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누가 내 노트북 배경화면으로 바꿔놨음
회사에서 노트북을 딱 켜고 출근 루틴처럼 바탕화면부터 확인하는데, 오늘은 왠지 색감이… 다르더라. 분명 어제까진 내가 좋아하던 무난한 풍경 배경이었거든. 근데 아침부터 화면 가득 누가 내 취향을 ‘업데이트’해놨음. 문제는 그게 단순히 예쁜 정도가 아니라, 딱 봐도 누가 일부러 장난친 티가 나는 구성이었단 말이지.
배경화면에 딱 중앙에 커다랗게 글자가 박혀 있었어. “오늘도 열심히 살자” 같은 고전 동기부여 문구 말고, 더 노골적으로 내 상황을 콕 집는 문장이었음. 솔직히 회사 사람들 다 아는 내 별명이랑, 내가 늘 하는 말이 섞여 있었거든. 그래서 보는 순간 너무 웃긴데 동시에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했어. ‘어? 이거 내가 알던 나인데… 누가 왜 알아?’ 이런 느낌.
나는 일단 아무 일 없는 척 회의에 들어가려고 노트북을 닫았다가 다시 켰는데, 그 순간 더 큰 문제가 보이더라. 아이콘 위치도 다 정렬되어 있고, 바탕화면에 있던 파일 바로가기 몇 개가 이상한 폴더로 들어가 있었어. 누군가 “배경만 바꾼 게 아니라 손을 좀 댔다”는 증거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거야. 물론 내 보안 습관은 나쁘지 않은 편인데, 회사에서는 다들 바쁘니까 이런 거 놓치잖아.
그날 내 머릿속은 한 가지로만 돌아갔다. “누가 내 노트북을 만졌지?” 딱히 CCTV 보는 능력도 없고, IT팀에 던질 수도 없고… 그래서 나는 회의 끝나자마자 점심시간에 슬쩍 분위기부터 봤어. 평소에 친한 팀원들한테 “어제 회사 시스템 느렸어?” 같은 말로 던져 놓고, 사람들 표정 관찰 들어갔다. 근데 다들 어색하게 웃고, 다들 자기 얘기만 하더라고.
특히 한 명이 자꾸 내 노트북 화면을 슬쩍 보면서 “아, 그거 너무 좋다”라고 말하길래, 나는 바로 직감했지. 그 사람이 내 작업 방식이랑 농담 포인트도 제일 잘 맞추는 편이거든. 근데 문제는 그 사람이 장난을 칠 때도 보통 티가 안 나야 하는데, 이번 건 너무 티가 남. 그래서 나는 오히려 더 의심이 커졌어. ‘이 사람 맞으면, 대체 왜 이렇게까지 했냐…’
퇴근까지 버티고 집 가는 길에 나는 결국 딱 한 번 물어보기로 했어. 근데 그냥 “너 내 노트북 배경 왜 바꿨어?”라고 하면 추궁처럼 들리잖아. 그래서 나는 일부러 가볍게 “야, 오늘 내 화면 왜 저래? 갑자기 내 취향을 대놓고 디버깅했네”라고 농담으로 던졌지. 그랬더니 그 사람이 잠깐 멈칫하더니, 아주 태연한 얼굴로 “어? 네가 어제 배경화면 바꾼 거 아니었어?”라고 되묻는 거야.
순간 내 심장이 ‘쿵’ 했는데, 그 다음 말에서 더 웃겼어. 그 사람이 “나는 그냥 네가 바꾸려고 검색하던 거 봤거든. 너가 ‘이런 거 없나’ 하면서 보고 있었잖아. 그래서 내가 좀 더 그럴듯하게 정리해줬지”라고 말하더라고. 아니… 나는 어제 퇴근 직전에 자료 정리만 했다고. 게다가 배경을 바꾸는 메뉴를 열어본 적도 없는데, 그 사람은 내 손동작까지 기억해. 그래서 나는 웃다가 말이 안 나왔어.
결국 결론은 이거였어. 그 사람이 내 노트북 잠금 상태일 때 잠깐 로그인 정보를 기억해둔 걸로 들어가서, 배경화면과 아이콘 정렬을 ‘장난 세팅’해둔 거. 더 웃긴 건, 배경화면 문구가 내가 요즘 프로젝트 때문에 자주 하는 말이랑 정확히 맞물려 있었다는 거야. 내가 “이거 끝내면 숨 좀 쉬겠다”라는 말을 하루에 몇 번씩 내뱉는데, 배경에 그 문구가 그대로 박혀 있었거든. 회사에서 그렇게까지 내 말투를 캡처해서 써먹을 일은 없잖아.
그래도 나는 그날 IT팀에 신고는 안 했어. 대신 그 사람에게 “다음엔 배경만 바꿔. 아이콘 위치는 건드리지 마. 내 업무 흐름이 0.3초 느려진다”라고 진지하게 말해줬지. 그랬더니 그 사람이 “미안, 근데 너 그 배경 보면서 계속 웃는 거 같아서, 나도 그냥 멈추질 못했어”라고 하더라. 웃긴 건, 그 배경을 그대로 두니까 오히려 이상하게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거야. 누가 내 일상을 훔쳐가서 장난친 기분인데도, 괜히 힘은 나더라고.
며칠 지나고 배경화면을 내가 다시 원래대로 돌려놨는데, 오늘 아침에 딱 한 줄만 바뀐 걸 발견했어. 원래 문구는 없어지고, 작은 위젯처럼 “오늘도 열심히”만 남아 있더라. 누가 내 취향을 되돌려 놓고도 마지막에 한 방은 더 얹은 느낌이랄까. 그 순간 나는 생각했지. 어쩌면 회사라는 곳은 업무만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서로의 일상에 장난 섞어가며 버티는 곳일지도 모른다고. 결국 내 노트북 배경은 돌아왔는데, 내 마음은 아직도 그날 웃음이 켜져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