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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점심 메뉴 투표했더니 내가 만든 표가 없음

2026-07-25 20:41:10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오늘 점심 메뉴 투표한다고 팀장님이 슬쩍 공지 올리더라. “다들 원하는 거 댓글로 투표해요. 평균으로 뽑겠습니다!” 이 말에 다들 각자 자리에서 빠르게 스크롤을 내리며 한마디씩 적는 분위기였지. 나도 평소처럼 “중식 어떠세요?” 하고 써서 후보에 넣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나는 원래 투표 같은 거 하면 늘 깔끔하게 참여하는 편이야. 이번엔 그냥 “중식”이라고 뭉개지지 않게, 내 글에 귀찮지만 정성 좀 붙였거든. 예를 들면 “탕수육+짜장 조합이 무난하고, 매운 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 맵기는 중간으로” 이런 식으로 조건까지 써놨어. 그러고 나서 혹시라도 반영 안 되면 어떡하나 싶어서, 마지막에 “제가 표 정리해두겠습니다!”라고까지 적었지.

근데 점심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단톡방에 메뉴 확정 소식이 없어. 다들 “오늘 뭐 먹어요?” “아직 투표 집계 중인가요” 이러고 있고, 나는 마음속으로 ‘내가 기준을 잘 잡아놨으니 분명 중식으로 가겠지’ 하고 안도했어. 그런데 팀장님이 갑자기 이렇게 올리는 거야. “집계해보니 이번엔 한식이 가장 많았습니다. 도시락 주문할게요!”

순간에 뇌가 멈추는 줄 알았어. 나 분명히 중식을 후보에 넣었고, 조건까지 달아서 표를 확실히 써뒀는데 왜 결과가 한식이야? 나 말고도 누가 한식에 투표했나 싶어서, 내가 쓴 댓글을 다시 찾아보려고 했거든. 근데 댓글 리스트를 봐도 이상하게 내 글이 없더라. 분명 방금 전까지 봤는데 집계 화면에는 내 표가 통째로 사라진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팀장님한테 물어봤어. “혹시 제가 단 댓글이 집계에 반영이 안 됐을까요? 중식으로 넣어뒀는데요.” 팀장님은 한 템포 쉬더니 “어? 댓글이 안 보이네요. 투표 링크로 들어온 사람만 집계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라고 하더라. 그 말이 딱 들리는데, 내 머릿속에는 ‘그럼 난 뭐로 투표한 거지?’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지.

바로 뒤이어 단톡방에서 누가 웃기게 한 마디 던졌어. “형, 링크 안 눌렀으니 표가 아니라 ‘의사’만 남긴 거죠.” 다들 그 말에 “ㅋㅋㅋㅋ” 하면서 웃더라. 나도 웃어야 하잖아. 근데 웃는 와중에 속이 좀 뒤틀리는 건 어쩔 수 없었어. 내가 적어준 건 의사 표현이라기엔 너무 구체적이었거든. 탕수육 상태부터 맵기까지 다 정했는데, 링크를 안 눌렀다고 투표가 증발해버리면 그건… 그냥 전산 신의 장난이잖아.

나는 그때 깨달았어. 우리 회사 투표는 ‘댓글’이 아니라 ‘링크’가 투표구나. 근데 문제는 공지가 “댓글로 투표해요”였다는 거야. 팀장님은 “아, 그건 이전에 쓰던 방식이 남아있어서요”라고 얼버무렸고, 나는 웃기지만 어이없는 표정을 유지해야 했지. 그리고 도시락은 이미 주문 들어갔고, 나는 한식 도시락과 마주하게 됐어. 솔직히 한식도 나쁘진 않은데, 문제는 내가 싸이클을 돌려서 중식의 장점을 논리적으로 세팅해놨다는 점이야. 그 정성은 어디로 갔냐고.

점심 먹고 나서도 계속 생각났어. 사람들이 내 표가 없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라, 내가 만든 표가 ‘존재’했는지부터 의심하게 되더라. 나는 혼자서 뻔뻔하게 결론 내렸지. “내 표는 집계 시스템이 아니라, 팀장님의 마음속 어딘가에 저장됐을 거다.” 근데 그 마음속 저장이 다음 회의 때 복구가 안 된다는 게 문제지. 결국 나는 다음 투표부터는 링크를 누르는 사람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어.

오늘도 점심 메뉴 투표하면, 나는 먼저 링크를 찾고 클릭부터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끔 생각해. 혹시 내가 투표를 안 했으면, 아니 아예 ‘의사’도 못 남겼다면, 나는 더 편했을까? 반대로, 내 표는 사라졌는데 내 정성만 남아서 괜히 더 성실해진 느낌도 있거든. 그러니까 결론은 이거야. 표는 사라졌지만, 나는 회사 시스템의 규칙을 제대로 학습했다…라고 말하면 좀 감동인데, 사실은 다음에도 또 잊을까 봐 두려운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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