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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에서 주방 타이머가 울리기 시작했는데 내가 안 누름

2026-07-25 05:41:14 조회 1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제목: 자취방에서 주방 타이머가 울리기 시작했는데 내가 안 누름. 진짜 이건 “아 내가 실수로 눌렀나?” 수준으로 넘기기엔, 타이머가 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분위기가 너무 이상했어요. 제가 자취하는 집인데, 그날은 딱히 뭐 예약해둘 일도 없고요. 그냥 퇴근해서 들어와서 가방 내려놓고 냉장고 앞에서 멍 때리다가, 갑자기 삐-삐-삐 하는 소리가 주방에서 터졌거든요.

처음엔 타이머가 고장 난 줄 알았어요. 자취방에선 전자제품이 하루 이틀만 멀쩡해도 감사해야 하니까요. 근데 문제는 그 소리가 “한 번 울리고 끝”이 아니라, 일정한 패턴으로 계속 울렸다는 거예요. 마치 누가 3분마다 리마인드 하는 것처럼요. 저는 소리 나는 쪽으로 가서 주방 카운터 위를 봤는데, 타이머 화면엔 숫자가 멈춰 있지도 않고 계속 카운트다운처럼 보이더라고요.

물론 저는 그 타이머에 손댈 생각도 없었어요. 제가 요리할 때 쓰는 방식은 대충 타이머 앱이나 전자레인지 시간 맞추기지, 저 주방 타이머를 “설정”해 본 기억이 없거든요. 어릴 때부터 집에선 엄마가 그걸로 늘 뭔가를 맞춰두셨는데, 저는 자취 시작하고 나서도 그냥 “있네?” 하고 넘어간 물건이라서요. 그런데도 기계는 아주 성실하게 울리고 있었습니다. 삐-삐-삐 소리가 주방에서 제 등골까지 딱딱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당연히 생각이 이렇게 흘렀죠. “내가 아까 손으로 만졌나? 아니면 주머니에 있던 리모컨이나 뭔가가 눌렀나?” 하지만 주방엔 제가 평소에 만지는 물건이 많지 않았고, 타이머 위치도 제가 손 뻗기엔 좀 애매한 구석이었어요. 카운터 가장자리 쪽이라서, 가방 내려놓는 동선이랑도 완전 달랐고요. 저는 확인하듯 타이머 버튼 주변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보는데, 버튼 자체는 멀쩡하게 눌리는 감각이 있었어요. 근데 “내가 눌러서 작동되었다”라고 믿기엔 너무 정직한 타이밍이었습니다.

게다가 더 웃긴 건, 그 타이머가 울릴 때마다 저는 이상하게도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같이 들더라구요. 제 뇌가 농담을 좋아하는 건지, 기계가 음식을 소환하는 능력이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울리는 동안 냉장고 문을 계속 열어보고 싶어지고, 이상하게 라면 끓일 타이밍을 떠올리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래, 한 번은 끄고 확인하자” 싶어서 타이머를 찾았어요. 그런데 버튼을 눌렀는데도 소리가 금방 멈추지 않고, 거의 마지막까지 가다가야 조용해지더라고요.

타이머 화면을 보니까 시간이 이미 한참 지나간 것처럼 남아있었어요. 분명 방금 막 시작한 소리 같았는데, 막상 화면엔 설정이 오래전부터 되어 있었던 것처럼 표시가 뜨는 거예요. 여기서 저는 진짜로 “나 말고 누가 설정했나?”라는 생각까지 올라왔습니다. 제가 사는 건 1인 원룸이고, 현관은 비밀번호 방식이라 타인이 들어오려면 경로가 필요하거든요. 물론 관리실에서 열 수야 있겠지만, 그날은 제가 알기로 청소 스케줄도 없었고요.

그래서 바로 침착 모드로 들어가서 주변을 체크했어요. 창문은 닫혀 있는지, 문 잠금은 제대로 걸려 있는지, 혹시 누가 장난친 거면 흔적이 남아있을지. 그런데 특이한 건 없었습니다. 대신 제 마음이 이상하게 들썩거리더라고요. 타이머는 조용해졌는데, 방 안 공기가 “끝났어?”라고 묻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어이가 없어서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계속 타이머를 쳐다봤어요. 괜히 더 울릴까 봐요.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타이머 소리가 멈춘 뒤, 정확히 몇 분 뒤에 또 삐-삐-삐가 나오는 거예요. 이번엔 더 짧게 울리긴 했지만, 분명 같은 패턴이었어요. 저는 순간 멍해 있다가 소리 나는 타이머를 다시 누르려고 했는데, 손이 멈추더라고요. 왜냐면 타이머 옆에 붙어있던 작은 종이가 살짝 밀려 있었거든요. 원래 붙여둔 메모 같은 건데, 제가 붙여둔 적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그렇다고 제가 치워둔 적도 없고요.

종이를 떼어 보자마자 뭐가 적혀 있었냐면, 딱 한 줄이었습니다. “울리면 밥 먹기.” 누군가가 장난처럼 적어둔 걸로 보이는데, 그게 더 웃기면서도 이상했어요. 저는 그 순간, 진짜로 자취방 타이머가 사람 마음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이성적으로는 전 입주자가 남긴 걸 누군가 붙였거나, 관리자가 정리하다가 붙여둔 흔적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제가 오늘 저 메모를 처음 본 건 맞았고, 타이머는 분명 제가 설정한 게 아니었고… 아무튼 저는 그날 저녁 라면을 끓였어요. “울리면 밥 먹기”를 그냥 너무 문자 그대로 실천해 버린 거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요. 그 이후로도 며칠 동안은 타이머가 가끔 울렸는데, 그때마다 제가 뭔가를 까먹고 있었다는 느낌이 자꾸 들더라고요. 약 챙겨먹기, 설거지 한 번 더 하기, 아니면 그냥 “정신 차리기.” 그래서 결론은 뭐냐면… 저는 지금도 타이머가 스스로 설정되는 원리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제 생활패턴을 은근히 감시하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오늘도 주방에서 소리가 날까 싶어서 가끔 주방 쳐다보게 되는데, 이상하게 그게 무서운 것보단, 피식하게 웃음이 나오는 수준이라 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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