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주문했는데 오지 않고 대신 내 앞에서 안내방송만 함
배달 주문했는데 오지 않고 대신 내 앞에서 안내방송만 함. 진짜 이게 실화냐 싶어서 아직도 타자 치는 손이 좀 떨려요. 그날도 배고파서 평소처럼 앱에서 주문 누르고, 결제까지 깔끔하게 끝냈거든요. 예상 시간은 “곧 도착” 느낌으로 딱 떠 있었는데, 저는 그 시간에 맞춰서 현관문 앞에 딱 서 있었죠.
처음엔 그냥 늦나 보다 싶었어요. 근데 10분, 20분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는데, 앱에는 “배달기사님이 도착 예정입니다”만 반복해서 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콜을 한번 해봤죠. 연결음이 한 번 울리더니 “고객님, 현재 1번 출입구 앞입니다” 같은 멘트가 들리는 거예요. 근데 이상하게 기사님 목소리가 아니라… 무슨 방송 마이크로 들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설마 하고 창문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는데, 제 앞 복도 끝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지나가고 있었고, 누군가가 확성기 들고 있는 모습이 딱 보였어요. 제가 사는 곳이 아파트는 아닌데, 원래 상가랑 같이 있는 건물이라 가끔 안내방송이 나와요. 근데 그 방송이 하필 제 주문이랑 맞물린 타이밍에 나오니까, 솔직히 심장이 두근두근하더라고요.
안내방송 내용이 뭐냐면, “고객님, 3층 엘리베이터 이용 고객께서는 잠시 이동해 주세요. 현재 배달 음식 전달 담당자가 해당 구역에서 안내 중입니다.” 이런 식이었는데, 이게 진짜 제 건물 방송 같기도 하고, 누가 장난치는 것 같기도 하고… 저는 그 순간 멘탈이 반쯤 나갔어요. 왜냐면 제가 그 순간 현관 앞에 있었거든요. 이동하라면서 제가 이미 서 있는 곳을 가리키는 느낌이랄까요.
앱을 다시 보니까 “기사님이 고객님과 통화 시도 중입니다”라고 뜨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전화 걸었는데, 이번엔 아예 연결이 되다가 말고, 또 같은 안내방송 톤으로 “고객님, 안내에 협조 부탁드립니다”가 나오는 거예요.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온갖 시나리오가 다 떠올랐어요. 기사님이 길을 못 찾아서 방송으로 안내하는 건가, 아니면 저를 일부러 재우는 건가… 아니 둘 다 말이 안 되잖아요?
저도 참을 만큼 참다가 관리실에 전화해서 물어봤거든요. “지금 안내방송이 나오는 이유가 뭐예요?” 했더니 관리실 직원이 되게 태연하게 “아, 방금 전 층간 소음 민원 때문에 방송 한 번 돌렸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방송이 제 주문이랑 똑같은 타이밍에 나온 걸 설명하려니, 말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어서 그냥 웃었어요. 근데 웃을 때도 찝찝함이 남는 그 느낌, 다들 아시죠?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드디어 “배달 완료까지 1분 남았습니다”가 뜨는 거예요. 저는 바로 문 열 준비를 하고 문 앞에 딱 섰는데, 이번엔 배달이 아니라 또 방송이 나왔어요. “고객님, 출입구 혼잡으로 인해 잠시 대기 부탁드립니다.” 그 말이 제 앞에서 나오니까 진짜 기분이 묘했어요. 마치 제가 길을 막고 있는 사람처럼요. 저는 잠깔다가 아니라 이미 문 앞에 서 있었는데요. 그럼 저는 대기 대상인데, 저는 이미 대기 중인 상태잖아요.
결국 20분쯤 더 지나서 현관 문 앞에 음식이 놓이긴 했는데, 문제는 상태였어요. 음식이 아니라 작은 종이 쪽지가 같이 붙어 있더라고요. “고객님, 방송으로 안내드리려다 오해가 생겼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엔 정확히 전달하겠습니다.” 이걸 보는데, 저는 솔직히 한 번 웃고, 또 한 번 울컥했어요. 내 앞에서 방송까지 했으면 정확히 전달은 했어야지… 싶은데, 동시에 기사님도 어떻게든 전달하려다 꼬인 게 느껴지니까 화가 완전히 안 나더라고요.
리뷰는 당연히 남겼죠. 다만 욕은 안 하고 “배달이 늦는 건 괜찮은데, 안내방송이 제 앞에서 울리면 저는 이미 출입구에 있습니다…”라고 적었어요. 그리고 사진도 올렸는데, 글 쓰다 보니 이상하게 그 날이 더 웃기게 남더라고요. 배달이 안 오던 시간이 사실은 제 앞에서 안내방송이 돌아가던 시간이고, 저는 그걸 관객처럼 듣고 있었던 셈이니까요.
여운이라고 하면, 그 뒤로부터는 주문 확인할 때마다 현관 앞에 서기보다 한 발 뒤로 물러서게 됐어요. 혹시 또 “출입구 혼잡으로 인해 잠시 대기 부탁드립니다” 같은 멘트가 나오면… 제가 제 자신에게 대기하라고 해야 될 것 같거든요. 지금도 가끔 그 방송 톤이 머릿속에서 자동재생되는데, 그때마다 저는 혼자 생각해요. 다음엔 음식이 먼저 오고, 방송은 그 다음에 오면 좋겠습니다…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