 내가 이길 날이다”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첫 숟갈이 아니라, 두 번째 숟갈부터 시작됐어요. 국물 한 모금 떠먹었는데 향이 너무 익숙한 거예요. 막 식당에서 끓인 그런 향이 아니라, “어디선가 분명히 먹어본” 구내식당 그 특유의 중간맛. 간은 정갈한데 개성이 없는 느낌? 혀가 “이거… 회사야” 하고 스스로 결론 내리더라고요.

가족은 뿌듯하게 “어제 시장에서 사 왔지” 하면서 김치도 챙겨줬어요. 그런데 국에 들어간 고기랑 파, 양파 같은 재료가 다 너무 딱딱 정해진 규격처럼 느껴졌어요. 마치 누가 레시피를 엑셀로 만들어서 셀에 맞춰 넣은 것처럼요. 심지어 건더기 크기도 비슷하게 균일해서, 국 안에서 퐁퐁 떠다니는 게 아니라 급식 줄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달까요.

맛을 더 따져보려고 스스로 납득을 해봤습니다. “아, 어쩌면 가족이 요리를 잘하는데 내 감각이 취해서 그렇게 느끼는 거겠지.” 그런데 가정이란 이름으로 내뿜는 자신감이 너무 커서, 저는 반박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냥 계속 먹었어요. 국물은 따뜻했고, 간도 세지 않았고, 칼칼함도 적당했는데… 그 모든 게 딱 구내식당의 안정감 그거였습니다.

결국 저는 참다가 물어봤어요. “이거 혹시… 회사에서 먹던 거랑 비슷하지 않아?”라고요. 그러자 가족이 놀라더라고요. “회사? 무슨 회사야. 우리 어릴 때부터 하던 방식 그대로야.” 그 말이 더 무섭게 들렸습니다. 아니, 어릴 때부터 하던 방식인데 왜 하필 제 기억 속 회사가 튀어나오는 거죠?

그래서 제가 한 번 더 체크했어요. 소금 간은 어느 정도고, 후추 향은 은근한데, 그 뒤에 올라오는 기름의 맛이 딱 “급식 카트가 지나갈 때 나는 향”이랑 비슷했어요. 그리고 면이 들어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면이 아니라 “면 같은 무언가”였어요. 국수도 아니고, 라면도 아니고, 회사에서 해장국 코너에 늘 있던 그 애매한 사이. 한 입 먹을 때마다 두뇌가 자동으로 출근 준비를 하더라고요.

가족은 제 반응을 보면서 “맛있지?” 물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말하면 맛있긴 했어요. 다만 문제는, 너무 맛있어서가 아니라 너무 무난해서요. 무난함이란 게 이런 건가 싶었습니다. 내가 해장하려고 기대한 건 “진짜 살리는 한 그릇”이었는데, 이건 마치 컨디션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 컨디션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만큼” 되돌리는 느낌. 먹고 나면 뭔가 낫긴 낫는데, 감정이 아니라 루틴만 회복되는 그런 느낌요.

그래서 결론은 이거예요. 가족이 해장국을 끓여준 게 아니라, 가족이 저를 회사 시스템에 넣어둔 거예요. 국물 한 바가지가 “출근하세요” 버튼을 눌러주는 느낌. 기분이 나빠질 틈이 없어요. 따뜻하고 정성 있고, 기본기는 좋아요. 다만 제 몸은 그 기본기에 감탄하는 동시에, 마음속에서 구내식당 배경음이 들려오는 거죠. “띵동” 같은.

마지막으로 국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가족이 슬쩍 웃으며 “다 먹었어? 그럼 내일도 또 해줄까?” 그러더라고요. 저는 그 말에 순간 고민하다가, 결국 “내일은… 조금만 더 ‘개성’ 넣어줄 수 있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가족이 “개성? 그게 뭐야?” 하는 표정이어서, 저는 한 숟갈 더 떠먹으며 생각했죠. 아, 이 해장국의 개성은 이미 정해져 있구나. 바로 ‘어제도 오늘도 출근길 같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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