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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에서 누가 내 수건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

2026-07-26 10:41:12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자취방에서 누가 내 수건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건, 사실 별거 아니었어요. 아침에 샤워하고 나오는데 수건이… 조금 덜 말라 있더라고요. “내가 어제 제대로 걸어놨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날부터 이상한 패턴이 하나씩 쌓이더니 결국 확신 비슷한 게 생겼습니다.

처음엔 제가 예민한 건가 싶었어요. 저는 욕실에 수건을 걸어두면 대충 빨리 마르길 기대하는 편이라, 평소보다 축축하면 바로 기분이 찝찝하거든요. 근데 찝찝한 이유가 냄새가 아니라, 수건의 접힌 모양이 매번 달랐다는 데 있었어요. 수건은 제가 늘 같은 방식으로 접어걸어놨는데, 다음 날 보면 접힘 방향이 조금씩 틀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관찰 모드로 들어갔죠. “내가 그냥 잠결에 다르게 걸어놨나?” 하고 말이죠. 저는 일부러 수건을 접기 전에 체크할 수 있게 한쪽 끝을 살짝 펴서 표시해뒀습니다. 보통은 아무 생각 없이 쓰고 나서 다시 비슷하게 접어 넣는데, 표시가 있는 쪽이 다음 날 그대로 유지되는지 확인한 겁니다. 근데 확인해보니, 표시가 있는 쪽이 반대로 돌아가 있었어요. 제가 볼 때는 분명히 제가 한 손으로 접었는데 말이죠.

그때부터 상상이 시작됐습니다. 자취방이면 혼자 산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현실은… 복도 소리 같은 게 들릴 때마다 “혹시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왔나?” 같은 쓸데없는 상상이 올라오더라고요. 물론 그럴 리는 없죠. 방 열쇠는 제 손에 있고, 초인종도 따로 없고, 관리실에서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스타일은 아니니까요. 그런데도 수건이 계속 저를 배신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번째 시도는 더 황당했어요. 수건에 아주 미세하게 머리카락 한 올을 끼워놨습니다. 제가 머리카락이 많아서가 아니라, 평소에 머리카락이 왜 그렇게 잘 붙는지 저도 알거든요. “내가 다시 쓰면서 자연스럽게 빠지겠지”라는 시나리오를 생각했는데, 다음 날에는 그 머리카락이 그대로 있었어요. 대신 수건은 새처럼 보일 정도로 뽀송뽀송했고, 접힌 모양도 제가 하던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진짜로 “누가 내 수건을 쓰고 있나?”로 마음이 굳어졌습니다. 근데 그 다음으로 더 큰 문제는, 만약 누군가가 쓰고 있다면 왜 하필 내 수건일까 하는 거였어요. 제가 같은 집에 있는 사람들 수건을 본 적이 있나요? 솔직히 없죠. 자취방은 원래 서로 관심을 덜 주는 편이라, 누가 어떤 걸 쓰는지 모르는 게 정상 아닙니까. 그런데도 제 수건만 계속 단서가 쌓이니까 더 불쾌하고, 동시에 웃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 카드로 “수건 사용 흔적 실험”까지 갔어요. 샤워할 때 일부러 작은 물방울을 한쪽에만 남기고, 수건을 건조대 가장 안쪽에 걸어둔 다음, 다음 날 아침에 위치와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그 수건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라면 제 착각이겠지만, 다른 위치로 옮겨졌다면 누가 손댄 거죠. 결과는요… 제가 걸어둔 안쪽이 아니라, 중간쯤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방울이 있던 자리도 말끔히 마른 흔적만 남아 있었어요. 저도 모르겠는데, 수건이 알아서 ‘정리정돈’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그날 밤에는 진짜로 소리 하나하나에 귀가 열리더라고요. 보통은 침대 누우면 바로 잠드는 편인데, 저는 그때만큼은 거실 쪽 문 소리, 배관 물 흐르는 소리, 심지어 바람이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소리까지 다 들렸습니다. 근데 결론적으로는 아무도 안 들어온 것 같아요. 대신 이상하게도 샤워 후에만 수건이 바뀌어 있었고, 그 바뀜 타이밍이 딱 제 루틴이 끝난 직후라는 게 더 묘했습니다.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어요. 누가 쓰고 있다기보다, 제 수건이 “누가 보기엔 더 잘 말리는 자리”로 옮겨지는 뭔가가 있다는 거. 예를 들면 건조대 위치가 제가 걸어둘 때보다 누군가 지나가며 스치면 살짝 돌아가거나, 제가 걸어둔 뒤에 바람이 특정 방향으로 불면서 자연스럽게 접힌 모양이 달라지는 상황. 솔직히 말하면, 그럴 듯한 이유를 찾았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수건을 그냥 그대로 걸어두지 않고, 아예 빨래집게를 양쪽에 하나씩 물려서 “옮길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놨어요. 그리고 샤워 후에는 접는 동작도 습관처럼 똑같이 하고요. 그런데 웃긴 건, 그렇게 고쳐놓고 나서부터는 또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 수건이 저를 속이진 않았고, 제가 수건에게 속았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수건은 뽀송하게 잘 말라 있고, 저는 혼자 살아도 괜찮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중입니다. 누가 쓰든 말든… 적어도 제 수건만큼은 제 마음대로 살아주길 바라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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