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잘 닦아놨더니 주차장에서 누가 또 묻힘
차 잘 닦아놨더니 주차장에서 누가 또 묻힘… 이 말만 들으면 “또 누구야” 같은데, 저는 진짜 그날 아침에 제 자신을 너무 믿었습니다. 새로 산 물왁스까지 챙겨서 닦고, 유리도 반짝거리게 닦고, 휠도 손으로 구석구석 문질러서 “오늘은 누가 봐도 관리하는 사람” 모드로 주차장에서 나갔거든요.
원래 주차장에서 돌아오는 시간은 대충 정해져 있었는데, 그날은 일이 좀 밀려서 한 7시간 뒤에 다시 주차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느낌이 이상했어요. 차 색이 뿌옇게 죽어있다기보단, 어딘가 고의로 더럽혀진 티가 났달까요? 바람 불어서 생긴 먼지 정도가 아니라 손으로 대충 툭 묻힌 느낌이 딱 들었습니다.
일단 겁부터 났습니다. 설마 누가 제 차에 뭔가를 떨어뜨렸나? 아니면 누가 옆에서 문지르며 지나갔나? 저는 차 문을 열기 전에 주변을 먼저 봤어요. 주차라인, 옆 차들, 그리고 제 차 앞뒤로 혹시 튄 흔적이 있는지… 그런데 제일 먼저 보이는 건 딱 한 군데였습니다.
조수석 쪽 앞 범퍼 아래, 물기 자국처럼 보이는 갈색 얼룩이 길게 늘어나 있었어요. 와… 진짜 “아, 이건 누가 지나가면서 쓸고 갔다”는 그 느낌. 저는 처음엔 비 맞고 흙 튄 건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모양이 너무 규칙적이었습니다. 마치 누가 닦는 걸 포기한 채로 뭔가를 툭 하고 문질러놓은 것처럼요.
그때부터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저는 아침에 닦으면서 “이번엔 진짜 오래가겠다”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오늘만 예쁘고 끝”이 된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렀는데, 묻어있던 게 잘 안 지워졌습니다. 물왁스로 코팅한 게 오히려 더 답답했어요. 코팅은 좋은데, 그 좋은 코팅 위에 누가 ‘문제 해결’을 안 하고 던져버린 거죠.
관리실에 말하기도 애매했습니다. “누가 제 차를 또 묻혔어요”라고 하면, 보통은 “증거가 있나요?” 같은 소리를 하잖아요. 솔직히 제 차는 세차한 지 몇 시간밖에 안 됐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반짝이던 건 제가 증명할 수 있는데, 주차장은 CCTV가 있어도 제가 그걸 바로 확인할 수는 없고요. 그래서 저는 결국, 분노를 삼키고 다시 닦기 시작했습니다. 손이 이미 알고 있는 동작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진짜 인간은 왜 이렇게 바쁘지”라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로 닦는 건 또 다른 종류의 세차가 되더라고요. 아침에 닦을 때는 즐거웠는데, 이번엔 전쟁이었습니다. 특히 조수석 앞쪽은 얼룩이 잘 지워지지 않아서, 문지르다가 결국 수건이 빨리 닳았고 제 팔이 먼저 지쳤습니다. 그런데 닦는 중간에 이상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혹시 내가 뭔가를 잘못했나?” 예를 들면, 내가 세차할 때 물기 마무리를 완벽히 안 했거나, 왁스가 아직 완전히 굳기 전에 눌렸거나… 그런 변명 거리가 머릿속에 자꾸 생기는데, 또 얼룩 모양을 보면 그건 아니었어요.
결국 마지막에 제가 발견한 건, 얼룩이 있는 위치가 딱 차 문이 열릴 때 닿는 높이랑 비슷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옆 차에서 내리면서 뭔가 묻어온 손이나 물건을 그 위치에 대고 문질렀다는 추정이 가능해 보였어요. “혹시 가방이었나? 혹시 우산이었나? 아니면 누가 바닥에 쓸고 지나가며…” 상상은 끝이 없습니다. 제가 상상으로 괜히 저를 괴롭히는 동안, 제 차는 더 얼룩이 선명해지더라고요.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오늘은 세차를 하는 날이 아니라, 피해 복구를 하는 날이구나.
그 이후로는 주차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눈치도 보게 됐습니다. 인사할 때 표정이 너무 딱딱해졌는지, 어떤 분은 “차 관리 잘 하시네요”라고 말까지 하더라고요. 저는 웃으면서 “네…” 하고 넘겼는데, 속으로는 “관리 잘 하는데요, 누가 맨날 손 좀 대요”라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어요. 이게 내가 예민한 걸까, 아니면 정말 누군가 반복적으로 이런 식으로 묻히는 걸까. 그래도 한 번에 결론 내리기는 어렵잖아요. 주차장은 넓고 사람은 많고, 범인은 늘 안 잡히는 게 현실이니까요.
그래서 지금 저는 간단한 규칙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세차는 했는데, “딱 오늘만 예쁘면 됐다”라고 마음속으로 정리하는 거예요. 어차피 주차장은 제 손만 기다리지 않고, 누군가는 계속 무언가를 묻힐 수도 있겠죠. 이상하게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마음이 좀 가벼워졌습니다. 물론 차는 여전히 닦아야 하고요. 다만 다음에 누가 또 묻히면, 저는 더 이상 “왜 나만” 하지 않고 “아, 오늘도 이벤트네” 정도로 받아들이려고요. 결국 주차장에서 제 차는 반짝이는 전시물이 아니라, ‘세차 루틴이 얼마나 꾸준한지’ 보여주는 제 증거가 되어버렸거든요. 오늘도 저는 수건을 챙기며, 웃음 한 번 더 짓고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