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발표 끝내고 보니 마이크가 내 목소리만 더 키웠음
회사에서 발표 끝내고 나서야 알았어요. 다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 스피커에서 제 목소리가 “아직도 계속 말하고 있네?” 싶을 정도로 또렷하게 울리더라고요. 발표 화면은 이미 종료 버튼 눌러졌는데, 마이크는 제 숨소리랑 말 끝의 기침까지 다 붙잡아서 재생 중인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회의실이 울리는 건가, 제가 너무 가까이 붙었나 싶었죠. 그런데 슬라이드 마지막 장 넘기는 소리, “감사합니다” 할 때의 음성, 심지어 “네, 질문 있으시면…”에서 넘어가는 그 작은 멈칫까지 다 크게 들리니까, 이상한 방향으로 커지는 게 느껴졌어요. 발표는 발표인데, 제 목소리가 보너스로 더 들어가는 느낌?
저는 발표 끝나고 바로 자리로 돌아가면서도 계속 고개를 갸웃했어요. 옆자리 팀원이 저를 보더니 눈으로 묻더라고요. ‘너 발표 끝났는데 왜 마이크가 아직 살아있어?’ 이런 표정이었는데, 저는 “아… 그럴 리가…”라고 웃어넘겼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가 원인을 찾을 줄 알았거든요.
다음 순서로 다른 분이 발표를 시작하셨는데, 그분 말이 시작하자마자 제 목소리가 오히려 더 튀어나왔어요. 정확히는, 제 목소리가 녹음된 것처럼 계속 잔향처럼 남아있다가 어느 순간 더 크게 튀는 타이밍이 있었죠.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 표정이 하나둘씩 바뀌는 게 보였습니다. 웃어야 할지, 무슨 일이 터진 건지 확인해야 할지 애매한 그 얼굴들이요.
저는 급하게 마이크 리모컨을 확인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때도 이미 늦었어요. 리모컨 버튼을 눌러도 마이크는 “내가 여기 있어” 하는 듯이 멀쩡하게 살아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죠. 마이크가 내 목소리만 더 키우도록 설정돼 있었던 거예요. 누군가 설정을 만진 적이 있는지, 아니면 회의실 기본값이 그렇게 되어 있는지 모르겠는데, 제 목소리만 유독 과하게 부스트가 걸렸던 겁니다.
그래서 더 웃긴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발표할 때만 목소리가 선명해지다 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 사람 자신감 있는 말투로 아주 딱딱하게 설명하네”가 아니라, “갑자기 마이크가 저 사람을 배우처럼 캐스팅한 것 같은데?” 이런 느낌이었을 수 있어요. 게다가 제 평소 말버릇이 ‘음… 그러니까…’ 같은 쪽이라, 마이크가 그 ‘음’과 ‘그러니까’를 집중 조명해버리니까 더 이상해졌죠.
회의가 끝난 뒤에는 동료들이 슬쩍슬쩍 농담을 던지더라고요. 한 분은 “방금 발표 끝나고도 한 10초 더 해주신 거 아니에요?”라고 하면서 웃었고, 다른 분은 “다음 발표는 마이크가 아니라 현장 감독이 필요하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아, 시스템 오류였나 봐요”라고 해명했는데, 제 목소리가 시스템 로그처럼 남아있는 느낌이라 말이 잘 안 붙더라고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 그 장면이 떠올랐어요. ‘감사합니다’ 하고 손 흔들던 순간에 제 목소리가 더 커져서, 마치 제가 퇴장하는 게 아니라 연단에서 더 말을 이어갈 것처럼 들렸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다행인 건, 누가 진지하게 항의하거나 분위기를 망친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다들 제 발표를 기억해줬다는 점에서 이상하게도 성과(?)가 있었어요.
다음 회의부터는 아예 마이크 세팅을 제가 확인하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발표 시작 전에 스스로 한 번 테스트 녹음을 해요. 제 목소리가 과하게 키워졌는지, 숨소리까지 튀는지, 말끝이 너무 크게 붙는지 체크하죠. 그러다 보니 어느 날은 마이크가 정상이라도, 제 머릿속에서 “혹시 또 내 목소리만 부스트 걸렸나?” 하는 의심이 먼저 올라오더라고요. 그 의심 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하게 되고요.
결론은 이거예요. 회사에서 발표 끝내고 보니 마이크가 제 목소리만 더 키웠던 날, 저는 망한 게 아니라 ‘오버스펙 홍보’를 해버린 셈이었습니다. 다음에 누가 “마이크 소리 잘 들리세요?”라고 물으면 저는 이제 이렇게 답할 것 같아요. “네, 잘 들립니다… 제 목소리만요.” 그 말 한마디에 다들 한 번 더 웃고 넘어가더라구요. 괜히 기억에 남아서, 그게 또 은근히 괜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