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서 산 물건이 반품 사유가 내 사유랑 같음
당근에서 산 물건이 반품 사유가 내 사유랑 같음. 제목 그대로예요. 저는 솔직히 이런 건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실물 받아보고 나니까 진짜로 웃음이 나와서 그대로 썰 풀어봅니다.
상황은 이랬어요. 당근에서 중고로 모니터 암(책상에 붙이는 거 말고, 모니터를 세우는 암)을 업어왔거든요. 판매자님 글에 “설치하려다 공간이 안 나와서 정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는데, 저도 집에서 책상 위 선반이랑 간섭이 있을까봐 걱정하던 참이었어요. 그래서 마음이 좀 편해졌죠. 비슷한 상황이면 새 거에 가까울 것 같잖아요.
물건은 생각보다 빨리 왔고, 박스도 멀쩡했어요. 포장 뜯는 순간엔 “아 이거 진짜 거의 안 쓴 거네” 싶더라고요. 볼트 포장도 그대로였고, 설명서도 구겨진 흔적이 없어서요. 근데 제가 문제의 책상을 딱 보니까, 역시나… 간섭이 생기더라고요. 판매자님이 말한 “공간이 안 나와서”가 저한테도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저는 바로 메시지부터 보냈어요. “저도 설치해보니 제 책상에서 간섭이 생겨서 반품 고려 중이에요” 하고요. 판매자님 반응은 또 뭐랄까, 엄청 친절했어요. “아 그렇구나. 저도 딱 그 이유였어요. 그래서 반품 처리 하려고 했던 거고요.” 여기까지는 그냥 당연한 말이겠지 했는데, 그 다음에 확인할 게 있었죠.
반품 접수는 당근 채팅에서 사유를 고르고, 짧게 메모를 남기는 방식이잖아요. 저는 그냥 성의 있게 썼어요. “책상 위 구조물과 간섭으로 설치 불가” 같은 식으로요. 근데 접수 완료하고 나서 화면에 뜬 판매자님의 기존 반품 사유를 다시 보게 됐는데… 거기 적힌 문구가 제가 고른 문장하고 거의 똑같았어요. “설치하려다 책상 공간이 안 나와서 간섭” 이거였거든요. 물론 표현은 약간 다를 수 있는데, 핵심 단어랑 뉘앙스가 일치하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제가 “혹시 판매자님이 보신 게 내 사유랑 같아서 그러신 건가요?”라고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물어보니까, 판매자님이 “그게 저도 똑같이 겪어서요. 당근에 올리기 전에 사유를 그렇게 써놨던 게 있어요. 저희 집 구조랑 똑같을 줄은 몰랐네요”라고 답하셨어요.
여기서부터는 진짜 웃겼어요. 같은 물건인데, 같은 이유로 설치가 안 된다는 건 이해는 해도, “반품 사유가 내 사유랑 같다”는 건 좀… 운명이죠. 저는 솔직히 중고 거래하면서 이런 ‘기승전 같은 문구’는 처음 봤거든요. 보통은 “생각보다 커서요”, “단순 변심이에요”, “하자 있는 것 같아서요” 이런 식으로 흩어지는데, 이건 아예 시나리오가 겹친 느낌이었어요.
결국 저는 다시 설치 각도를 바꿔보기도 하고, 브라켓 위치도 바꿔보면서 “이 정도면 되지 않나?” 했는데 끝내 안 되더라고요. 결국 반품으로 마음을 굳히고 사유를 다시 정확히 적었죠. 이번엔 아예 판매자님이 적어둔 방식으로 써버렸어요. 괜히 미안해지더라고요. 나만 겪는 일이 아닌 거니까요. 판매자님도 “그럴 줄 알았어요. 다른 분은 될 수 있는데, 책상 구조가 애매하면 진짜 안 맞아요”라고 하면서 다음 처리도 빠르게 도와주셨어요.
반품이 처리되고 나서 며칠 뒤, 어쩌다 보니 예전 대화 내역을 다시 봤는데요. 판매자님이 처음 올렸을 때 쓴 문장, 그리고 제가 반품 사유에 적은 문장, 심지어 중간에 제가 답장으로 덧붙인 표현까지 거의 같은 방향이었어요.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속인 게 아니라, 그냥 세상이 같은 걸 반복시키는 거구나… 싶었죠.
당근이 참 편한데, 가끔은 이런 식으로 “같은 실패를 가진 사람”을 데려다주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결론은 하나입니다. 같은 모양의 책상을 가진 분이면, 그 모니터 암은 사지 마세요. 아니면… 구매 전에 반품 사유부터 미리 연습해두세요. 그러면 덜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