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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하면서 신발장 정리하다가 작년에 산 줄 알았던 새 신발 발견

2026-07-20 20:41:11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자취하면서 신발장 정리하다가, 작년에 산 줄 알았던 새 신발을 발견했어요. 그 순간부터 제 뇌는 “내가 돈을 어디에 썼지?” 같은 추리물 엔딩에 들어가더라구요. 신발장 문 열자마자 먼지 냄새랑 양말 냄새가 한 번에 올라오는데, 이게 또 추억이 섞이면 더 골치 아파요.

원래는 신발장 안을 깔끔하게 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방 정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말 다 믿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꺼내보니 신발들이 죄다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어요. 한 켤레는 박스에서 막 나온 듯 반짝이고, 한 켤레는 “나 아직도 살아있다” 하는 표정이고… 그러다가 눈길이 멈춘 게 하나 있었어요.

책상 앞에서 결제내역을 떠올리듯, 저는 그 신발을 보자마자 작년 기억부터 소환했죠. 흰색 바탕에 약간 회색 포인트가 들어간 그 신발이요. “아 이거 작년에 샀던 거지. 그때 할인하길래 바로 샀잖아.” 이렇게 확신했는데, 문제는 이 확신이 너무 단단해서 스스로를 속이더라구요.

신발끈을 만져보는데, 상태가 너무 새 거예요. 먼지 한 톨이 잘못 꽂힌 느낌도 없고, 바닥도 막 닳았다는 느낌이 거의 없더라구요. 그래서 전 “야 내가 진짜 안 신었나?” 싶었는데, 뭔가 더 찜찜한 게 있었어요. 신발 안쪽에 달려있는 택이 아직도 붙어있는데, 보통은 신발 사고 나면 첫 주에라도 귀찮아서라도 떼지 않나요?

그때부터 저는 신발을 뒤집고, 안쪽을 들여다보고, 모양을 비교하고, 심지어 끈을 매는 시늉까지 해봤어요. 진짜로 제 인생에서 이 신발을 신어본 기억이 있냐고 스스로한테 물어봤는데, 대답은 “없음” 쪽으로 기울더라구요. 그래서 조용히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신발은 작년에 산 게 아니라, 제가 작년에 “산다고 생각한” 신발일지도 모른다고요.

근데 더 어이없는 건 신발장 한 구석에 같은 모델이 하나 더 있었어요. 색만 조금 다른 버전인데, 그건 확실히 오래 신은 흔적이 있고요. 즉, 저는 신발을 하나 더 사 놓고도, 오래 신던 신발을 “새로 산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제가 기억을 저장할 때 캡처가 아니라 편집해서 저장한 느낌이에요.

그럼 왜 새 신발이 여기 있었냐. 그 질문에 답을 찾다가, 제 자취 생활의 패턴이 갑자기 선명해졌어요. 저는 물건을 사면 바로 뜯고 쓰는 사람이 아니라, 뜯고 보관하고 잊는 사람 같더라고요. 특히 신발은요. 택도 안 뗀 채로 신발장에 넣어두면, 며칠 뒤에는 “있긴 한데 필요는 없지” 모드로 들어가요. 그러다 어느 날 정리하다 보면, 그 물건이 제게 와서 “나 아직도 여기 있었어?” 하고 인사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신발을 꺼내서 택을 떼고, 깔끔하게 솔로 한 번 문질러 닦았어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절차, “이제 진짜 신을 거지?”를 마음속으로 체크하죠. 물론 마음속 체크는 누구나 하지만, 양심이 따라줘야 하잖아요. 전 방금 전까지는 이 신발을 작년에 산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이제는 “오늘부터 신을 거다”라고 믿어버렸어요. 믿음이 바뀌면 신발도 따라 따라 바뀌나요? 아니죠. 다만 제가 움직이게 되긴 해요.

마지막으로 신발장 안을 다시 정리하면서 깨달았어요. 제가 새 신발을 발견한 게 아니라, 제 소비 습관과 기억력의 허점을 한 켤레씩 발견한 거더라구요. 신발장 정리를 하다 보면 가끔은 돈이 새는 게 아니라, 제 머릿속이 새는 거라는 걸요. 어쨌든 오늘은 그 새 신발을 신고 밖에 나갔는데, 발이 생각보다 가볍더라고요. 근데 웃긴 건요, 걸을 때마다 “내가 작년에 샀던 걸 이제야 신는 거구나” 하는 느낌이 아니라, “난 아직도 새 걸 살 수 있는 사람이구나” 같은 뻔뻔한 용기가 생겼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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